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박정희와 이명박, 두번 죽는 청계천복원사업
반인간적 청계천복원은 역사의 비극,박정희 전철밟지 말아야
 
최한욱   기사입력  2003/12/03 [15:06]

1966년 4월 박정희는 40세의 젊은 군인출신 김현옥을 서울시장에 임명했다..

젊은 나이에 전격적으로 시장으로 발탁된 김현옥(1926. 10. 27 경남 진주~1997. 1. 9 서울)은 저돌적인 업무추진으로 일명 ‘불도저 시장’으로 불렸다. 김현옥은 육군사관학교 3기 육군수송학교장으로 지내다가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를 지지하여 쿠데타 직후인 62년 예편, 부산시장을 거쳐 66년 서울시장이 되었다.

▲청계고가도로 철거 모습  
육사 1기 선배인 박정희의 후광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서울시장으로 등극한 김현옥은 불같은 성격과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추진력으로 서울 개발에 나서 여의도 개발, 남산 제1·2호 터널 개통, 강변도로 개설, 영동지구 개발, 세종로 지하도 건설 등 굵직굵직한 건설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복원되고 있는 청계천의 복개 사업과 고가도로건설도 그가 시장 재임시절에 추진한 사업이다.

현재 서울의 모습은 거의 김현옥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불도저식 사업은 많은 반발을 불러왔고 돌이킬 수 없는 문제들을 양산시켰다. 청계천 복개와 고가건설과정에서 수만 명의 빈민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등 그는 건설장에서 사용해야 할 불도저를 서울 시민들에게 사용하였다.

성과위주의 불도저식 사업은 서울을 도시계획 없는 도시로 무질서와 난개발, 그리고 혼돈의 도시로 만들어 놓았다. 불도저 시장은 졸속공사와 난개발로 서울을 난도질했고 결국 부실개발로 엄청난 참극을 초래했다.

1970년 김현옥의 불도저 개발로 지어진 와우아파트가 붕괴되어 32명이 사망하고, 38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사건은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고 서울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었다. 결국 와우아파트 사건으로 불도저의 시대는 막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가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건설한 청계천 복개도로와 고가는 영원히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1백년을 내다보아야 할 대공사가 30년만에 흉물덩어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불도저 시장이 건설한 청계고가도로는 이제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불도저 시장의 망령은 아직도 서울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등 서울은 불도저 개발의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고 공포의 도시가 되어버렸다.

불도저 시장의 도시계획 실패이후 30여 년 후, 서울은 또 한 명의 불도저 시장때문에 또 하나의 불명예스러운 역사를 남겼다. 지난해 서울시장에 선출된 이명박 시장은 마치 불도저 시장의 재림을 보는 듯 막무가내로 서울 개발사업을 밀어 붙이고 있다.

이명박씨가 시장이 된 후로 서울시 전역은 공사장으로 바뀌었다. 시내 곳곳에서 철거와 공사가 한창이다. 이명박 시장이 무슨 꿍꿍이로 여기저기 공사판을 벌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명박의 새서울 건설은 김현옥의 그것처럼 많은 문제점들을 양산시키고 있다.

이명박 시장의 업무추진 스타일도 김현옥과 유사하다. 그는 주변 상인들과 환경단체들의 많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추진력’으로 청계천을 불도저처럼 쓸어버리며 서울의 면모를 바꿔놓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서울시가 30일 오전 청계천 인근 노점물품에 대한 강제철거를 시작하자, 노점상인들이 청계천 8가 네거리에서 쓰레기 더미에 불을 붙인 뒤 서울시 공무원과 철거     ©한겨레
지난 11월30일 수천 명의 공무원과 용역깡패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청계천에서 농성 벌이고 있던 수 천명의 노점상들을 중장비를 앞세워 쓸어버렸다.

60년대에는 김현옥이 청계천에 길을 낸다며 수십 만의 빈민들을 쓸어버리더니, 오늘은 이명박이 청계천을 다시 복원한다며 수천 명의 노점상들을 깔아뭉개고 있다. 서울시의 강제진압으로 청계천 주변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였다. 이날 수많은 노점상들은 생존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결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공권력 앞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자신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11월30일 일요일 청계천 거리는 불도저 김현옥이 낯을 붉힐 만큼 처참한 광경이었다.

이명박 시장이 무슨 변명을 갖다 붙여도 이미 청계천 복원사업은 실패한 사업이다. 이명박은 ‘자연과 인간 중심의 친환경적 도시공간’을 만들겠다며 청계천 복원 사업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청계천 복원사업은 인간 중심의 사업이 아니라 인간을 위협하는 사업이 되었다.

노점상들은 인간이 아닌가, 이들은 서울 시민이 아니란 말인가. 이들도 소중한 사람이고, 서울시에 세금을 바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서울 시민이다.

수 천, 수 만 시민들의 생계를 막고 생활터전을 빼앗는 사업이 도대체 무슨 인간 중심의 사업이라는 것인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저항하는 시민들을 불도저로 쓸어버리는 인간 중심의 사업도 있단 말인가.

수 천, 수 만 노점상들의 피눈물 위로 흐르게 될 청계천이 얼마나 서울을 아름답게 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이명박 서울시장     ©대자보
지금 이명박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청계천 복원사업은 사람을 깔아뭉개고 서울 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반인간적 불도저 중심의 사업일 뿐이다.

청계천에는 눈물의 현대사가 응축되어 있다. 김현옥이 몰아낸 수십 만의 빈민들, 전태일 열사 그리고 오늘의 노점상들까지 청계천은 수많은 민중들의 희생 위에 오늘도 흐르고 있다. 민생을 불도저로 밀어붙이며 추진되는 청계천 복원사업은 결코 성공한 사업이 될 수 없다. 이명박은 청계천에 더 이상 희생의 역사를 기록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는 민생을 볼모로 밥그릇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편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시장이 민생을 불도저로 쓸어버리며 자신의 치적 쌓기에 여념이 없다.

한나라당은 말로는 나라를 구하니, 국민을 위하니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제로 하는 짓은 국민의사에 반하는 청개구리 짓뿐이다.

이들에게 국민은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한나라당에게 국민은 권력의 수단이요, 치부의 수단이요, 생존의 수단일 뿐이다. 최병렬이 구하겠다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소수의 특권층만을 위한 귀족공화국, 부패공화국일 뿐이다. 한나라당이 만드는 나라는 그들만의 나라, 민중의 희생 위에 쌓아올린 한(恨)나라 일 뿐이다.

이제 총선이 머지 않았다. 불행히도 한나라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의석수가 많은 정당이다. 한(恨)나라당이 다수당으로 존재하는 한 민중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이다.

* 필자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http://www.615.or.kr/) 정책위원장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12/03 [15:06]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