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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은 국민의 냉소 정말 모르나?
[폴리티즌의 눈] 도대체 누굴위한 연정이고 지역차별 아닌 대결구도인가
 
도민   기사입력  2005/09/07 [13:37]
오랜만에 정혜신의 글을 읽었다. 읽고난 소감은 '역시나'이다. 내친 김에 유시민의 반론도 읽었다. 그 소감도 '역시나'이다. 앞의 경우는 감탄이고 뒤의 경우는 안타까움이다. 유시민은 '너의 상식은 그렇지만 다른 상식도 있다'고 말하는 정혜신에게 계속 '나의 상식은 이렇다'는 말만 반복한다. 그러므로 나는 정혜신의 재반론이 없으리라 추측한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을 이야기하며 제기한 '지역 대결 구도 해소'란 명분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누구는 정략이 숨어있다고 반박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원래 정치엔 명분과 정략이 함께하는 법이다. 더 나아가 설사 정략 투성이일지라도 그 방향이 내 생각과 같다면 더 이상 문제될 건 없다. 좋은 물건을 싸게 판 상인의 속셈이 돈벌기라 한들 그걸 비판한다는건 시간 낭비일 뿐이다.
 
짧게 문제를 제기하겠다. 내가 생각하는 연정론의 문제는 이것이다. 도대체 지역 대결 구도가 나와 무슨 상관인가? 오해가 없길 바란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지역 감정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아울러 지역 대결 구도의 완화 또한 바란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게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점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약간 하겠다. 나는 경상도출신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대개의 친척들 모두 그 지역 출신이다. 그러므로 지역 감정 문제를 이가 갈리도록 보고 자라야 했다. 그런 내가 절대로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과거 지역 감정 문제는 크지 않았다. 그 문제는 87년 대선 이후 민주화 진영의 분열을 야기했던 김대중의 등장으로 본격화되었다.' 그 사람들이 금과옥조처럼 내미는 증거도 있다. 가령 전두환 신군부가 집권한 이후 치뤄진 총선의 경우 전라도와 경상도 양 지역에서 여,야가 골고루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 당시를 돌이켜볼 때 '전라도 욕'은 사방에 널려있었다. 서민층이 그러면 편견이나 습관이라 치자. 소위 기득권층은 어땠을까? 면접장에서 대놓고 '전라도가 여기 왜 왔어?'라 묻는 기업과 언론사가 널려있었다.
 
왜 그런 역설이 벌어졌을까? 그건 용어의 혼란에 기인한다. 문제의 핵심을 '지역 차별'로 보느냐, '지역 대결 구도'로 보느냐이다. 김대중의 원죄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후자의 입장을 취한다. 그들은 김대중 이후 전라도 경상도의 표쏠림 현상이 본격화됐다는 사실에 집착한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은 티브이 토론에 나와 전라도의 투표 행태를 이라크와 비교하고 심지어 표얻으러 간 광주 유세에서 이회창은 당당하게 광주의 지역감정을 비판했다. 그들의 속마음은 이랬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경상도는 김대중에게 10프로 줬는데 한나라당에게 3프로 밖에 안주는 광주는 정말 지역감정의 온상이야. 여기엔 김대중 자신이 물증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분명히 정략적으로 지역감정 문제를 이용했다.
 
과연 이게 진실일까? 맞다. 진실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겐 진실일지라도 상식은 아니다. 정혜신이 잘 지적하는 것처럼 상식은 어느 입장에 서있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역 감정 문제에서 '지역 차별'을 핵심으로 본다면, 이 진실은 상식에 의해 거부된다. 가령 전두환 당시의 총선 결과가 그러하다. 당시 민정당 2중대인 민한당이 전라도에서 다수 당선된다고 해서 광주 학살 문제는 절대로 제기될 리 없었다. 역으로 경상도 사람들의 경우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경상도 편중인사와 개발은 지속될게 당연했다. 그러니 골고루 표가 나뉠 수 밖에! 그런데 그게 지역감정 문제에 있어서 그렇게 좋아할 결과일까? 가령, 미국의 흑인들의 표는 민주당이 독식한다. 이 표쏠림 현상의 치유법은 간단하다. 민주당이 공화당과 비슷해지면 된다. 그게 옳다면 더 할 말은 없다.
 
이 역설은 이제 김대중이 정치 전면에 등장하고 더 나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다시 반대 방향에서 재연된다. 민정당에게 표를 잘 주던 전라도 사람들이 갑자기 김대중에게 올인하고 경상도에선 야당의, 김대중 집권 이후엔 여당의 씨가 마른다. 반면 지역 차별 문제는 완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최소한 정부 각료의 경우 이 현상은 뚜렷해졌다. 더 나아가 호남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언론사나 기업들은 스스로 몸조심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김대중 공동 책임론자들은 한탄을 늘어놓는다. 봐봐. 최소한 예전엔 지역 대결구도는 없었어. 그런데 예전보단 전라도 차별이 최소한 줄어든 지금 표 대결 구도는 더 심해졌잖아. 이런데도 김대중에게 책임이 없단 말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필자는 궁금하다. 그들은 전라도 차별이 그냥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걸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리고 우는 아기가 젖을 더 얻어먹는다. 지역 차별 문제가 줄어든건 단언컨대 그건 전라도 사람들의 '올인' 때문에 가능했다. 그들이 표를 나눠 주었다면 지역 차별을 해도 되는 줄 알고 있는 정권이 지금까지 이어져왔을 것이다.
 
물론 김대중이 지역 감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한 점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김대중에게 공동책임을 지운다거나, 최소한 전라도 지역의 표쏠림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잘못 보아도 한참 잘못 본 것이다. 다시 흑인 문제를 예로 들겠다.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가 등장하면서 흑인들이 들고 일어섰고 때론 폭동이 났으며 사회적 아젠다가 되었고 최소한 법적으론 차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가 등장하기 이전엔 흑인들이 조용했으므로 인종 문제는 덜 심각했다,고 주장하는게 타당할까?
 
나는 지역 문제에 관한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아주 사소하고 간단하다. 최소한 내 주변에서 이제 대놓고 전라도를 비하하거나 욕하는 경우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지역 차별 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소수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변화는 한나라당을 보아도 뚜렷하다. 광주 참배는 절대로 없다고 주장하는 김용갑은 외토리로 전락했다. 대놓고 전라도를 배제했던 이회창 당시와 달리 지금은 다가가려는 시늉이라도 한다. 그들도 이제 안다. 지역 차별 구도를 유지하려고 드는 한 권력은 없다. 단언컨대 설사 차기 대권을 한나라당이 쥐게 된다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지역 편중 정책을 다시 펴기 어렵다. 그 정도로 한나라당이 어리석진 않다. 올바르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만큼 국민이 성장했다는 뜻이다.
 
글이 길어졌다. 지금까지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벌써 결론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왜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 차별'이 아니라 '지역 대결 구도'에 그토록 집중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도발적으로 예를 들어 묻겠다. 지난 재보궐 선거 당시 경북 영천에서 열린우리당의 정동윤 후보가 당선되는게 국민들에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었을까? 내가 보기에 열린우리당의 후보가 한나라당의 후보나 비슷비슷했다. 하기야 그러니 열린우리당에서 지역 개발 공약을 과거의 민정당처럼 무차별적으로 쏟아냈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정치인들에겐 심각한 문제일 지도 모르겠다. 당장 경북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이 당선되었다면 열린우리당에겐 아주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같은 국민 입장에선 어떨까? 당장 열린우리당의 정책이 어떻게 바뀔 수 있었는지 내게 설명해달라. 과반수를 넘겼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비슷했던 정당이 바뀌긴 뭘 바뀌었겠는가? 일부의 비판처럼 경상도 퍼주기가 본격화되었을지는 모르겠다. 경북 사람에겐 모르겠지만 서울 사는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내가 정혜신씨의 글을 읽으며 공감했던 구절을 소개하겠다.
 
'국민은 기본적으로 핵심권력과 떨어져 있는 집단이다. 권력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내부 권력집단들과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 논리적 정교함이 없어서 얼핏 거칠어 보일지 몰라도 권력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가짐으로 해서 생기는 객관적 시각과 직관, 상식적 의미의 현실감각은 놀랄만큼 정확할 수 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말마따나 국민들도 종종 틀린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과 유시민은 너무나 답답할 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들이 잊고 있는게 있다. 당장 기억을 돌이켜보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지역 문제 해소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있으므로 가능했다. 아울러, 그 문제에 관한한 내 주변의 사람들 다수는 노 대통령의 당선이 의미가 있었다고 믿는다. 그런데 왜 그런 국민들이 '지역 대결 구도 해소'라는 대통령의 제안엔 냉소를 보낼까?
 
국민들 사이에 어떤 흐름이 있다면 거기엔 이유가 있다. 연정 문제에 관한한 국민들의 입장과 대통령의 입장은 다르다. 대통령과 유시민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지역 대결 구도는 사실 국민들 입장에서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심하게 이야기해서 그건 그들간의 자리 나눔일 뿐이다. 그런데 그런 사소한 문제를 놓고 내각제도 할 수 있다는 말까지 들리는 형편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대통령 직선제는 역사적 경험이 담겨있는 소중한 제도이다. 국민들 모두 직감적으로 내각제는 나눠먹기가 되기 쉬우며 그나마 직접 선출되는 대통령이-표를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그나마 국민편에 서게 된다고 느낀다. 그런데 경상도에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당선되기 위해 그렇게 소중한 대통령제도 없앨 수 있다고? 이건 번짓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만약 지역 균형 인사에 관한한-누구 말마따나- 헌법처럼 고치기 어려운 법을 만들겠다고 나선다면, 감히 반대할 사람 많지 않을 것이다. 또, 행정수도의 순조로운 이전이나-하다못해 부동산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과 연정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국민들의 반응은 또 달랐을 것이다. 두가지 모두 국민들에겐 중요한 문제이다. 정작 국민들에게 중요한 행정 수도 이전 문제는 독식하더니 국민들은 무관심한, 지역에서 각 정당 골고루 당선되는 제도를 위해선 권력을 걸고 연정할 수도 있단다.
 
나는 '지역 대결 구도 해소'를 위해 권력까지 내놓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다. 또, 그것을 옹호하는 유시민씨의 논리도 동의할 수 있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드라이브가 성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A라는 장사꾼에게 너무나 중요하고 논리적이기도 한 문제가 B라는 장사꾼이나 소비자에겐 해당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A라는 장사꾼이 그걸 소비자에게 납득시키겠다며 붙잡아 놓고 떠들면 파산하기 십상이다. 그럴 장사꾼도 없거니와 그럴 경우 외면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의원이라면 그렇게 무시할 수 없으니 문제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파산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럴 때 내게도 피해가 닥치기 때문이다.
 
* 본문은 대자보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정치공론장 폴리티즌'(www.politizen.org)에서 제공한 것으로, 다른 사이트에 소개시에는 원 출처를 명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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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9/07 [13:3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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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존주의자 2005/09/08 [02:29] 수정 | 삭제
  • 현재 컴퓨터와 통신 기술의 발달과 소득의 증가로 3D 업종의 기피로 실제 일자리가 어떤 정책을 써도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새로운 일자리는 일본의 탁아소 운영을 위한 엔젤플랜, 프랑스의 주 35시간 노동과 같은 복지 서비스 분야와 일자리 나눔에서 창출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실행할 돈이 없다.

    실행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돈(세금)을 더 걷어야 하지만 이들은 부동산 투기를 하는 주범들이라 이들에게서 돈을 걷기란 지금의 실정에서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하다.

    최창집, 김동춘교수 등과 여기의 도민씨는 문제에 대한 비판만 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실천이 필요한지에 그 어떤 방법도 제시 못하고 있다.

    나는 연정이나 선거구제 개편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스웨덴이 아니라 미국 정도로 이 나라의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두어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의견을 제시하고 비판하기를 바란다.

    내가 노무현 관찰자에서 참여자(노빠)로 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다름 2005/09/07 [23:05] 수정 | 삭제
  • 좋은글 잘읽었습니다..참고로 노빠는 아니라도 아직까지 지지철회는 하지 않은...참고 있다는
    그래서 왠많한 글보면 뒤틀리는데...좋은글이군요
  • pig 2005/09/07 [18:01] 수정 | 삭제

  • 암튼, 지역대결구도가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필자의 견해를 탓할 수는 없읍니다만,

    지역대결구도가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등 온갖 분야에 독버섯처럼
    기생하며 나라를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의견 또한 존중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한나라이 대통령이 그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제기하고 있고, 여당이든
    야당이든. 진보세력 조차 그 폐해에 대해 일정부분(?) 동의하고 있고...

    ...다만, 현재 각 논점의 차이는 어떻게 해소하느냐의 문제고...지금
    이 논쟁도 연정 또는 선거구제 개편이 지역대결구도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와 해결할 수 없다면 또다른 대안은 없는 지...로 압축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지역대결구도가 중요하지 않다라는 것 보다는 그 해결방안이
    무엇이냐에 촛점이 두어져야 할 거 같습니다~
  • 공감만땅 2005/09/07 [17:12] 수정 | 삭제
  • 발상부터가 문제입니다!
    한나라와 연정이 옳다면 친일세력 척결은 왜! 외치는지
  • 조샘 2005/09/07 [15:59] 수정 | 삭제
  • 1. 지역 대결 구도는 사실 국민들 입장에서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심하게 이야기해서 그건 그들간의 자리 나눔일 뿐이다. 그런데 그런 사소한 문제를 놓고 내각제도 .....
    2. ...그렇게 소중한 대통령제도 ....라 하셨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대통령제 보다 지역대결 고착화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우민 2005/09/07 [15:42] 수정 | 삭제
  • 항상 어느 시대 건 선민이 있어 진보를 이끌어 왔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