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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MBC, 살길은 ‘PD수첩’ 방영뿐
[기자의 눈] 최문순 사장은 ‘황우석 2탄’ 방영으로 연구논란 종식시켜야
 
도형래   기사입력  2005/12/15 [14:05]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황우석 교수팀의 진위논란이 대한민국을 넘어 국제적인 사안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대가 줄기세포 연구 조사위원회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복제양 둘리를 개발한 영국의 월머트 박사 또한 국제공동조사단까지 제안하고 있다. 이 와중에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교신저자로 올라있는 미국 피츠버그 대 섀튼 교수는 논문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는 요구를 하는 등 진위논란을 넘어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황우석 연구에 대한 의혹이 하나 둘 씩 사실로 밝혀짐에 따라 최초로 문제제기를 했던 MBC ‘PD수첩’ 후속에 대한 언론시민단체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언론노조 신학림 위원장은 14일 언론관련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프레스센터에서 황우석박사의 배아줄기 세포 연구 논란과 관련해 언론의 올바른 보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장에서 “PD수첩은 어떤 경우에도 폐지해선 안되며, 2탄도 즉각 방영”할 것을 촉구했다.
 
신 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정확한 판단의 기초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2탄 방영은 이뤄져야 할 것”을 주장했고, 김영호 언개연 대표도 MBC측에 “갑작스러운 방영중단은 결과적으로 국민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임을 강조했다.

PD수첩과 황우석 교수팀 간 연구성과 진위 중재를 맡았던 김형태 변호사도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PD수첩 방영을 포기한 문화방송의 의사결정은 더 이상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며 “문화방송도 지금까지 취재된 내용을 하루빨리 보도해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 시민단체의 PD수첩 후속 방영 촉구에도 불구하고 MBC와 PD수첩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금 MBC는 침묵할 이유가 없다.
 
이미 PD수첩이 제기해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황우석 교수의 연구의혹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이는 첫째 ‘국익’으로 포장된 조중동 등의 보수신문과 YTN의 공세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MBC와 PD수첩의 명예회복 뿐 아니라 ‘진실규명’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서울대가 줄기세포 조사위원회 구성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차일피일 미뤄질 경우 조사의 주도권은 <사이언스>나 월마트 교수 등 외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서울대 조사위가 인선을 마치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기 전 PD수첩이 밝힌 사실들을 공개, 조사의 주도권을 우리가 계속 쥐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황우석 신드롬을 양산한 보수언론과 YTN, 정치권 등은 여전히 ‘국익’을 외치고 “줄기세포 연구가 새나갈 염려가 있다”며 진실규명을 비판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미 전 세계가 진상조사와 진실규명을 촉구하면서 실제 작업에 착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언론만 ‘우물안 개구리’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MBC 내에는 국민정서와 아직도 일부 여론의 역풍을 의식, 주저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무엇보다 ‘황우석 신드롬의 파국’을 원치않는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좋게 좋게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소리가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에 굴복한다면 이는 MBC가  '두번 죽는 꼴‘이고, 16년간 ’성역없는 비판‘을 강행하면서 탐사저널리즘의 금자탑을 쌓은 PD수첩에 대해 MBC 스스로 ’사형선고‘를 내린 꼴이나 다름없다.
 
이제 ‘황우석 신드롬’의 실체가 하나 하나 벗겨지고 있다. 황우석 교수팀의 조직적인 여론몰이가 하나 하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MBC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것은 “언론기관이 ‘과학을 검증’할 수 있느냐”와 ‘취재윤리 위반’이었지 황 교수 연구의혹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 또한 “언론의 과학 검증” 문제를 제기한 보수신문은 ‘강정구 교수 발언’ 등 시도때도 없이 ‘사상검증 전문기관’을 자처한 신문들이다. YTN의 김성종 연구원 인터뷰는 그야말로 YTN의 표현을 빌면 "MBC 죽이러 미국에 갔다"고 할만큼 표적취재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MBC의 ‘취재윤리 위반’을 비판한 YTN의 석연치 않은 ‘역 취재윤리 위반‘도 드러났고, ’아이러브 황우석 카페‘를 통한 조직적이고 대대적인 인터넷 여론몰이, 그리고 평소 MBC에 적대적인 조중동 보수신문의 공세 등은 대대적이고 조직적인 ’MBC 죽이기‘로 나타났다. 그래도 이같은 광기속에서 수많은 누리꾼들이 MBC를 지지하고 성원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PD수첩이 용기있게 진실보도를 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PD수첩 후속을 방영 안한다면 MBC는 조중동과 YTN ’죽이기‘에 죽은 것이 아닌 스스로 자폭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MBC가 후속편을 방영한다 해도 이제 MBC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상태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진짜 PD수첩이 제기하려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국민에게 속시원히 밝혀 ‘광기와 같았던 황우석 신드롬과 실체없는 국익론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MBC가 침묵한다면, 차라리 공영방송과 언론기관 포기선언을 국민에게 떳떳이 밝혀라. 그렇게 하는 것이 그나마 80년대 방송민주화를 위해 선도투쟁한 MBC가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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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2/15 [14: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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