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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kg 거구 삶과 희망 다룬 '더 웨일'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어두운 곳에서 빛을 찾는 이야기 '더 웨일'
 
임순혜   기사입력  2023/02/27 [11:30]

영화 더 웨일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브렌든 프레이저)9년 만에 만난 10대 딸과 쓰는 마지막 에세이를 담은 작품으로, ‘미이라의 주인공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남 배우 브렌든 프레이저가 주인공을 맡았고, ‘레퀴엠’, ‘더 레슬러’, ‘블랙 스완등 배우의 인생 연기를 디렉팅하는 거장 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이 연출했다.

 

▲ '더 웨일'의 한 장면, 찰리 역의 브렌든 프레이저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더 웨일은 동명의 원작 연극 더 웨일을 영화화 한 작품으로, 오는 312일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분장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는 상태다. 2023년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2023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 등 전 세계 영화제 36개 부문 수상, 118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다.

 

지난 129일 뉴욕과 LA 6개관의 리미티드 형태로 개봉, 첫 주말 관당 평균 수익(PSA) 6만 불을 기록하며 2022년 개봉작 중 최고 기록을 세운 더 웨일은 로튼토마토 관객 평점 91%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다.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오직간호사 리즈’(홍차우)만이 집을 드나드는 유일하게 찰리와 소통하는 사람이다.

 

▲ '더 웨일'의 한 장면, 리즈 역의 홍 차우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세이디 씽크)를 집으로 초대해,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더 웨일은 찰리와 간호사 리즈, 그리고 딸 엘리, 엘리를 찾아 온 엄마 메리’(사만다 모튼), 전도하려 찾아 온 청년 전도사 토마스’(타이 심킨스) 등 네 사람이 웨일의 집안인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영화다.

 

죽음을 앞둔 찰리를 가운데 두고 그를 간호하는 간호사 메리, 딸 엘리, 헤어진 후 처음으로 만나는 헤어진 전 부인 메리, 그리고 전도사 토마스와 얽고 설키는 대화는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드러내주고 있고, 죽어가는 찰리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하는 마음들을 드러내 준다.

 

▲ '더 웨일'의 한 장면, 엘리 역의 세이디 싱크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9년 만에 엘리가 아빠의 연락을 받고 집에 찾아간 건, ‘당신 때문에 내가 얼마나 끔찍한 사람이 되었는지 봐라고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자신이 받았던 것과 같은 고통을 아빠에게 주려고 한다. 아빠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오히려 엘리에게 위안을 준다. 엘리는 아버지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지 않으려고 하나, 어느 순간부터 대화를 즐기다가도 자신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아버지가 상처를 받지 않자 좌절하기도 한다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은 10년 전, 동명의 원작 연극 더 웨일을 관람한 후, 극중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긍정을 잃지 않는 주인공 찰리캐릭터에 끌려 영화화하기로 결심했으나, 272kg의 거구 찰리를 연기할 만한 마땅한 배우를 찾지 못해 프로젝트의 진행이 쉽지 않았으나, 저예산 남미 영화에 출연한 전설적 스타 브렌든 프레이저를 보게 되었고, 찰리 역에 적격이라 생각해 캐스팅하고 더 웨일제작에 돌입했다.

 

찰리 역의 브렌든 프레이저는 최고의 스타였지만 수차례의 수술과 재활, 이혼, 성추행 사건 등으로 할리우드 밖으로 밀려났으나,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과의 긴밀한 협업으로, 거대한 상실감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세상을 거부한 채 집에만 머무는 272kg의 온라인 대학 강사를 연기 해 그의 인생에 전환점을 만들게 되었다.

 

▲ '더 웨일'의 한 장면, 토마스 역의 타이 심킨스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리즈 역은 더 메뉴’ ‘다운사이징으로 탄탄한 연기를 쌓은 홍 차우가 맡아, 과거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찰리와 깊은 유대감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그에게 계속 그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존재이기도 한 존재로, 날카롭게 꾸짖음을 일삼다가 아주 관대하고 보호적인 사람이 되기도 하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리즈는 아이다호의 작은 마을, 종교적인 가정에서 아시아계 입양아로 자랐다. 리즈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유일한 오빠가 죽고 난 후, 리즈는 찰리와의 관계에 사로잡히게 된다. 리즈는 찰리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면서 열심히 보살피지만, 그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구를 채우기 위해 그의 음식 요청을 거절하지 못 하는 복잡한 캐릭터를 연기 해 공감을 준다.

 

▲ '더 웨일'의 한 장면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엘리 역은 기묘한 이야기의 세이디 싱크가 맡아 아빠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분노라는 두껍고 어두운 갑옷으로 감추고 날카로운 혀로 사람들을 괴롭히며 누구도 필요 없다고 자신하는 연기를 한다. 심지어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사람에게 폭력적으로 굴기까지 하는 복합적인 캐릭터로, 뻔한 사춘기 소녀처럼 보이지 않는 연기로 날 것 그대로의 감정들을 생생하게 살리고 있다.

 

메리 역의 사만다 모튼은 엘리가 아주 똑똑하다고 믿으며 모든 사람은 남들한테 무관심할 수 없다는 자신의 믿음에 확실한 증거가 된다고 믿는 찰리에게 딸이 구제할 수 없을 정도로 사악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경고하는 복잡하고 냉정한 엄마를 연기해 공감을 준다.

 

찰리의 초인종을 누르고 그의 영혼을 구원하기로 결심하는 순진해 보이는 젊은 선교사 토마스 역으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우주 전쟁을 통해 영화계에 데뷔한 타이 심킨스가 맡아 아이오와에서 아이다호로 갓 넘어온 사람으로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순진한 사람 역을 잘 소화해 냈다.

 

▲ '더 웨일'의 한 장면, 찰리 역의 브렌든 프레이저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더 웨일은 영화 역사상 최초로 디지털 보철 분장을 비롯한 여러 혁신 기술을 개척했다. 아주 사실적이면서도 정중한 방식으로 근육의 완전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보철 분장을 디지털로 제작했다. 보통의 모형 제작이 점토 등을 활용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3D 모델링과 프린팅 기법을 사용하고, 에어프린팅 기법을 사용해 모공의 크기와 주름의 표현까지 더해 100파운드(45kg)의 보철 모형을 완성했다

 

브렌든 프레이저는 40일 간의 촬영 기간 동안 최대 4시간이 걸리는 분장과 5명의 도움을 받아야만 입고 벗을 수 있는 수트를 착용한 채 몸의 숨겨진 근육들을 사용하며 연기하는 법을 새롭게 터득해 연기 했다.

 

▲ 2023년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브렌든 프레이저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은 미국의 영화 감독으로,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다. 초현실주의 심리 스릴러 파이를 통해 영화계에 데뷔하며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과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데뷔각본상을 수상했다.

 

그의 다음 작품인 레퀴엠또한 호평을 받았으며 주연 배우인 엘렌 버스틴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그의 네 번째 영화인 더 레슬러에서도 배우 미키 루크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마리사 토메이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국내에 잘 알려진 블랙 스완은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해 아카데미 5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나탈리 포트만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마더!’ 이후 5년 만의 신작인 더 웨일로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분장상 등 95회 아카데미 3개 부문 후보에 오르게 한 연출의 거장이다.

 

▲ '더 웨일' 포스터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더 웨일은 한 공간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과 일어나는 정직, 포용,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부드러운 슬픔을 투영하는 찰리, 마지막까지 진실과 사랑을 잃지 않는 찰리, 그를 둘러 싼 사람들의 긍정과 사랑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빛이다.

 

어두운 곳에서 빛을 찾는 이야기 더 웨일31일 개봉한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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