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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적 이미지 강금실, 진실 혹은 거품
[정문순 칼럼] 법무장관시 개혁은 제도적 범위, 높은 지지도 뒤집어봐야
 
정문순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아이는 대개 팔방미인이다. 공부는 잘하는데 다른 분야에 내세울 게 없는 학생은 교사들한테만 총애를 받을 뿐이다. 책만 파고드는 외골수 주위에는 친구가 꾀지 않는다.
 
또 성적은 뛰어나지 않지만 다른 데 재주가 있는 아이는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학교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아이한테는 자기 재주를 드러낼 기회도 별로 없을 것이다.
 
또래한테 가장 인기가 높은 아이는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하여튼 뭐든 못하는 게 없는 만능인이다. 한 가지만 잘하든 이것저것 골고루 잘하든 둘 중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세상은 문어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여당이 여성 대통령 감으로까지 언급되던 전 법무장관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고 싶어 하는 걸 보면 사정이 어지간히 급했던가 보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인기가 그만큼 높기 때문인데 그녀의 대중적 인기가, 무언가 잘 한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열 가지 잘 해도 한 가지 미끄러지면 돌아서는 시정의 여론은 그녀가 법무장관 재직 시 어떤 일을 했는지는 기억하지 않는다. 강 전 장관의 인기 비결은 그녀의 스타일과 취향이 대중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데 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혁 이미지 상식선 못 넘어
 
강 전 장관이 일도 잘하고 놀기도 잘한다고 소문난 것에 대중들은 각별한 관심을 갖는다. 한국 사회의 수준으로 보아 그건 자연스러울 수 있다.
 
일과 놀이가 나란히 손을 잡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박힌 사람들에게 개미가 베짱이 노릇도 한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지기도 할 것이다. 딱딱한 법전을 만지작거리는 사람이 문화적 소양도 깊다더라는 것, 이것만 잘 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딴 것도 잘 하더라는 건 부러움과 선망을 일으킬 수 있는 대단한 재능으로 비칠 수 있다.
 
정치인으로서 강 전 장관은 개혁적이라는 이미지를 달고 있다. 법무부 인사에서 연공서열을 파괴한 건 보수적인 그 동네에서 획기적이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개혁성을 따지자면 사형제도 폐지 소신을 밝혔고, 강정구 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 지시를 내렸던 천정배 법무장관을 따를 수는 없다. 법무부내의 인사 개혁도 그 안에서야 강도가 큰 개혁으로 받아들여 반발하는 이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을 테고 그녀가 장관직에서 교체된 것도 그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바깥의 국민들에게는 어디까지나 지극히 상식적인 선의 개혁을 넘지 않은 것으로 다가온다.
 
대중적 인기의 비결은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데 있다. 노무현 정부 인사들의 흠을 어떻게든 들추어내려는 조선일보도 강 전 장관한테만큼은 그 인기에 편승하려고나 하지 헐뜯는 건 단념했다. 온건한 성향을 가진 사람은 적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왜 여성을 핑계로 내세우나
 
그만큼 개혁의 강도도 약해진다. 강 전 장관의 몇 가지 자질이나 정치적 태도는 하나같이 이미 주어진 경계를 넘어서지는 않으며 제도가 용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대중은 고리타분한 것도 싫어하지만 너무 앞서가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 만약 그녀가 법무장관 시절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했거나, 간첩으로 몰렸던 송두율 교수가 죄가 없다고 하는 등 다칠 각오가 아니고서는 힘든 발언을 했다면 보수언론에 의해 여지없이 난타 당했을 테고 말썽만 일으키는 시끄러운 여자로 모함을 받았을 것이다.
 
대중이 늘 바른 판단을 한다고 말할 수 없는 세상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는 건 그리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근거 없는 인기는 거품이 빨리 꺼질수록 좋다. 걱정스러운 건 여성계의 움직임이다. 여성을 서울시장으로 만들겠다는 말이 있는데,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열린우리당으로 나올 사람이니까 지원하려는 줄 세상이 아는데 왜 여성을 핑계로 내세우는가.
 
* 본문은 '언론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신문' 경남도민일보 http://www.dominilbo.co.kr 4월 13일자에도 실렸습니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의 거짓말-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작가와 비평, 2011)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06/04/13 [19:52]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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