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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 '현대차노조죽이기' 협공
네티즌 이용해 현대노조 비판여론 증폭, 노노갈등 유도까지
 
김주영   기사입력  2003/08/07 [19:47]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보수신문들이 본격적인 현대노조죽이기에 나섰다.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언론들은 지난 6일 현대자동차노조가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7일자 신문을 통해 '현대차 근로자 쉬는 날 세계최고 수준(중앙일보)', '현대차 직원 연봉 5000만원 넘을 듯' 등, 현대노조가 이번 협상을 통해 매우 큰 혜택을 누리게 되었으며, 이것은 우리 나라 경제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식의 보도를 한 바 있다. 그리고 이후 현대노조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지닌 네티즌들이 현대차 불매운동까지 하고 있다며 이를 특종식으로 보도한 것이다.

[관련기사]
네티즌들, 현대차 불매운동 주장,"소비자가 봉이냐" 임단협 체결에 분개, 조선일보기사
현대차 임단협 타결 후폭풍, 네티즌 "불매운동"…주가는 이틀 연속 약세, 중앙일보기사

▲조선일보 해당기사     ©조선일보홈페이지
조선일보에서는 '네티즌들, 현대차 불매운동 주장'이라는 기사를 통해서, 네티즌들의 '안티현대'목소리를 담았다. 기사는 '온라인 상에서 ‘현대차 불매운동’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 시작해 ' 현대자동차의 노조 경영 참여 요구 수용을 골자로 하는 지난 6일 임금단체협약 체결 내용에 일부 시민들은 “한국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는 내용”이며, 이로 인해 ‘한국의 경제 시계’가 후퇴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며 현대노조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기사에서는 네티즌들의 비판적인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있다.
“연봉을 많이 올려줘도 회사가 망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이익이 많이 남는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러면 차량 가격을 낮추어야지. 완전히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거 아냐. 회사 덩치가 커서 문 안닫는다고 믿다가 큰코 다치지” (조영상·choys1990) (조선일보기사)

“소비자가 봉인가? 1년에 반을 놀고 매년 임금협상해서 차값은 뻥뻥 튀겨 놓고 해도해도 너무하네. 소비자의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 행동하는 노조들에게 소비자들도 행동으로 보여줍시다” (김재영·dreami2i) (조선일보기사)

이런 비판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싣고 있는 것은 중앙일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중앙일보에서는 '현대차 임단협 타결 후폭풍, 네티즌 "불매운동'이라는 기사를 통해(이기사에도 중앙일보 only라는 표식이 붙어있다.), 네티즌들의 불매운동을 소개했다.

▲중앙일보 해당기사     ©중앙일보홈페이지
네티즌들은 "현대차가 '한국의 경제시계'를 뒤로 돌려놓았다"며 "임단협 내용은 한국 경제를 망가뜨리는 내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우리가 아무리 분통 터뜨려 봤자 그들을 직접적으로 응징할 방법은 없습니다. 시장의 힘을 보여 줍시다. 말로만 불매운동 하지 마시고 진짜로 현대차 사지 맙시다"고 주장했다.(중앙일보 기사 中)

이러한 비판은 거의 대부분 임금이 많이 올랐다는데 기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도식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진보누리(http://www.jinbonuri.com/)의 '처음처럼'이라는 아이디의 '현대자동차 노동자의 임금 총액에 대한 함정과 오류'라는 글도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의 경우 전체직원의 67%가 생산직이다. 그 중 95%가 시급(時給)자다. 시급자의 경우 주간 8시간만 근무하면 통상임금은 월 134만3천원이다. 이는 전산업 정액급여 140만8천원 보다 6만5천원이 적고 제조업의 126만6천원 보다는 7만7천원 많은 수준이다. 거기다 상여금(보너스)을 12개월로 나눈 금액을 통상급에 합한 월 평균 임금이 222만3천원이다. 그러면 연봉 2670만원이 된다.

월 통상임금 134만3천원을 월 소정시간 240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임금은 5596원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시간당 6000원도 계산받지 못하다는 사실을 기사화 하라. 현재의 높은 연봉은 시간과 강도의 문제이다. 연간 10여명의 과로사로 삭막한 공장에는 챨리채플린의 '그야말로 현대판 '모던타임즈'가 재연되고 있다.

이러한 의견도 있는데 반해, 일반 네티즌들은 '임금이 많이 올랐으니, 차값이 올라갈 것이고, 차값이 올라가는 것은 고스란히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므로, 현대차불매운동을 하겠다'라는 식의 주장을 하게 되는 것에 원인은 보수언론의 재계편들기식의 보도가 주요하게 작용했음은 자명하다.

중앙일보에서는 이런 네티즌들의 비판의견을 단순소개에 그치지 않고, 위클리 중앙을 통해 '안티사이트들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안티파업사이트나, 인티전교조사이트등을 소개하면서, 안티운동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안티 사이트 모두가 같은 문제를 떠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포털사이트를 통해 진화한 안티 사이트들은 상당히 성숙된 사이버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노동계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는 최근의 안티 사이트 키워드는 ‘파업’이다. 국민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한 노동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안티 파업 사이트를 통해 개진된 것. 사이트 게시판에는 집단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는 노동계의 파업으로 인해 진정한 노동권이 침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즐비하다. 이렇듯 안티 사이트는 이제 단순히 불만을 토로하는 장소를 넘어 사회를 투영하는 거울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위클리중앙 기사 中)

안티파업사이트가 생긴 것이, 사회를 투영하는 거울로 업그레이드 됐다고 해석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난감할 지경이다. 조선일보에서는 기사의 말미에 현대노조 안티카페가 생긴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회원들은 “현대·기아자동차가 국내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가지고 있으니까(현대차를 소비자들은 살 수 밖에 없고 이로인해)노조들이 (소비자를 무시하고)막무가내로 나온다”면서 “(현대차를 사달라고)애국심에 호소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했다.' 고 보도한다. 언제나 지적하지만, 한쪽만 바라봄없이 양쪽을 바라보면서 기사를 쓰는 자세를 권고하고 싶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이트들이 생겨나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비판받아야 되는 대상은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재계편들기로 일관한 보수언론일 것이다. 이런식의 보도를 한 결과,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닌 '이들의 집단행동에는 이유가 없다'라거나, '이들은 떼쟁이일 뿐이다.' 라는 식의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현대노사의 협상이 타결됐을 때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에 큰 악재를 가져올 것이라는 식의 보도와 더불어 노동자들의 '쉬는날'과 '임금'에 대해서만,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결과는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한 안티의 목소리로 나타나게 됐다. 불씨를 이곳저곳에 뿌리고 다니다가, 불이야, 불이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 현대노사만이 아닌 철도노조나, NEIS갈등에서도 드러난다.

또 하나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들은 단순한 재계편들기 만이 아닌, 노노갈등을 의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부분을 극대화된 보도를 통해 현대노조원들을 귀족노동자로 분류하고, '누구는 몇천도 못받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는 오천을 받느냐'는 식으로 부채질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안티카페에 쓰여있는 '부산의 연봉 2천미만의 노동자'라는 글귀에서도 드러난다. 위에서의 압박으로는 모자라, 같은 편끼리 싸우게 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싸움을 부채질하는, 아니 오히려 불지르는 철없는 언론들의 언론놀음에 당하고만 있을 것인지. 지금은 현대노조에 대해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그리고 조선일보 등 수구언론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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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8/07 [19:4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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