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이면 광복 60년,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 운동을 시작한지 15년이 되는 해이다.
2004년 12월 16일 11시 30분 세종홀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고, 여전히 전쟁 중 자행되는 여성인권 유린 범죄문제 해결을 위한 살아있는 현장 교육의 장이 될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을 위한 건립위원회 발족식을 가졌다.
행사장에는 제일 먼저 건립의 씨앗을 준비했던 황금주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할머니들과 크리스찬아카데미 강원룡 이사장, 정대협 초대 공동 대표였던 이효재 선생, 강지원 변호사, 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미국과 일본의 변호사와 인권단체, 여성단체와 여성신문사 등 언론사, 인천의 희망연대 어린이들까지 다양한 계층이 건립위원과 후원회원으로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 했다.
사회를 맡은 변영주 감독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박물관 건립이 현실화되니 기쁨과 아픔이 교차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자리가 그동안 할머니들이 고통 받은 세월을 다 감싸 안을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감정을 토로했다.
초대 ‘정대협’ 공동 대표였으며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위원회’ 준비위원장인 윤정옥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서 박물관 건립의 취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사과를 물론 안하고 있지만 반성조차 안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부과학상이 역사 교과서에 자학적인 용어인 전쟁위안부라는 용어가 줄어들어 다행이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렇게 축소 왜곡된 새 교과서 채택 여부가 내년에 결정 될 조짐이다.
세상은 여전히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열심히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전쟁 전에 이미 우리는 월남전에 참여했고 우리나라 젊은 남성들이 월남 여성들을 많이 범했다. 그렇게 낳은 한국인 2세에 대해 한국 남성들이 자기의 자식라고 몇 명이나 시인을 했는지 모르겠다. 다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원나라의 요청에 의해 여자들을 공녀로 보냈고, 그녀들이 돌아왔을 때 그들을 고향에 살아 돌아온 사람들이라고 ‘환향녀’라 하며 사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소위 행실이 나쁘다는 여자들을 화냥년으로 부른다. 과거 우리는 원나라와 일본에 의해 치욕을 당한 수모적인 피해자였고 월남전에서는 가해자였으며, 아시아의 많은 여성들이 나라의 굴욕을 짊어졌는데, 그들에 대해 역사적으로 얼마나 바르게 가르쳤는지 모르겠다. 현재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미군과 영국군이 수많은 현지 여성들이 범했다는 사실이 우리나라에서는 일체 보도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또 일어날지 모른다. 그런데 이미 일어난 일들이 수치스러우니, 명예스럽지 않으니 대강대강 넘기라고 한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그 사실을 함구해야 하겠는가? 우리가 또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평화인데 사회정의 없이 어떻게 평화가 건설될 수 있는가? 역사적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우리들이 그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려 한다면, 이미 저질러진 일을 어떻게 되돌리겠느냐하는 태도로는 이제는 절대 안된다. 산다는 것이 좋게좋게 넘어가는 것만이 아닌 것이 역사의 엄격한 심판인 것으로 안다. 우리가 박물관을 세운다면 전쟁 뿐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게 된 그 역사적인 사실을 제대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 원나라 때 일부터 일제가 우리 할머니들에게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또 우리가 월남에 가서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사실대로 진실하게 밝혀내고 반성해서 정말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도록 해야한다. 앞으로도 계속적인 관심과 협력을 부탁드린다.“ 여성운동의 산증인이신 이효재 선생은 “운동의 일선에서 손을 뗀지 8년이 지났는데 위안부 할머니들을 건강하게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고 그들이 역사의 산증인들로 우뚝 서 깨끗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함께 한 것이 너무 감격스럽다고 했다.
운동 초반기부터 함께 한 동지들과 생각한 것이 15년이 지난 지금 박물관 건립 준비위원회로 발족식으로 현실화되니 81세가 되도록 살아있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94살이 지나신 강원룡 목사님까지 뵈니 오래 살고 볼 것이라는 행복감을 느낀다며 함께 한 어린아이들이 장성해서 정신대의 역사를 올바르게 알고 새 역사를 펼쳐갈 미래 세대를 보니 모든 것이 기쁘고 감사하다“며 인사를 마쳤다.
일본의 ‘여성인권과 평화를 위한 박물관’을 준비중인 일본인 여성과 남성 변호사는 일본의 전쟁 지향적 태도와 역사 왜곡에 대한 비양심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아시아 여성인권과 평화를 위해서 협력하여 바른 역사적 규명과 더불어 역사의 산실인 박물관을 건립하는 일에 함께 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마지막으로 공동 건립위원장인 강원룡 목사는 “한일외교반대 부끄러운 굴욕외교반대 그때에 이런 문제는 주목도 안하고 한일간에 정상회담을 진행시킨 당국의 책임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쁘게 생각하는 것은 이분들이 이런 일로 수모도 당하고 보상도 못 받았는데 15년간 추구해서 박물관까지 설립하게 된 것이다.
참으로 이분들이 한 일은 역사를 바로 잡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27살인 외손자가 타임지에 위안부 문제를 논문으로 발표해서 학위를 받고 한국에 와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고 돌아가서 미국서 몇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실을 알리고 있다. 한국에서만 아니라 20대까지 동참해서 역사 왜곡을 바로잡도록 알렸으면 좋겠다.
이번에 시작한 운동이 반드시 성공을 해서 일본이 한 행동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알도록 하고 앞으로 남은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황금주 할머니가 보따리에 꽁치꽁치 싸서 ‘정대협’으로 가져 온 500만원이 씨앗이 되어 박물관 건립을 위한 모금은 할머니들에게 불꽃처럼 번져 나갔다.
정신대 할머니들은 한결같이 온 세상 사람들이 전쟁의 희생물이 되었던 위안부들의 억울한 과거사가 바로 해석되고 일본이 공식적인 사과와 더불어 적절한 피해 보상을 해 줄 것. 이를 통해 후손들과 세계 곳곳에 희생의 가능성을 안고 사는 약소국 여성들의 인권이 보호받고 평화가 이어지기를 소망하고 있다.
월남에는 이미 여성사 박물관이 건립되어 있으며 자료가 상당히 방대하다고 한다.
2005년이면 광복 60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이 이제라도 왜곡되고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고 여성들의 인권과 평화를 지켜나가려는 역사적인 일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씨앗은 비록 한 위안부 할머니로부터 비롯되었지만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 나가야 할 중요한 역사적 과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