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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황금연휴 강조 투표율하락 안간힘?
20대 투표율 하락 부추기는 기사 구설, '투표율 높다' 예상과 달라
 
손봉석   기사입력  2004/04/13 [17:05]

4.15 총선을 앞두고 투표율이 전체적인 선거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는 분석과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신문이 지면을 통해 20대를 기권으로 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12일자 신문에서 "선거 때마다 투표 대신 여가를 즐기는 ‘자발적 권리 포기자’들이 이번 총선에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며  "투표일이 목요일이기 때문에 금요일인 16일만 잘 활용하면 긴 휴가를 즐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덕분에 14일 저녁이나 15일 오전 동남아, 일본 등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항공편 예약률은 95~97%에 이르러 평소보다 15~20%포인트 가량 늘어났다"며 "아시아나항공도 80%대를 넘어섰고, 투표일이 가까워올수록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조선일보 12일자 기사, 투표보다 행락 징검다리 황금연휴 북적     ©조선일보PDF

이 기사는 또, "개인 홈페이지 블로그(Blog)에 ‘4·15는 국민 심판의 날’ ‘꼬옥 투표하세요~!’ 등의 글귀를 단 H대 3학년 김모(여·21)씨도 14~18일 가족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라며 "김씨는 '몇 달 전부터 계획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 "Y대 2학년 박모(22)씨는 투표일인 15일 오전 8시 서울발 부산행 고속철 표를 4장 예매했다. 친구들과 짝을 이뤄 연휴를 즐긴 뒤 17일 돌아올 계획"이라며 박씨가 “투표보다 도서관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거나 어디로 놀러갈까에 관심이 쏠린 학생들도 많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꼭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80%를 상회하지만 현실로 드러나는 양상은 다소 차이가 있다며 숙대 정외과 이남영 교수의 말을 빌려 “투표 의사를 묻는 설문은 실제보다 15~20% 과장되어 나타난다”며 “투표라는 신성한 시민의 의무를 놓고 ‘안 하겠다’고 대답하기는 곤란해 이중적인 심리상태가 반영된다”고 분석했다.    

기사는 이어 "여론조사기관들은 이번 총선은 징검다리 연휴에다 열기까지 미미해 역대 최저 투표율까지 나올지 모른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12대(1985년 2월 12일) 때 84.6%로 급상승했다가 그 뒤 계속 떨어져 지난 16대(2000년 4월 13일)에는 57.2%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적고 있다. 

이 기사는  20대에게는 투표보다 여가생활이 중요한 것 처럼 묘사한 후 마지막에 가서는 중앙선관위의 말을 빌려 “선거일을 공휴일로 정한 이유는 부담없이 투표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며 투표시간은 오전6시~오후6시 사이이며, 투표소 위치 등 각종 문의는 1588-3939로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합뉴스>는 12일 '투표는 하고 놀자…총선연휴 오히려 차분’이라는 기사에서 <조선일보>와 다른 내용을 전했다.

연합뉴스는 “대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던 관광지는 오히려 한산한 분위기”라며 “관광업계에서는 5일 식목일 연휴에 관광객들이 상당수 소화된 데다 최근 ‘놀러가더라도 투표는 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브레이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없이 일반적인 사회현상에 대해 쓴 기사인데 일부에서 선거때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무엇이 문제가 될 부분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기자는 "여론조사 기관에서 다른 선거 때 보다 높게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투표율이) 좀 빠질 것으로 보고  그렇게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마지막에 선거안내를 덧붙인 이유에 대해서도 "이런 논란이 생길까봐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외에도 선거기간 조선일보의 특정정당에 대한 편들기와 미화보도에 대한 비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언련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5일자 4면 <“불어라 ,박근혜 바람...수도권까지>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에 대해 긍정적인 표현을 한 반면 열린우리당 관련기사는 <실미도 간 김근태 ‘박정희 때리기’>라는 기사로 네거티브선거를 벌이는 것처럼 보도했다.

8일자 신문에서도  <박 따뜻한 누이, 정 젊고 힘차게, 추 절박한 호소>에서 박대표의 악수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고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후광에 제1당 여성대표란 신분, 몸에 밴 친화력 등이 겹치면서”라며 정치기사로 보기 힘든 극찬을 했다.

조선일보는 선거법위반이 16대에 비해 3배증가했다거나 구속건수가 6배 늘었다, 인터넷의 불법이 늘어났다는 등의 사실을 보도하며 정치판이 불법과 혼탁으로 얼룩진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16대와의 달라진 인터넷을 통한 선거전과, 달라진 선거환경 때문에 벌어진 사소한 문제점이나 착오까지 모두 범죄시한 것으로 17대 선거의 비교적 공정하고 투명한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한 대표적인 왜곡보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치혐오를 조장해 젊은층의 투표참여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조선일보 관계자는 반대하는 측면에서 보면 조선일보 지면(전체)을 다 한나라당 기관지로 여기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투표열기가 미미하다는 표현은 문제가 좀 있다고 보지만 구절을 하나 하나 따지는 것은 좀 심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문제의 조선일보 12일자 기사전문이다.


투표보다 행락 '징검다리 황금연휴' 북적'

동남아·일본 예약 매진, 고속철·골프장도 만원

주5일제를 시행 중인 외국계 C은행에 다니는 정모(여·29)씨는 14일 저녁 친구 4명과 4박5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정씨는 법정공휴일인 총선투표일 15일에 16일을 월차휴가로 붙여 주말을 포함, 4일짜리 황금연휴를 만들었다. 정씨는 “투표가 강제의무도 아니고 뜻이 없으면 안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투표 대신 여가를 즐기는 ‘자발적 권리 포기자’들이 이번 총선에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투표일이 목요일이기 때문에 금요일인 16일만 잘 활용하면 긴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속셈.

덕분에 14일 저녁이나 15일 오전 동남아, 일본 등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항공편 예약률은 95~97%에 이르러 평소보다 15~20%포인트 가량 늘어났다. 아시아나항공도 80%대를 넘어섰고, 투표일이 가까워올수록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중견여행사인 H사에서 준비한 14일 저녁 출발 동남아 여행상품도 이미 지난 4월 초 매진됐다. 총선 공휴일(15일)이 낀 징검다리 연휴라는 점을 감안, 평소보다 모집인원을 2배 가까이 늘렸는데도 동이 났다. 괌, 사이판 등 다른 주요 휴양지 상품들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개인 홈페이지 블로그(Blog)에 ‘4·15는 국민 심판의 날’ ‘꼬옥 투표하세요~!’ 등의 글귀를 단 H대 3학년 김모(여·21)씨도 14~18일 가족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다. 김씨는 “몇 달 전부터 계획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Y대 2학년 박모(22)씨는 투표일인 15일 오전 8시 서울발 부산행 고속철 표를 4장 예매했다. 친구들과 짝을 이뤄 연휴를 즐긴 뒤 17일 돌아올 계획. 박씨는 “투표보다 도서관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거나 어디로 놀러갈까에 관심이 쏠린 학생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골프장 역시 투표 휴일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제주도에 있는 N골프장 15일 예약은 지난주 거의 마감됐다. 대부분 육지에서 원정 오는 골퍼들이며, 첫 티오프가 오전 9시30분부터라 물리적으로 투표를 할 수 없다는 게 골프장측의 지적. 한일CC, 아시아나CC 등 전국 대다수 유명 골프장들도 15일 일정은 파고들 틈이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꼭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80%를 상회하지만 현실로 드러나는 양상은 다소 차이가 있다. 숙대 정외과 이남영 교수는 “투표 의사를 묻는 설문은 실제보다 15~20% 과장되어 나타난다”며 “투표라는 신성한 시민의 의무를 놓고 ‘안 하겠다’고 대답하기는 곤란해 이중적인 심리상태가 반영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9~10일간 실시된 부재자투표에서는 대상자 중 90.5%가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0년 16대 선거 때 93.5%나 2002년 12월의 대선 때 93.7%보다도 얼마간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기관들은 이번 총선은 징검다리 연휴에다 열기까지 미미해 역대 최저 투표율까지 나올지 모른다고 전망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12대(1985년 2월 12일) 때 84.6%로 급상승했다가 그 뒤 계속 떨어져 지난 16대(2000년 4월 13일)에는 57.2%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일을 공휴일로 정한 이유는 부담없이 투표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며 참정권 발휘를 독려했다. 투표시간은 오전6시~오후6시 사이이며, 투표소 위치 등 각종 문의는 1588-3939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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