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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알고있는 ‘한국의 지형’은 모두 잊어라
[책동네] 권동희의 <한국의 지형>, 자연지리적 관점에서 국토의 재발견
 
황진태   기사입력  2007/05/08 [20:21]
중학교 지리 수업시간에 지리 담당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아직까지 기억이 난다.
 
“국내여행을 어느 정도했다는 자신이 들면 해외로 발걸음을 돌려라.”
 
그 당시 어린 나이에도 그 말을 듣고서는 상당히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생각지도 못한 지리를 전공하면서 전국을 돌아다녔는데도 과연 국내 여행을 얼마나 자신 있게 했냐고 자문한다면 여전히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90년대 자동차 보급률 증가와 맞물리면서 발간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 펴냄)의 성공은 국내여행의 색다른 이정표를 제시했었다. 90년대 말 IMF체제하에서 해외여행 감소가 국내여행으로 발길을 돌린 것도 마찬가지 효과를 불러왔다.
 
여기서 해외여행을 부덕한 것으로 비판하자는 것은 아니다. 앞서 중학교 시절의 선생님께서 말했듯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의 묘미와 새로운 눈을 얻고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고, 국내를 마스터하고 국외로 발길을 돌리는 것은 경제적 비용판단에서도 상당히 합리적이기 때문에 국내여행의 미덕을 주장한 것 뿐이다. 
 
▲동국대 지리교육과 권동희 교수가 자연지리학적 개념으로 구성한 <한국의 지형>     © 한울, 2006
이번에 소개하는 동국대 지리교육과 권동희 교수의 <한국의 지형>(한울 펴냄)은 유홍준의 저서와는 다른 국내여행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인문학적인 관점이 농후하다면, 본서는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지리적인 관점에서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본서를 여행 책자로 소개하는 것은 저자가 들으면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다. 사실 본서는 일종의 지형학 전공서적으로 지리를 전공하는 학자, 학생들이 1차적인 독자층이다. 그러나 한국의 여러 자연지형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고, 책의 뒷부분에는 ‘핵심 지형 답사코스’라고 해서 전국을 짧게는 1박 2일부터 길게는 3박 4일 코스로 본서에서 논하고 있는 지형들을 둘러볼 수 있도록 짜인 지도를 첨부한 것으로 볼 때 국내 지형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라면 이 책 한권만으로도 답사를 통하여 문헌에서 본 것을 실제 눈으로 확인하는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 광고카피에서 술을 눈으로 마신다고 했던가. 바로 그러한 기분을 답사를 통해서 실감할 수 있다!  
 
최근에 박사과정 중인 한 지형학 전공자가 지난 겨울에 지인들과 함께 <한국의 지형>을 달랑 갖고서 첨부된 핵심지형 답사코스를 따라서 답사를 했었다는 데 박사과정인 자신조차도 아직까지 가보지 못했던 지형들을 직접 확인했던 게 무척 색다른 경험이라고 밝혔다.       

본서의 미덕은 크게 두 가지로 손꼽을 수 있다. 첫째는 일제강점기 시절의 고토를 필두로 한 일본학자들의 연구에서부터 시작하여 지난 2006년까지의 지형학계의 최신 논문을 지형연구사, 풍화지형, 토양, 산지지형, 하천지형, 습지지형, 카르스트 지형, 주빙하 지형, 화신지형, 해안지형 등으로 나누어 단 한 권으로 압축하여 한국 지형학 연구 100년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책을 읽으면서 눈을 즐겁게 해주는 화려한 화보다. (기자는 이 화보들을 보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저자가 본서를 쓰기 위해서 새롭게 직접 답사를 하면서 180여 장의 컬러 사진을 첨부한 것은 출판사로서도 가히 쉽지 않은 결정으로 보인다. 
 
아마도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보게 되는 아름다운 경관사진과 그 지형들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알게 된다면 마지막 장에 실려 있는 답사 코스를 향하여 몸이 따라가지 않고 가만히  배기지 못할 것이다.
 
벌써부터 봄이 쫓겨나고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번 여름은 해외도 좋지만, <한국의 지형>을 갖고서 국내여행의 새로운 시각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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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5/08 [20:2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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