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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를 서울에 상납?
대구시 12년된 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 포기, 아쉬움속 서울에 개최권넘겨
 
서태영   기사입력  2004/09/17 [07:34]
▲ 누구를 위하여 팡파르는 울리는가? 무엇을 위한 팡파르였을까?     © 서태영

  고적대가 국채보상공원 앞으로 들어올 땐 경사가 난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행사 이름이 '제13회 서울휠체어마라톤대회'라 당혹스러웠습니다. 선수단 출정식을 이렇게 요란하게 하는 행사는 보지 못했으니까요.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국제휠체어마라톤을 대구에서 서울로 시집 보내는데 대회를 12년 동안 진행해온 주최측이 왜 아쉽고 섭섭하지 않겠습니까. 

  처음 본 작년 대구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는 소박했지만 값진 행사였습니다. 대회 주최측의 어려움은 작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행사계획을 발표해놓고는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축소변경되는 것을 심상찮게 지켜봤습니다.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는 그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탈출구이겠지만, 안타까움을 금할 순 없습니다. 사람을 서울로 보내고 행사도 서울로 보내고, 이렇게 해서야 지방분권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돈 쓸데 쓰지 못하고 자꾸 돈 안 들어가는 방향으로 머리만 돌려서야......  
  
▲ 대회 붐 조성을 위해 휠체어마라톤대회 출전선수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 보도사진닷컴




























  장애인행사가 돈 안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돈되는 행사로 알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특색 있는 문화예술 행사로 돌파구를 열었어야 했습니다. 영양가 있는 기관, 사람, 문화행사 유치에 바쁜데 혹떼는 기분으로 휠체어마라톤대회를 서울에 퍼줬다면 결코 칭찬받을 일은 아닐 겁니다.  

▲ 대회 서울 이관은 대구지체장애인협회 윤수동 회장의 한계?  대구시의 한계?   © 서태영

  기쁨은 고통과 상생합니다. 고통을 모르면 그 기쁨 조차 무가치한 것인지 모릅니다. 작년 대회를 마치고 대구시청 게시판에 대회후기를 쓴 전 대구지체장애인협회 노세중 사무국장의 소회를 들어볼까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존재하는 휠체어마라톤대회란 자부심 하나로 지방의 보잘 것 없는 장애인단체가 이 대회를 치뤄온지도 10년을 훌쩍 넘겼다. 그간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많은 사연과 우여곡절을 겪은 대회로 주최하는 우리단체에게 때로는 기쁨과 감동을 때로는 허탈감과 심한 좌절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휠체어마라톤은 말 그대로 장애인들의 스포츠 행사다. 두 발로 달릴 수 없는 장애인들이 휠체어라는 장비를 이용해 달린다는 차이점을 빼고는 비장애인 마라톤과 똑같이 인간한계를 극복하는 자신과의 싸움의 연속인 스포츠의 꽃으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이 대회는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는데,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국제장애인스포츠대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대회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참으로 많은 난관이 있었다. 무엇보다 장애인들의 대회이다 보니 시민들과 민간기업체의 관심은 아예 저 멀리 있었으며 지방자지단체에서 나오는 대회보조비 또한 전체 예산에서 30%내외이다 보니 해마다 다음 해의 대회성사여부마저 불투명할 정도로 주최측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이러한 불안정적인 재원과 상황으로 인해 잦은 대회일정의 변경, 국외선수의 소규모 출전, 국내선수육성의 저조, 대회운영의 미숙 등 많은 문제점과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구지체장애인협회 사무국장 노세중,  대구시청게시판>

  앞으로 장애인휠체어마라톤 경주를 사진으로 담으려면 서울로 가야 합니다. 장애인 복지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시민으로서, 속물근성 디카족의 한 사람으로서 그림좋은 장면 하나를 놓친게 참으로 아쉽습니다. 지방분권을 외치는 이즈음, 대구를 대표할만한 국제행사를 서울에 상납해버린 대구시민의 자존심이 어떻게 온전할 수 있겠습니까. 자치역량이 후퇴했다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서울로 가는 대구경북대표 선수들. 대구에서 명장면을 잡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 서태영

   지역의 한계와 예산상의 한계를 떠안은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새로운 고충 하나를 더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고충은 결코 고통 일색은 아닐 겁니다. 기쁨은 고통 속에서 잉태되는 진주 같은 것입니다.   

  제 13회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는 장애인체육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것입니다. 국제대회의 위상도 더 한층 강화될 것입니다. 대회는 온통 서울 일색입니다. 서울찬가라도 울려야 될 것 같습니다.   
 
  "도전과 극복, 서울의 감동을 세계로..." "오라 서울로, 가자 세계로..." 

▲ 서울로 이관되는 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가 장애인복지와 생활체육 향상에 크게 이바지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 보도사진닷컴(www.bodosajin.com)

*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 누리집: http://www.seoul-wheelchairmarathon.or.kr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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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9/17 [07:3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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