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참여, 의견 듣는 시간 필요
-105인 선언, 밀알되겠다는 각오
-새정치 내 보수와 진보 갈라져야
-야당, 약자들의 아픔 못 느껴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이 신당참여를 위해서 탈당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 국면과 맞물리면서 야당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인지 정가에 이목이 쏠리고 있죠. 자세한 이야기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동영 고문에게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정 고문님 안녕하십니까?
 
◆ 정동영> 안녕하세요. 그동안 ‘김현정의 뉴스쇼’ 팬이었는데 앞으로는 ‘박재홍의 뉴스쇼’ 열심히 듣겠습니다.

◇ 박재홍> 고맙습니다. 주말에 지지자 200명과 토론회를 가진 뒤 이런 말씀을 하셨네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길을 가는 데 있어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밀알과 밑거름이 되겠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신당 창당에 참여하시는 것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 정동영> 정치인으로서 제 각오를 말한 것인데요. 사실 저에게는 기득권이랄 것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기득권이 있다면 제 마음속에 욕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야당다운 야당, 그리고 정권 교체를 위한 길에 밀알이 되고 밑거름이 되겠다는 각오를 말한 겁니다. 그리고 아직 최종 결정한 것은 아니고요. 105인 선언은 제3신당 건설을 촉구하는 것이지 아직 뭐가 출현할 단계는 아니지 않습니까?
 
◇ 박재홍> 그러면 아직 확정은 안 하셨다는 말씀이신데요.

◆ 정동영> 충분히 (의견을) 좀 더 듣는 절차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 박재홍> 그러면 아직 고민 중이시라는 건데요, 무엇이 결심을 망설이게 하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 정동영> 일단 제가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하기에는 저를 그동안 아껴주고 또 함께해온 동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래서 좀 더 생각을 해 보셔야겠다는 말씀이신데요. 일각에서는 신당창당 움직임을 두고 기존에 봐왔던 야권재편, 그러니까 신당창당을 했다가 선거 직전에 지분을 안고 재통합 하는 방식이 될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마는 어떻게 보세요?
 
◆ 정동영> 그런 정당을 ‘떴다방 정당’이라고 말하죠. 일반적으로 선거 직전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내년은 선거가 있는 해도 아니고 이번 105인 선언은 배경이 다르죠. 얼마 전에 일본에서 선거가 있지 않았습니까? 아베 정권이 잘못해도 대안이 없으니까 자민당 장기집권으로 가듯이, 이대로 가면 우리도 새누리당 장기집권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그 배경입니다. 지금 상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장사는 안 되고 취직도 안 되고 정치는 겉돌고 약자는 기댈 곳이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봅니다. 여기서 기댈 곳이라는 것이 바로 대안 정치세력을 말할 텐데요. 이 정권을 대체할 세력이 야당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는 거죠. 그래서 지난 박근혜 정권 2년 동안 ‘야당이 야당 노릇을 하지 못한 그런 업보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밖에서 제3 신당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사실은 지난 2년 동안 축척된 실망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박재홍>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마는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도 지금의 야당으로서는 희망이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이신가요?

◆ 정동영> 그러니까 105인 선언의 핵심은 야당을 교체하라는 얘기거든요. 그래야 총선과 대선에서 에너지가 나올 수 있고, 또 그래야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정치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죠. 한발 더 나아가서 국민이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하는 정치, 이런 정치를 보고 싶다는 거고요. 또 105인 선언과 관련해서 이걸 주도한 분 가운데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가 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을 했어요. ‘영국형 정치구도가 흥미롭다. 영국에서는 19세기까지 보수당, 자유당 이렇게 양대 정당이었다가 자유당이 몰락하고 노동당이 나오면서 보수당, 노동당 양당체제로 전환했다. 여기서 자유당의 몰락은 자유당의 우경화 때문이었다.’는 이야기인데요. 김세균 교수가 말하기를 ‘한국도 새정치민주연합의 보수파는 보수로 가고 진보파는 진보로 가서 영국 자유당처럼 점차 사라져야 한다’라고 말한 것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야당이 한 마디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시는데요. 그러면 언제부터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십니까? 이른바 야당의 우클릭이라든지 선명성이 부족했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시는 건가요?
 
◆ 정동영> 지난 성탄절에 쌍용차 굴뚝 앞에 갔습니다. 두 명의 해고노동자가 70M 굴뚝에 올라가서 이 새벽에도 떨고 있는데요. 신부님과 함께 기도를 하면서 ‘왜 저분들이 무사히 지상에 내려오기를 기도의 힘으로 빌어야 하는가? 바로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를, 또 그런 정치판을 만들 수 있는 힘을 우리 국민들은 간절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이렇게 마음속으로 기도했습니다. 그러니까 땅에서 더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세상은 비정상입니다. 광화문 네거리에도 있지 않습니까? 전광판에 올라가 있는 C&M 비정규직 노동자들인데요. 그렇게 세상 사람들이 아프다고 소리를 치면 정치가 울리게 해야죠. 최소한 야당이 달려가야 하는 건데 지금 야당은 그 아픔을 같이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유럽에서는 사실 정치의 8할이 노동의견입니다. 그런데 노동을 외면한 지금의 야당은 정상이 아니고 그래서 대안을 원하는 지지자들의 요구는 폭발직전이다. 이것이 105인 선언이 나온 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제1야당은 기능을 상실했고 진보정당들은 분열했고. 그러면서 다시 판을 짜라는 요구를 한 것인데요. 그것은 마치 바짝 마른 들판 위에다가 성냥불을 그은 느낌이 듭니다.
 
◇ 박재홍> ‘새정치민주연합이 노동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신데요.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 안에도 노동운동하시는 분들도 있고 ‘굳이 당 밖에서밖에 할 수 없는가? 당내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문제제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마는.
 
◆ 정동영> 지난 5, 6년 동안 민주당을 합리적 진보의 방향과 노동자의 가치를 강령의 중심으로 놓는 것, 그리고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노선의 양대기둥으로 만들어보려고 노력했고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대표발의해서 민주당 당헌에 보편적 복지가 들어박혔고, 강령에도 보편복지, 경제민주화가 들어갔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현재 이것들은 다 물거품이 돼버렸습니다. 당은 지금 우경화의 늪에 빠져 있는 거거든요. 정당이 노선과 가치가 사라지면 권력투쟁만 남게 됩니다. 그것이 지금의 민주당입니다. 얼마 전에 법원이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런 것들이 대형마트가 아니다’라고 판결했잖아요. 그 근거가 ‘대형마트는 900평 이상 매장에다가 점원이 없이 소매하는 점포인데 이마트에는 점원이 있지 않느냐. 그러니 대형마트가 아니다’라는 기상천외한 판결입니다. 그래서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같은 규제를 다 풀라는 거죠. 이 판결대로라면 그렇지 않아도 정말 죽을 지경인 골목상권, 재래시장은 더 못살 판인데 야당이 논평 한 줄을 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고통받는 서민대중,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에 온 체중을 싣는 야당이 없는 거예요. 바로 이처럼 노선과 가치를 중심으로 한 대안정치 세력이 나와야 하는 것이 105인 선언의 핵심입니다.
 
◇ 박재홍> 그런 차원에서 고민을 하고 계신다는 말씀인데요.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월 8일에 하는데 박지원 의원과 문재인 의원이 빅2, 양당구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전당대회 국면을 어떻게 보십니까?
 
◆ 정동영> 저는 전당대회에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입니다. 모두가 잘 되기를 바랍니다. 두 분 모두 들 제게 몇 차례 전화를 주셨는데요. 제가 받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두 분이 제게 하실 말씀이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전화 안 받은 결례를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박재홍> 그러면 현재 정 고문은 참여 안 하고 계시지만 두 의원은 계파정치를 극복하고 공천권 문제도 개혁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이렇게 보세요?
 
◆ 정동영> 계파정치와 전당대회 룰이나 공천개혁이나 이런 것들은 지금 우리 국민의 발등에 떨어져 있는 장사 안되고 취직 안 되고 먹고 살기 어려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거든요. 야당이 그런 삶의 속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겉만 빙빙 돌고 있는 거죠. 전당대회를 한 달 뒤에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신당을 만들라고 선언한 것은 전당대회에 대한 기대감이 희박했기 때문이라 이 점을 아프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끝으로 한 줄만 더 드리도록 하죠. ‘다음 총선에서 창원에서 출마하는 것을 생각하고 계신 것이 아니냐?’ 이런 전망도 있는데요?

◆ 정동영> 제가 얼마 전에 경남지역 경청투어로 창원에 갔을 때 시민사회와 노동계분들이 그런 얘기 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런데 총선은 아직 먼 얘기죠.
 
◇ 박재홍> 아직은 먼 얘기다, 더 시간을 두고. 그러면 고려의 여지는 있는 건가요?

◆ 정동영> 그런 말씀을 하시기에 기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마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일은 없습니다.

◇ 박재홍>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정동영>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동영 상임고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