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미워도 인간은 밉지 않다. 이건 불변의 진리이고 우리가 황우석을 용서해야 하는 이유이다. 황우석이 지은 죄는 응당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이지만 인간적으로 이해 받고 용서받기를 희망한다. 황우석의 거짓말병과 사기 행각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황우석은 1952년에 태어났다. 대략 출생 연도가 1948년에서 1955년 사이이면 거짓말 병에 걸려 있는 사람들이 많다. 1950년에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어린 시절 전쟁의 공포 속에서 끔찍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기에. 가난한 유년 시절이 어떠했을지 우리는 심정적으로 가슴아파 해야 한다. 전쟁 전후에 유아기를 보낸 사람들은 심리학적으로 탐욕을 컨트롤 못하게 되는 병에 걸리기 쉽다. 그 탐욕은 거짓말과 사기 행각을 만들어낸다. 한국의 심리학자들이 다소 부지런해서 6.25 전쟁 아동들의 마음의 상처가 어른이 된 후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를 연구했으면 한다. 지금 같은 국가적 혼란 상태에서 그에 대한 연구 발표가 없는 것은 학자들이 대학에서 뭘 하는지 의구심을 일게 한다. (사학법 개정 투쟁하느라 동원되고 있겠지?) 그 시절에 가난하게 태어나 성공한 사람들 대다수가 거짓말 병에 대한 병식이 없고, 이것을 생존기술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갖가지 이름 모를 정신질환에 시달리면서 불면증이나 암 같은 병에 노출되어 있다.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의 속성을 많이 미워한다. 사실 그들은 냉정하고 잔악한 데가 많다. 태풍과 해일, 지진, 화산 인간을 괴롭히는 변덕스런 날씨 속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과 지진도 없고 비교적 순한 자연 환경에서 살던 사람들의 속성이 같을 수는 없다. 나는 이런 이해심에서 그들의 속성이 이해가 간다. 그들이 전쟁 중에 우리에게 저지른 잔악한 죄가 밉지만 인간들이 미운 것은 아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황우석 지지자들의 음모론과 비판적인 진실추구 입장으로 나뉘어 무조건 싸워 이기고 보자 식의 전쟁 같은 양상이 번지고 있다. 6.25당시 끔찍했던 유아기를 보냈던 거짓말병 환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기회가 없었고, 우리 사회가 그들의 상처를 인간적으로 이해하려 들지 않기에 더욱 발악할 수밖에 없는 처지처럼 보인다. 거짓말을 전혀 할 줄 모르면 자폐증이다. 선의의 거짓말을 할 줄 아는 능력이 있으면 건강한 사람이다. 악의의 거짓말을 이기심에서 약간씩 하는 건 비난과 용서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면 허풍쟁이이다. 악의의 거짓말을 많은 사람들을 해치는 것인 줄 알면서 스스로 자제 능력이 없어 계속해서 하는 건 조절 능력 상실의 정신병 징후이다. 성공하기만 하면 거짓말도 훌륭한 생존 수단이고(줄기세포만 있으면 윤리위반이나 논문 조작 같은 부정행위도 문제 안된다는) 허용된다는 사고방식은 전쟁시 위기상황에서만 통한다. 지금은 전시체제가 아니다. 이런 사고방식이 통한다는 건, 우리사회가 아직도 전쟁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황우석의 죄를 변명하기 위해 양산되고 있는 각종 억측성 논리, 추리, 음모론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엄밀하고 용의주도하게 현실적인 픽션을 내포한 채 유포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사람들 머리 속에서 나오는 발상은 가히 발명왕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번뜩이고 재치있다. 죄를 변명하기 위한 머리 다툼, 죄를 처벌하기 위한 비판들 속에서 과연 무엇을 위해 우리가 이러고 있는지 자신들을 돌아봐야 한다.
누군가를 돕고 사랑하기 위해선 그가 저지른 죄를 변명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과 기만을 연구해 낼 것이 아니라 죄가 미워도 인간은 밉지 않다는 원론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최근 도올은 '이미 2년전에 자신이 황우석을 사기꾼이라고 평하자 주위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더라' 라고 털어놓았다. 도올이 진정 인기에 걸맞는 사상가라면 그렇게 말할 일이 아니다. 사상가와 지성인은 자기 주장을 못하는 약자의 대변자 역할을 해주면서 사회의 정의와 진실을 추구해야 옳다.
도올은 권력자에 아부하는 글을 올리거나 자기의 탁월함을 자랑하기 위해 강의한다. 황우석이 사기꾼이라는 점을 깨닫는 건 도올의 위치에서 귀동냥만으로도 충분히 감지가 가능했을 테고 그 정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황우석이 권력이 막강했을 때, 권력자에 맞서서 난자 문제를 사상적으로 대중에게 강의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다.
어떤 사상가도 의무적으로 대중에게 의견을 밝혀야만 하기에. 이제 황우석의 끝이 보이자(더이상 권력자가 아니자) "사기꾼인 걸 탁월한 나는 이미 전에 언급했었다"라고 자랑할 일이 아닌 것이다. 약자가 되어버린 황우석에 대해서는 윤리위반행동이 어떻게 사회에서 허용되었는지 깊이있게 원인을 밝힐 의무가 사상가에게 있다.
나는 황우석보다 황우석을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는 도올이 더 밉다. 배고픔이 뭔지 당신은 아는가? 부모에게서 아무것도 얻어먹지 못한 유아기의 충격을 당신은 이해하는가? 근원적인 고뇌를 모르는 도올은 어린애와 닮았다. 그렇다고 황우석의 죄가 면책되거나 불처벌되지는 말아야 한다. 거짓말과 사기가 타인들을 너무 많이 해쳤을 경우, 이미 사악한 수준을 넘어 버린 것이고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비극적 인간들을 양산해 낸 그 원인을 고민해 볼 때, 우리 모두가 함께 아파해야 하는 전쟁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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