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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게시판도 '김일성 게시판'인가?
사실을 왜곡하는 조선닷컴의 끝없는 엽기적 제목달기
 
심재석   기사입력  2003/07/24 [18:41]

조선닷컴는 24일 “민노총 '김일성 게시판' 다시 열어”라는 제목으로 민주노총 자유게시판 재개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기사의 제목이 지나치게 악의적이라서 ‘조선일보식 제목달기’가 다시한번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 메인화면     ©조선일보홈페이지

조선일보의 김창균 정치부차장대우는 “거두절미는 언론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칼럼에서 “가장 새롭고 구체적인 사실을 제목으로 뽑는” 것이  “언론 관행’’이라고 말한 바있다. 그러나 과연 “민노총 '김일성 게시판' 다시 열어”라는 제목이 조선일보가 신봉하는 ‘언론 관행’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전후사정을 잘 모르는 독자가 조선닷컴 기사의 제목만 본다면 아마 민노총이 김일성을 찬양하는 게시판을 운영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홈페이지
이 기사의 문제는 제목만이 아니다. 기사의 중반부에 나오는 문장 “(문제의 동영상이)지난 12일 처음 게시된 이후 24일 오후부터 다시 네티즌들이 볼 수 있게 됐다”는 조선의 뻔뻔함이 드러난다. 이 문장은 민노총이 게시판을 폐쇄했거나 문제의 동영상을 삭제했더라면 네티즌들이 볼 기회가 없었던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여태껏 그 동영상을 네티즌에게 노출시킨 것은 다름아닌 ‘조선닷컴’이다. 네티즌이 동영상을 보는 것이 문제라면 왜 자신들은 기사에 동영상을 링크시켜놓았는지 의문이다.(조선닷컴은 24일 오후 5시경 동영상 링크를 해제했다.)

[관련기사]
심재석, 민주노총은 유죄, 조선닷컴에 올리면 무죄?, 대자보 (2003.07.16)
김남윤, 김일성동영상 확산 조장하는 조선닷컴, 대자보 (2003.07.16)

조선일보의 ‘선정적 제목달기’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盧대통령 "'개새끼들'이라 해요”’, ‘명계남 "조선일보 읽는 사람은 병신"’ 등은 조선일보가 뽑은 유명한 제목들이다.

[관련기사] 윤익한, '조선일보 독자는 병신'이라는 조선일보기자, 대자보 (2003.07.15)

사실 기사의 제목은 독자가 그 기사를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가장 큰 판단기준이기 때문에 ‘자극적인 제목’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기사의 제목은 기사의 내용을 압축해 독자가 한 눈에 기사의 내용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기사의 부분만을 의도적으로 확대시켜 왜곡된 이미지를 갖게 만드는 조선일보식 제목달기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조선일보 김창균 기자는 “거두절미는 언론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지만 조선일보는 ‘거두절미’하는 것이 아니라 몸통을 자르고 머리와 꼬리를 가지고 제목을 뽑으니 문제다.

조선닷컴은 민주노총 자유게시판에 김일성 주석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게시된 것을 계기로 민주노총을 '빨갱이 집단'으로 몰아가고 싶은 듯 하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선일보가 빨갱이로 몰면 통했던 시절이 있다. DJ정권의 최장집 교수나 YS정권의 한완상 교수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지금은 조선일보의 ‘빨갱이몰이’가 통하지 않는다. 조선일보가 빨갱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인물도 국정원에 들어가는 시대이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예전 같은 영향력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에게 묻고 싶다. 민주노총 게시판이 왜 ‘김일성 게시판’인가? 만약 민주노총 게시판에 글을 올린 네티즌이 조선일보 게시판에도 올리면 조선일보 게시판도 ‘김일성 게시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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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24 [18:4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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