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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조선 위력 실감', '내부적 문제도 많아'
조선일보 수습기자들의 솔직 토론, 안팎의 실상 밝혀
 
김주영   기사입력  2003/07/02 [15:11]

▲ 조선일보는 미워하되, 조선일보 새내기 기자들은 미워하지 말자. 이들이 제대로 나아갈수 있도록 격려와 비판이 필요하지 않을까?     ©조선일보홈페이지
조선일보 6월 30일자 이메일 클럽에 '[6.30]脫수습기자들의 ‘솔직 토론''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이 기사는 기존 조선일보에서 '탈수습'이라는 식으로 회보에 나오던 것에서 변화해, 정식발령을 앞둔 조선일보 수습기자들이 모여 수습기간 6개월 동안의 취재를 하면서 외부의 시선과 내부의 문제들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을 담고 있다.

이번 기사는 크게 두 가지 사실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안티조선의 힘이 일상적으로 우리생활에 파고들었을 만큼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조선일보 편집국에 대한 수습들의 비판이 있을 만큼 내부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6.30]脫수습기자들의 ‘솔직 토론, 조선일보

수습기자들이 가장 당혹해 하는 것은 안티조선 운동이 단순히 일부모임의 주장이 아니라 일반적인 정서라는 것이다. 취재현장에서 부딪치게 되는 대다수의 일반사람들이 조선일보에 대한 안티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한총련 출범식을 취재하러 갔다. 상황실에 들어가 조선일보에서 왔다고 하니 날 ‘야만인’ 보듯 쳐다보더라. 최소한의 지성도 양심도 넌 없냐는 듯한 눈빛, 키득키득하는 비웃음.... 다신 들어오지도 말라고 했다.'

안티조선단체 기자회견을 취재하러 갔다. 오마이 뉴스 기자가 오더니 조선일보 기자 아니냐며 나가달라고 했다. 그때 마침 선배 전화가 핸드폰으로 걸려와서 받고 나갔다. 나중에 그 사람이 쓴 기사를 보니 “조선일보 기자가 참석했는데 지적을 받고 황급히 사라졌다”고 썼더라. 난 일이 있어서 대답 못하고 간 건데.... 발뺌한 것처럼 도망쳤다는 그 뉘앙스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할까. 조선일보와 안티조선과의 간극이 그만큼 큰 걸까. (조선일보 수습기사 中)

안티조선이 성공한 사회운동으로 자리잡으면서, 조선일보의 '오만한 언론권력의 횡포를 종식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이런 언론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내는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는 '조선일보'라는 이름을 달고 현장으로 투입되는 기자들에게는 더욱 크게 실감되고 있는 것이다.

수습기자들은 데스크와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한다. 선후배간 소통문제나, 회의에서의 평등한 의사소통이 없다는 것, 그리고 기사나 편집 결정권이 거의 데스크 중심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선후배간, 또 부서간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 같다. 때로는 부서간 협력이 필요한 일도 있을텐데, 그게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간적인 교류도 거의 없다고 느꼈다. 수습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수습을 끝내면 동료들과 인간 관계가 맺어질 수 있는지 의문을 갖는 동기도 있다. 어떤 선배들은 그런 건 기대하지 말라고 충고해 맥이 빠졌다.

입사 전에 생각했던 신문사 편집국의 이미지는 항상 시끌벅적하고 평기자와 데스크가 맘껏 토론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안에 들어와보니 그게 아니다. 의사소통은 항상 일방적인 것 같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치만 보고, 서로 오가는 게 없다, 심지어 아이디어 회의때도 기사가 되는지 안되는지 여부만 따지지, 평등한 의사소통이 없다. 기사나 편집 결정권이 데스크 중심이다.  (조선일보 수습기사 中)

수습들은 조선일보의 기사의 일관성의 결여와 기사논조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DJ 정권 때는 조선일보가 나이스(NEIS) 문제에 대해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보도를 했다고 하더라. 그러나 지금와서는 우리가 전교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나이스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전교조의 찬반 여부를 떠나 인권 문제를 계속 거론해줘야 일관성이 있는 것 아닌가.

선배들이 현장 분위기를 많이 물어본다. 데스크의 지시보다 현장 기자의 판단을 더 존중해 주는 분위기로 바뀌는 것 같다. 그런데 얼마전 서해 꽃게잡이 기사를 보면, 한겨레와 조선의 논조가 극가 극을 달렸다. 기자가 현장에서 느꼈을 것을 썼을텐데,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그게 개인 성향 때문인지, 이미 조직 분위기에 함몰돼서인지 궁금해진다. (조선일보 수습기사 中)

현장 기자의 판단을 더 존중해주는 분위기로 바뀌었으나, 기사를 살펴보면 논조가 극에서 극을 달린다는 부분에서는 더욱더 암울하다. 이는 조선일보의 데스크에 의해서 기사가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닌, 개인판단의 기준자체가 '조선일보화' 된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들 대부분이 주위로부터 “왜 하필이면..., 기왕 들어갔으니 네가 바꾸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같은 경우엔 택시기사한테도 그런 말을 들었다. 젊은 사람들에겐 안티조선이 지성의 상징으로 공식화된 것 같다. (조선일보 수습기사 中)

'조선일보만 매일 물고 늘어진다'라는 이야기는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문제가 있기 때문에 매일 미디어면에서는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이 나오게 되는 것이고, '안티조선'은 사람들의 인식속에 크게 자리잡게 된 것이다.

조선일보는 언론개혁의 1순위로 꼽아진다. 기존의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기에서 독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안티조선란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수습기자의 토론기는 '조선일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한 사람이 거대 조직을 개혁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타성에 젖어들다 보면 그 조직속에 함몰되어 따라가기 마련이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려는 논리만 세우기 일쑤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회적인 비판과 스스로의 성찰을 바탕에 두고 변화를 이뤄나가려 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번의 시도가 아닌 좀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밑바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에 들어간 수습들이 이러한 비판을 잃지 말고, 자기스스로의 관점을 살리고, 잘못된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해서 나간다면 조금이나마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그마한 기대를 가져본다. 이들이 과연 변화를 가져올지 아니면, 그저 사주를 지키는 경비견으로 전락할지 이들의 앞날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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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02 [15:1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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