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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소수자 운동, 어디까지 왔나
[인권사랑방의 눈]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 스스로 권리 주장부터 시작돼
 
이경
청소년 성소수자는 없다?
 
우리 사회에 청소년 성소수자는 없다.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나 성소수자로서의 청소년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머리가 짧은 여학생들이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면 레즈비언일지도 모른다? 지금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이와 같은 '이반(동성애자) 검열'이 진행 중이다.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상 동성애자 차별조항이 삭제된 지도 1년이 훨씬 넘었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지난 7월 13일 방영된 문화방송 <뉴스투데이-현장속으로>의 '이반문화 확산' 보도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에 대한 억압적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청소년 동성애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없어지는 일시적 현상"으로 매도당했으며, 청소년은 "동성애 인터넷 사이트를 무분별하게 접하면서 동성애 성향에 무감각해지는" 아무 생각 없는 존재가 되었다. 성소수자들은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존재, 소위 '비행'을 부추기는 존재로 간주됐다. 그렇기 때문에 뉴스투데이는 아무 거리낌 없이 레즈비언 업소를 잠입 취재했으며,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포스터를 '버젓이' 붙여놓았다고 개탄하며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권리조차 주장해서는 안 되는 존재들로 몰아붙였다.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소녀 동성애자 인권침해 실태를 고발한 '이반검열'의 스틸사진     © 인권영화제 홈페이지 www.sarangbang.or.kr/hrfilm

이는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저열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여전히 '성적으로 문란하고 퇴폐한 부류이며 에이즈와 가족 붕괴의 주범'이다. 이 사회의 지배적 의식을 교육하는 학교 교육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이는 교과서 밖에서도 '이반검열과 탄압'의 방식으로 수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를 삶의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다.
 
이성애를 통한 결혼과 출산이 올바른 것으로, 동성애는 에이즈의 원인으로 가르치는 학교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자신을 혐오할 수 밖에 없다. 머리가 짧고 동성친구와 스킨십을 했다는 이유로 '동성애자'냐고 몰아붙이는 교사 앞에서 이들은 인간적 모독을 당하기 일쑤이다. 심지어 학칙으로 신체적 접촉과 두발길이 등을 제한하거나 아예 동성애적 행위를 벌점으로 매기는 학교도 적지 않다.
 
담임교사가 부모를 불러서 '다시는 딸에게 동성애를 시키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는 한 청소년의 증언은 학교에서 청소년 성소수자 자신의 정체성은 완전히 짓밟힌다는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교사가 레즈비언 학생을 불러다 레즈비언들끼리는 어떻게 하냐는 식으로 캐묻거나, 동성애 성적 표현이 있는 소설을 자신의 앞에서 낭독하게 하는 등 성적 모욕과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학교 내에 자신의 성정체성이 알려져,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퇴를 택하게 되며, 자살로 내몰리게 된다. 주변에서 학교를 자퇴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예전보다 많이 만나게 되는 것도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닐 것이다. 2003년 자살한 청소년 성소수자 고(故) 육우당도 학교에 자신의 정체성이 알려진 뒤 자퇴할 수밖에 없었고, 그 뒤 자리를 잡기 힘들어 많은 고민을 해왔었다. 그가 가장 안타까웠던 이유는 그가 청소년이라는 위치 때문에 학교를 나와서 돈을 벌기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자신을 긍정하고 존중하기에는 현실이 너무나 가혹해 많이 괴로워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의 혐오와 차별 때문에 죽어간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많다.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 움트다
 
성소수자와 청소년 인권의 문제는 아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 사회가 성소수자를 억압하고 배제하기 위해 사용해온 방법은 청소년에 대한 통제와 억압을 이에 연결시키는 것이었다. 청소년은 사회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다. 청소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도 항변할 수 없고, 마음에 드는 친구와 함부로 연애도 할 수 없으며, 학교에서 교사에게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맞기도 한다. 이 사회에서 인권이란 다분히 '성인용'이다.
 
학교 안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는 그 자신이 가진 성정체성 때문에 더욱 억압적인 상황 속에 놓여 있다. 성정체성은 낙인처럼 작용하여 교사가 성소수자인 학생을 함부로 대하고 폭력을 가해도 더욱 항변하기 힘들다. 교사와 학생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교사가 많은 수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실제로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되게끔 만드는 효과를 낸다. 주변의 학생들 또한 학교와 사회가 주입하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종종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악의적인 폭력과 차별을 행사하는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중의 억압은 이들이 언제나 쉽게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해도 항변하기 힘든 청소년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혐오 받고 존재조차 쉽게 밝힐 수 없는 성소수자이기에 더욱 무겁고 끔찍하다.
 
그렇기 때문에 성소수자 단체들이 최근 '청소년 성소수자'의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각 단체에서 접근하는 청소년 성소수자 문제의 해법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10대 이반여성들이 학교에서 겪고 있는 차별 사례를 수집하며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여성, 청소년, 성소수자라는 3중의 억압에 처한 10대 이반여성들의 현실을 조명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공동으로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한 저항과 청소년 성소수자 내부의 연대를 조직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성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매뉴얼 발간을 목표로 현직 교사 및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소통하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현직교사들의 지적에서 보듯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학교에서 사용되지 못하는 현실이 여전히 존재함을 간과한다면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동성애자인권연대도 학교에서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모두를 위한 교육'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활동을 시작했다. 교사, 청소년 성소수자, 청소년 이성애자 등 학교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학교내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인권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식과 제도의 개선은 좋은 기획과 사업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모든 운동이 그래왔듯이, 우리가 제시한 과제들이 당사자 대중의 과제로 연결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지지하는 운동으로 나타날 때 비로소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주체 만들어내야
 
이런 면에서 여전히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성소수자 단체들의 접근방식은 아직까지 본격화되지 못한, 진정한 운동을 건설해내기 위한 맹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당 주체가 조직되고 스스로 운동을 건설하지 못하는 단계에서 우리가 원하는 학교 교육의 변화와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의 신장을 바라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라는 것이다. 만약 성소수자 단체들이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운동의 주체로 세워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7월 중순 벌어진 MBC 뉴스투데이의 왜곡ㆍ혐오보도에 대한 대응은 좀더 달라졌을 것이다. 분노하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일 수 있도록 더 큰 항의를 조직했더라면, 이후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을 이끌어갈 주체의 맹아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친구사이가 준비하는 청소년들의 캠프도 이런 사안과 결합될 때 상승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억압적인 현실에서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가 쏟아져 나오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성애자인권연대의 한 장애인 회원이 이야기 했듯이 "장애인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위해 싸우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몇 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포기하지 않고 확대시켰기 때문에 우리는 장애인 스스로의 운동을 건설할 수 있었다."
 
청소년 성소수자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학교에서는 일대 반란이 일고 있다. 내신등급제에 반대하는 운동과 두발자유화운동이 청소년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청소년 운동에 있어 중대한 변화이다. 청소년 성소수자 또한 스스로 운동을 만들어나가야 할 시기이다. 그 과정에서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검열'이 학교에서 시작된 청소년들의 저항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청소년들 스스로 깨닫게 되리라 믿는다. 더불어 여전히 청소년에 대한 보수적 의식을 가진 성소수자들 또한 청소년 성소수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바꾸게 될 것이다. 청소년 인권은 어른들이 대신 찾아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소수자 운동에 제안한다. 지금, 여기서부터 청소년 성소수자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위해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 노력을 기울이자. 진정한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의 건설은 이제부터이다.
 
* 이경 님은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입니다.
* 본문은 <대자보>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인권운동사랑방(http://www.sarangbang.or.kr)의 [인권하루소식] 7월 28일자(28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본문의 제목은 원제와 조금 다르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사입력: 2005/07/28 [13:55]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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