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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개의 좌석중 장애인 좌석은 단 2석이라니
장애인에겐 타는 것 자체가 꿈인 '꿈의 고속철도' 돈 내고도 못타
 
김기성   기사입력  2004/04/01 [21:59]

열차의 출발시각이 다 되었지만, 박경석 집행위원장이 아직 타지 못 했다.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아직 열차의 난간쪽에 있었고 계속 타려고 시도하고 있었지만 서울역소속의 송모 과장의 끌어내리라는 지시에 철도공안 전체가 달려들어 열차탑승용 휠체어 경사로를 치우기 시작했다. 아직 휠체어가 경사로와 열차사이에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열차 난간의 손잡이를 붙잡고 승차를 요구하지만 역부족인 듯 하다.

결국 십여 명의 철도공안이 달려들어 박경석 집행위원장이 올라있는 경사로 자체를 치워버린 채 열차는 먼저 탑승한 이규식 씨만을 태우고 출발시키고, 20명의 장애인의 승차요구에 2인 승차만을 허용한 철도청은 박경석 집행위원장의 승차를 거부함으로서 2인 승차마저 차단한 것이다.

▲420장애철폐공동기획단 박경석 집행위원장이 승차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오달

돈을 내고도 고속철을 타지 못한 오늘의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애초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기획단' 소속 20명의 장애인들은 50% 할인된 단체표를 구입하고 승차를 시도했다. 열차를 타러 가는 것이기에 따로 집회신고도 하지 않았고, 말 그대로 열차를 타겠다는 것이었을 뿐이다.

20명의 장애인이 개표구로 다가가자 서울역의 송모 과장이 다가와 검표를 하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승차할 수 없다는 철도청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경석 집행위원장의 손에 들려있는 표는 50% 할인된 가격의 20인용 단체표.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일반인석에 탑승하겠다고 외치지만 경찰과 철도청 직원의 합동작전으로 장애인들의 개표를 거부했다.

결국 박경석 집행위원장과 송모 과장사이에 두 명만 탑승하기로 약속하고 박경석 집행위원장과 이규식 씨가 경찰의 호위 속에 승차장으로 이동했다. 이규식 씨의 전동휠체어가 좁은 경사로와 통로를 힘겹게 탑승하고 박경석 집행위원장의 휠체어 탑승이 시작됐지만, 전동이 아닌 수동휠체어라 탑승이 힘겨운데다 취재를 위해 몰려든 기자들이 먼저 탑승해 승차가 더욱 어려웠다. 이 과정에서 시간은 흘러 고속철의 출발시간이 되어 위험천만하게 경사로 위에 걸쳐있는 박경석 집행위원장을 철도공안이 강제로 끌어내리게 되고 열차는 이규식 씨와 취재진을 태운 채 출발해 버렸다. 표는 아직도 박경석 집행위원장의 손에 들린 채...

철도청은 보조석까지 합쳐 1000석에 가까운 좌석 중에 장애인석은 단 두 석. 철도청 관계자는 기존 철도의 이용률을 보았을 때에 두 석이면 충분하다고 보며, 이용률이 늘어나게 되면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또 장애인은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다양하며 이들 장애인들은 일반좌석을 이용하게 되며 장애인석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휠체어에 탄 장애인은 셋이 어울려 고속철을 타고 놀러가지도 못 한다는 말. 전체 인구대비 10%가 장애인인 현실과 버스와 고속철등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너무 어렵기 때문에 이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박경석 집행위원장의 외침을 외면하기엔 현실이 그들에게 너무나 버겁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기획단'은 2일 오후 1시 30분에 다시 고속철 승차를 할 예정이며, 2일에도 거부당할 시엔 성공할 때까지 승차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이다.
 

그들의 말은 믿을 수 없다
철도청 직원과 경찰의 완벽한 합작품, 고속철 승차 이모저모

고속철의 운임할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장애인 어린이 국가유공자는 50%가 할인된다. 박경석 집행위원장의 손에 들린 표는 20명의 장애인 할인이 적용된 액면가 106,000원짜리.

이를 두고 철도청 관계자는 어린이용 표를 구매해서 떼를 쓴다며 한 마디... 장애인 할인 단체표를 판매하고서 승차를 거부했다는 뒷소리를 듣기 싫어 어린이용 표로 둔갑시키려 한 것은 아닐까...

1일 철도청 관계자 중 가장 오락가락은 단연 송모 과장.

그는 처음 개찰 때부터 "편의시설 미비로 손님들을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온 몸을 던져 휠체어에 탄 장애인을 막기만 했을 뿐...

정말 죄송했다면, 경사로와 열차 사이에 매달려 있던 박경석 집행위원장을 끌어내리고 열차를 출발시킨 장본인.

꿈의 속도인 고속철이 장애인에게 무용지물것에 항의, 계란투척이 시작되자 철도공안원들이 장애인을 헤집고 뛰어들어 계란을 수거, 이미 다 던지고 나서 빈 계란판만 수거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경찰은 철도청 직원들보다 한 수 위.

가방을 들고 들어갔다가 가방수색을 시도, 영장 제시를 요구하자 불심검문은 영장 없이 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그 뒤로 도우미와 취재진들의 가방을 수색하라는 무전이 기자의 귀에까지 들릴 정도로 노골적으로 장애인들을 탄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 수색을 당한 기자의 경우,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의거 불심검문을 시행하라는 요구를 했으나 경찰관 공무집행법 제3조 4항 "경찰관은 당해인에게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그 목적과 이유를 설명하여야"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아 검문과 가방수색을 거부하다 경찰들에 의해 강제로 가방수색을 당했다.

▲경찰의 무리한 질서유지 행위로 인해 손등이 벗겨진 한 기자의 손     ©김오달

박경석 집행위원장이 승차를 시작하고 철도청 직원들과 승강이를 벌일 무렵, 질서유지를 위해 진입한 경찰이 해외 통신사 소속 사진기자의 머리를 가격하는가 하면, 무리한 질서유지로 인해 모 기자의 손등이 까지는 등 기자들에 대한 탄압까지...

장애인을 미는 것은 살인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경찰이 자꾸 전진하며 장애인을 압박, 줄을 똑바로 맞추어 서고 밀지 말라는 말에 한 중대장은 "내 중대 내 맘대로 하는데 뭔 상관이냐"며 뒤돌아서 욕설까지 서슴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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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01 [21: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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