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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혹한, 기후를 알면 세상의 이치를 안다?
[책동네] 이승호 교수의 <기후학>, 개념부터 세계 여러지역 특성 다뤄
 
황진태   기사입력  2007/07/26 [22:08]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책은 건국대 지리학과 이승호 교수가 발간한 ‘기후학’(푸른길, 2007)이다. 비단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생각할 수 없었던 찌는 듯한 폭염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이제는 이상기후에 익숙해졌기도 하거니와 전지구적인 이상기후로 인해서 기후에 대한 관심이 부쩍 확산됐다. 

그러나 국내 지리학계에서도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가 언급했듯이 예전에 출간됐던 저자와 이현영 교수가 함께 쓴 ‘기후학의 기초’(두솔, 2000)는 현재 더 이상 출판되지 않고 있으며 김연옥 교수의 ‘기후학개론’(正益社, 1978) 또한 전공자들의 꾸준한 수요는 있지만 더 이상 출간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인들과 더불어 지리교사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마땅한 기후학 개론서가 없었던 차에 이번 출간은 가뭄 끝의 단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리학을 공부하는 학부생과 기후학에 간심을 갖기 시작한 일반인들을 위한 개론서. 그림과 도표, 사진, 평이한 해설 등으로 딱딱하기 쉬운 개론서 아닌 교양서 수준으로 읽기 편하다.     © 푸른길, 2007
본서의 구성은 기후학의 개념에서부터 시작하여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의 기후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분이 좋았던 점은 기후변화를 설명하려고 새롭게 만든 도표와 그림, 그리고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었다. 최근의 매체지형이 문자에서 이미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단순히 학문의 깊이가 얕아지고, 겉핥기에 주목하게 된다는 부작용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개념과 현상을 용이하게 이해하기 위한 보조물이라는 의미로서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사진지리학회를 따로 창설한 이유도 이러한 시대적 조류와 결코 무관치 않다.
 
또한 일반인의 시선에서 말하자면 가시적인 자연, 인문현상을 빼곡히 문자로만 기술한다면 일반독자들로서는 머리가 갑갑해지고, 곧잘 지겹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책 곳곳에 자리 잡은 세계 여러 지역의 컬러사진들은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그곳으로 떠나게 하기에 충분하다.
 
다음으로 기존의 개론서와의 차이를 한 가지 언급하자면 근자에 만들어진 책인 만큼 최근 학계논의를 수렴했다는 점일 것이다. 각론으로 들어가서 기후학에 대해서 본고에서 논하는 것은 필자의 능력 밖이지만 지난 2003년 <한국기상학회지> 39권 1호에 이승호 교수가 기고한 <우리나라 동·서 해안의 기온 차이에 관한 연구>에서 인상 깊었던 주장이 기억나서 약간의 언급을 하고자 한다.
 
그는 논문에서 국내 지리교과서에서는 겨울철에 북서계절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 (일반인에게 높새바람으로 익숙한) 푄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서술에 대해서 동, 서해안 기온차이, 수증기량 차이를 등을 근거로 푄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교과서 서술에 대해서 지적한바 있다. 그러나 교과서뿐만 아니라 지리학도들은 아직까지도 북서계절풍으로 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문의 주장이 이번 ‘기후학’에도 반영되었는지에 대해서 궁금했다. 때마침 본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됐다.
 
“겨울철에 북서계절풍이 불 때에는 영동지방에서 푄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는 경우가 있으나 쉽지 않은 현상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푄현상이 나타나려면 바람받이쪽 사면에서 습윤단열과정이 있어야 한다. (중략) 그러나 북서계절풍이 불고 있을 때 야외답사를 나가보면 영서지방에서 그런 종류의 구름을 관찰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다.”(195쪽)
 
이 부문에서 자신의 논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던 것은 개론서 수준에서 부드럽게 서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하튼 조금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필자가 굳이 언급한 연유는 저자가 발로 뛰는 답사를 통해서 직접 보고 느끼고서 논문을 작성하는 모습은 그가 어린 시절 기상변화가 심한 제주도에서 태어나서 자연스럽게 기후에 관심을 갖고서 공군기상대 예보장교를 하는 등의 독특한 이력에서 그가 학자로서 얼마나 자신의 학문을 사랑하는 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어 부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기존 개념에 의심을 품고, 고정관념을 깨려는 자세는 독자들도 주지하듯이 보수적이지 않다면 인생에서 필요한 덕목이다.
 
얼마 전 필자가 조화룡 교수의 뉴질랜드 관련서나 권동희 교수의 <한국의 지형> 등을 소개하면서 일반인들이 왜 지리서적을 읽어야 하는 가에 대하여 어디를 여행을 하더라도 피상적인 즐거움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그 곳의 장소성을 깊은 이해를 통해서 본질적인 즐거움을 느껴보라는 것이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이승호 교수의 ‘기후학’ 또한 이러한 이유와 무관치 않다.
 
본서를 통해서 학창 시절에 한국지리, 세계지리 시간에 높새바람의 원리는 어떻게 해서 발생하는가, 어디는 몬순 기후다, 혹은 강우량은 몇 mm 등의 암기과목으로서의 필요가 아니라 기후를 세상의 이치를 이해한다는 돋보기의 하나로써 일반인들에게 다가갔음 하여 본서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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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26 [22: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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