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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60% 지지는 '盧 사전선거운동' 덕택
[윤여준의 정세분석] 국민의 미사일 검증시대, 이번 선거는 심판적 성격
 
윤여준   기사입력  2007/08/30 [13:00]

민주신당의 대통령 예비후보 경선이 시작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7일 서울에서 열린 첫 토론회에서 모두 9명의 예비후보들이 두 시간 반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당사자들이야 얼마나 열정적으로 토론을 벌였는지 모르겠으나 이것을 바라보는 국민들 중에는 마치 억지 쇼를 보는 것 같은 불편한 느낌을 받은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어색하게 앉아 있는 손학규 예비후보의 모습도 보기 딱했고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다른 후보들의 모습도 마치 80미터 도망간 사람이 100미터 도망간 사람을 손가락질 하는 듯 했다.

민주신당의 예비후보들은 지난 20일 한나라당의 경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명박 후보에 대해 험한 말들을 쏟아냈다. 상대 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면 최소한 하루 정도는 당선을 축하하고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는 것이 정치도의가 아닐까.

이 후보에 대해 ‘이제부터 진짜 검증이 시작된다’고 한 말 자체는 옳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후보의 재산에 대해서만 검증이 시작될 것인가? 아니다. 여권 후보에 대해서도 똑같은 검증이 진행될 것이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권력이 검증할지 몰라도 여권 후보에 대해서는 국민이 검증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국민은 벌써 검증을 끝내놓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들의 턱없이 낮은 지지율이 이를 입증하는 것이 아닌가.

따지고 보면 아홉 명의 예비 후보 중 대부분은 이 정권의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데 대해 진정한 사과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제 와서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 국민 입장에서 보기엔 너무 몰염치하다.

여권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더욱 거센 네거티브에 매달릴 것이다.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 워낙 사나운데다 후보들의 경쟁력마저 미약한 만큼 기댈 곳은 검증을 명분으로 한 상대 후보 흠집 내기 밖에 없다는 절박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되든 여권 후보에 대한 국민의 검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얼핏 생각나는 검증 자료만 해도 대강 이 정도다.

1. 국가 채무 증가
국가부채 2002년 133조에서 2006년 283조로 150조 급증
GDP 국가채무비율 1997년 12.3%에서 2007넌 34.1% 증가 전망
- 매일경제 2007년 2월 16일 ‘나라 빚 이대로 가면 못 버틴다’

2. 경제 성장률 둔화
참여정부 4년 평균 성장률 4.2%로 세계 평균에 뒤져
- 동아일보 2007년 2월 24일 ‘경제 성장률 4%대 맴맴, 국가 빚은 두 배로’

3. 극빈층 확대
신규 극빈층 2003년 17만 명에서 2006년 31만 명으로 증가
- 헤럴드경제 2007년 7월 12일 ‘지난 해 30만명 신극빈층 전락’

4. 청년실업 증가
20대 실업자 34만명, 평균 실업률 7.7%로 전체 실업률 두 배 넘어
젊은 층 비정규직 비율 2002년 23.9%에서 33%로 증가
- 헤럴드경제 2007년 7월 10일 ‘3명 중 1명 비정규직 사회 첫발’

5. 양극화 심화
상위 20%와 하위 20%간 소득 격차 비율이 2003년 이후 최고치 기록
- 중앙일보 2007년 2월 7일 ‘소득 격차 더 벌어지고 세금 증가율 사상 최고’

6. 가계 부채 증가
국내 가계 빚 총 585조, 2006년 대비 4조 5,534억 증가
- 동아일보 2007년 6월 6일 ‘가계 빚 사상 최대, 가구당 3,668만원’

여권은 부족한 경쟁력을 보완하는 방법의 하나로 평화 담론을 생각하는 듯하다. 남북정상회담을 대통령 선거 전에 개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든지, 손학규 예비 후보가 햇볕 정책의 승계자를 자처하는 모습이라든지, 정동영 예비 후보가 개성 공단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는 거라든지, 이해찬 예비후보가 남북정상회담 개최 과정에서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것만 보아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여당 후보의 ‘평화’가 이명박 후보의 ‘경제’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은 6.15 정상회담 직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한반도의 전쟁 위협은 없다’라고 선언했지만 그 뒤에 일어난 서해교전과 북한 핵 보유 과정을 지켜보면서 남북정상 간의 회담이나 선언이 반드시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 후보의 지지율이 60%까지 치솟고 있다고 한다. 이는 현 정권의 국정 실패로 고통을 당해 온 국민들은 이 후보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역사니, 민족이니, 진보니, 분배니 하는 추상적인 거대담론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민생을 돌보지 않은데 대해 국민이 현 정권에 책임을 묻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현 정권이 이 후보의 사전 선거 운동을 착실하게 해 준 모양이 되었으니 결국 여권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국민들은 그 동안 참았을 뿐이지 용서한 것이 아니었다.

민주신당은 거듭되는 탈당, 창당, 탈당의 과정을 통해 한때는 자신들조차 외우지 못할 만큼 긴 이름을 가진 정당을 만들었었다. 이 어지러운 과정은 심지어 시장 바닥의 야바위로 묘사되기도 했으며 언론들은 ‘잡탕당’, ‘도로당’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기까지 했다. 이렇게 해서까지 당을 새로 만든 이유는 뻔하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두려운 나머지 아예 심판의 대상인 당 자체를 없애 버린 것 아닌가. 그러면 국민의 심판은 과녁을 잃어버린 화살처럼 허공으로 날아가 버릴 것이라고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미사일 시대다.

아무리 세탁을 해도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라는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국민 심판이라는 미사일은 그 흔적을 끝까지 예리하게 추적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범 여권에게 양자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자구도에서는 두 후보 간의 격차가 줄어들게 마련이라는 선거의 균형 이론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는 과거와 달리 심판적 성격의 선거가 될 것이 분명하다. 현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워낙 심한 만큼 선거의 일반 이론이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여권이 지금까지 자신들의 이념과 신념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 왔다면 차라리 떳떳하게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 옳은 자세다. 어차피 ‘도로당’이라는 이름까지 받았으니 자신을 위장하려는 구차한 모습까지 보일 필요가 있겠는가. 어떻게 이기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지느냐도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처럼 ‘아름다운 패배’라는 소리라도 들어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본문은 ‘윤여준의 정치카페’(http://www.yooncafe.com/67) 2007.8.28일자 Yoon's Talk입니다.

* <대자보>는 윤여준 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의 동의하에 정치현안에 관한 글을 받기로 했습니다. 윤 전 소장의 세밀한 정세분석은 진보개혁진영에 많은 시사점을 제시할 것이며, 보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합니다-편집자 주.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
4대·6대 여의도연구소 소장
인터넷 글방 윤여준의 정치카페(www.yoonca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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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8/30 [13: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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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나라당반대 2007/08/31 [11:00] 수정 | 삭제
  • 아이엠에프의 여파로 국민의정부,참여정부가
    그 뒷수습 하느라 뼈골 빠져서 그런거 모르고
    헛소리 하시는가?알면서도 모른척 하시는가?
    하기야 당신도 그 정권에서 일한 사람이니
    변명이야 하고 싶겠지만....
    국민들이 이런 집단에게 속아 넘어가는 것이 한심할
    따름이지.
    저질러 놓은 것 해결하다 보니 욕은 욕대로 얻어 먹고
    조중동문의 저주의 독설을 곧이 곧대로 믿는 순진한
    먹통 국민들 덕분에 이 지경이 되었다는 사실은 잊지
    마시길....
    당신을 책사라고들 말하지만 내가 듣기엔 참 웃기는 말이네.
    미혹의 말들을 잘들 하지만 세상에는 당신보다 똑똑한
    국민들도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