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업이라는 말을 쓴다. 이론적으로는 지하경제로 분류하는 것이 옳지만 어쨌든 이런 말을 쓴다. 지하경제를 대개 우리나라 GDP의 12~15%로 추정하는 것이 경향이다. 선진국 5% 미만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대체적으로 70조 정도의 돈이 우리나라에서는 음성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어쨌든 형사정책연구원에서는 성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2002년 추정치로는 여성 33만명에 경제규모로는 24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대를 중심으로 계산한 액수가 국민소득의 4.1% 정도이다. 여성단체를 비롯한 상식적으로 성산업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추정근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150만명으로 추정을 한다. 이걸 외삽해서 연산계산하면, 120조, 여기에 최소한의 유관산업 효과를 고려해보면 150조라는 돈이 나온다.
여성 150만명에, 경제규모 150조...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 총규모가 100조 안팎이다.
국가의 1/3이 집창촌과 룸살롱 등에서 움직이는 셈이다. 가임여성으로 추산해보면 여성 인구의 1/8 정도가 나오지만, 18세에서 35세 인구로 압축해서 추산해보면, 1/4 정도가 나온다. 여기에 다시 여성의 대학진학률 35%와 실업계 여성 고등학생 인구 같은 걸 감안해서 고려해보면, 그야말로 특정 계층의 특정 연령대에서의 성산업 종사자가 50%가 넘을 수 있다는 숫자가 나온다. 실제로 그 정도 되어야 150만명이라는 숫자를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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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성매매 금지 광고, 인스턴트 음식을 사듯 너무나도 손쉽게 살 수 있는 성매매, 인신매매에 대한 자각성을 일으키는 광고이다. © 인터넷 이미지 |
사람의 말로 하면... 못사는 동네 실업계 애들, ‘다 나가요’라는 어느 한 소녀의 외침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라고 요약된다.
1.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 두 가지 요소 우리나라에만 있고 다른 나라에는 없는 것이 몇 가지 있지만, 그 중에 룸살롱과 과외 열풍은 우리나라에만 있고 다른 나라 어디에도 없는 사건이다. 과외는 선진국에도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영국과 미국의 일부 특수계층에 해당하는 얘기이고, 이렇게 과외를 시키는 것이 상식적이 되는 나라는 단연 우리나라 밖에 없다.
울산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노동조합 조합원끼리 노래방에 갔다가 소위 도우미를 불렀다고 한다. 이 때 어느 노조간부의 부인이 오는 일이 벌어졌다. 이 부인은 과외비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현실에서 당면한 우리 사회의 아픈 부분 중의 하나를 보여주는 일이다.
국민소득 1만불이라고 하지만, 이 명목소득 1만불의 의미가 없게 만드는 것을 나는 사교육과 성산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룸살롱의 법인 결제액이 1조 5천억, 즉 공금으로 마시는 것이 이 규모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다섯 배 이상 높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공공기관에서는 보통 하나의 사업예산을 짜면서 5% 안팍을 업무추진비로 설정하고 1% 정도를 수용비라는 명목으로 배정을 한다. 수용비는 뭐든지 필요한 돈을 쓸 수 있게 해놓은 항목인데, 대게 이 수용비로 컴의 사양을 높이거나 아니면 택배비 같은 걸 쓰거나 비행기를 타고 가야할 일이 생겼을 때 행자부 출장비는 새마을호를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그 남은 차액을 이걸로 해결하게 된다. 공식적으로 토론회나 자문 같은 걸 했을 때 시간당 단가 5만원 이상을 주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용비로 약간의 돈을 부풀려서 이럴 때 약간의 돈을 얹어주기도 한다.
그나마 이렇게 하는 일에 돈을 쓰는 경우는 그래도 뭔가 좀 할려고 하는 곳이고, 수용비 같은 걸 모아서 연말에 직원들한테 보너스로 넘겨주거나 송년회 비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업무추진비의 경우는 밥값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인카드 가지고 룸살롱 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30만원이 넘으면 이사급 이상의 결제가 필요하기도 하거니와 감사받을 때 영수증을 발급한 가게의 분류를 일괄적으로 뽑아주는 배치 파일을 감사원에서 가지고 있다. 대중음식점과 룸살롱은 식당 분류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일련번호가 다르다.
그래서 1차는 대개 공공기관에서 내고 소위 2차를 민간업체에게 부담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시장이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얼어붙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일반 회사의 법인세 면세 기준을 낮추는 일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 상황이면 어차피 내야 할 세금 공무원 접대 등에 사용해서 면세 받는 일이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이 자기 돈 내고 룸살롱 가는 것을 세제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일은 이미 큰 저항없이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된 상태이다.
그리고 집창촌의 문제로 내려간 셈이다. 크게 보면 그렇다.
2. 뭘 먹고 살란 말이냐? 조세 저항이 있듯이 성매매방지법에 대해서 사회적 저항이 또한 만만하지는 않다. 정부가 대책으로 마련한 것이 별로 대책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1만불 국민소득이라는 시대에 일종의 사회적 minority라고 할 수 있는 잘 배우지 못하고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한 가임여성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지, 이걸 성산업으로 먹고 살도록 해주면 될 거 아니냐는 주장이 주장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사회 안전망과 체계적 대책으로 풀어야지 성산업도 일종의 산업이라는 논리로 풀어서는 장기적으로 더욱 곤란한 일이 벌어질 뿐더러, 이런 구조로는 '산업 위안부'의 논리에 불과하다. 일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잘못된 일이라고 하면서 이것이 우리의 문제가 될 때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3.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야지! 일부에서는 현 정부가 좌파라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데 익숙해서 성매매방지법을 실시하는 것이라는 엽기적 주장을 한다. 국가보안법과 성매매방지법을 동등하게, 그야말로 일대일로 붙여보자는 생각이기는 한데, 무엇이 더 자유를 억박하는지에 대해서 조금 생각하게 된다.
어느 사회라도 깡패들의 자유를 보장해주지는 않고, 조직폭력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제대로 된 자기들끼리의 계약관계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경제행위'가 사회의 다른 구성원에게 지나치게 많은 해를 주기 때문이다.
성매매의 자유라는 것은 그야말로 전도되고 왜곡된 남성중심주의에서의 자유일 뿐이다.
4. 전국민을 범죄자로 만든다?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드는 법률 중에는 도저히 지킬 수 없는 법률을 그래도 계도의 효과로 시행하고 있는 법률을 의미한다. 핸드폰법 같은 것이 많이 거론된다. 운전 중에 핸펀을 사용하면 교통법규 위반이지만, 잡을 길이 없고, 또 잡을 생각도 별로 없다. 그래서 그냥 핸펀을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법규 위반이다.
성매매법의 경우가 조금만 지나면 실제 단속은 불가능하고, 잠재적으로는 정상적인 경제행위로 전환될 것이므로, 실제로는 모두를 범죄자로 만드는 법규라는 것이 이런 논리이다.
그러나 성매매법의 경우는 전혀 사정이 다른 것이 운전 중에 핸펀을 사용하기 위해서 조직을 만들거나 유통망을 만들지는 않는다. 조직과 유통망, 그리고 소위 recruitment 체계를 문제삼는 것이고, 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쌍벌죄라는 원칙을 도입한 것이지, 개인의 행위에 대한 계도 차원에서 운용되는 핸펀 관련 법규와는 전혀 성격을 달리한다.
5. 음주법과의 비교 실제 성매매법과 비교할 때 가장 답하기 곤혹스러운 부분은 과도한 단속이나 그런데 있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음성화해서 체계적인 지하세계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비교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음주법의 경우가 그랬다.
식품위생법을 개정하면서 3년 이상의 형벌 규정이 추진되는 중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유사한 지적이 진행된다.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면 그야말로 사형이라도 시켜야 할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그렇게 일방적으로 형벌 수위만을 높인다고 해서 잘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더욱 더 음성적이 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식약청의 권한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과 동시에 음식관리체계 자체를 법규와 행정망 내부로 집어넣는 것이 대책이지 형량만 높인다고 해서 문제가 풀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성매매방지법이 단기적으로는 문제를 푸는 것 같아 보여도, 음성적인 거래를 더욱 더 지하 깊숙이 집어넣고, 이를 관리하는, 그래서 법률과 행정망으로 어쩔 수 없는 또 다른 거대한 집단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분명 이 지적은 아픈 지적이다.
장기매매는 분명 불법이지만, 업체도 있고 광고도 한다. 문희준이 들어가 본 한나라당 당사의 화장실에도 장기매매 광고가 붙어있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한나라당 당사에 장기매매 광고를 붙여놓은 것일까? 지인이 있지 않으면 들어가보기도 어려운 한나라당 당사에 말이다.
그렇지만 분명히 장기매매가 우리 사회에 분명히 산업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사실이다. 또 다른 음성시장으로 도로 주변에도 버젓이 걸어놓고 "떼인 빚 받아드립니다"라는 광고를 걸어놓는 사람들이다. 빚의 절반이 용역비라고 한다. 약간의 선불금을 주면 그야말로 깔끔하게 떼인 빚의 절반은 가져다준다고 한다. 편리한 제도인가? 물론 미친 사회이다. 도대체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다시 빚을 갚게되는 것일까? 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없고, 이근안이 어떻게 김근태에게 자백을 받았는가에 대한 걸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다.
성매매법이 또 다른 음주법이 될 것인가 아니면 하나의 제도로 자리를 잡게될 것인가?
법은 있지만 아무도 지키지 않으면 음주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나는 성매매방지법을 그야말로 특별히 지지한다. 이 경우에는 사회적 지지가 실제로 법규를 제도로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법을 지지하는 이유는 더 잘만든 법이라거나 대책이 체계적으로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성산업이 15% 정도나 차지하는 이 상태가 도덕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6. 아직도 여성은 더욱 지지를 받아야 한다 성매매방지법에 대해서 글을 쓰거나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남자는 생각보다 별로 없다. 성매매 시행 초기 3주 동안 성매매방지법에 대해서 지지하는 글을 쓰거나 의견을 피력한 사람은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묘한 상황이 벌어진다. 여성들이 지지해서 성매매방지법이 생겨난 것이라고 보수 언론에서는 묘하게 상황을 몰아나간다.
그러다 보니 결론적으로 여성과 여성의 갈등으로 상황의 각이 자연스럽게 변질되어 간다.
잘 교육받고 잘 먹고 산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법률을 지지하는 것이고, 그래서 법률에 대해서 반대하는 여성들은 '여성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상황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다보니 입만 동동 살아있는 남자들이 부르죠아 여성운동이라느니 페미니스트들의 편집증적이며 좁은 그들만의 시각을 은근히 강요하는 것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말들이 역풍처럼 튀어나온다.
그러나 그런 건 아니다. 기생적인 성산업의 피해자는 150만명이라고 추정되는 일부 여성만이 아니라, 그렇게 해서 기형적으로 작동하는 국민경제 전체가 피해자이다. 4인 가족으로 환산만 하더라도 국민 중 600만명이 성산업의 직접적 피해자다. 그렇다면 성산업으로 소위 성구매를 하는 인구의 숫자는 얼마가 될까? 20만원의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소위 빈도수를 곱해서 직접 구매비용은 120조를 계산하고 중복계산에 대한 가중치를 적용하면 대략적 숫자가 나올 것이다. 얼마나 될까?
우리 사회에서 부자이든 가난하든 여성은 더욱 많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 가난한 사람이 지지받지 못해서 생겨난 이상한 제도들, 정신 나간 의료보장이나 미친 최저임금제와 같은 것들이 있지만, 여성이 지지를 받지 못해서 생겨난 것이 성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더욱 많은 지지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 성산업이라고 보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산업이 된 우리나라의 성산업은 법률적 제재가 아니라면 더 이상 해소할 사회적 동력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커버렸다.
누가 국민소득의 15%에 해당하는 덩어리에 대해서 시비를 붙을 수 있을까? 성매매방지법은 이 커져버린 이물질에 대한 사회적 싸움 같은 것이고, 이 문제가 해소되는데, 또 다른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성매매방지법을 지지한다. / 논설위원
* 필자는 초록정치연대(
www.greens.or.kr)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