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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 하루종일 절에서 시간을 보낸 이유?
서울메트로 법우회, 칠보사, 선학원 등 찾아 다니며 초파일 의미되새겨
 
김철관   기사입력  2013/05/18 [15:24]
▲ 칠보사 주지 송담스님이 불경을 외우고 있다.     © 김철관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행사가 열린 서울 서울메트로 법우회 법당, 선학원, 칠보사 등의 절을 찾아 불자들과 함께 사월 초파일에 의미를 되새겼다. 그리고 법회를 통해 자본주의 삶에 찌든 혼란한 마음이 다스려졌다.

불기 2557년 5월 17일(4월 18일, 사월 초파일) 새벽 6시 평소 잘 아는 후배가 전화 메시지를 통해 오전 10시 30분 서울메트로 신행단체인 법우회 법당에 맥산 큰스님이 온다고 취재를 부탁했다.

메시지에 잠이 깨 일정을 살펴보니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 다만 오후 2시 임기연 액자작가와 모친이 다녔던 산사(칠보사)에 가기로 한 시간만 기록돼 있었다. 정각 7시 샤워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온몸에서 흐르는 물줄기를 외면하고 허겁지겁 손만 수건으로 닦은 후 전화를 받았다. 메시지를 보낸 후배였다. 바로 ‘참석하겠다’고 대답을 하고 샤워를 마쳤다.

▲ 서울메트로 법우회 불자들     © 김철관
▲ 관불의식     © 김철관
그리고 2시간 여 책을 읽은 후, 오전 8시 30분경 경기도 남양주 집에서 카메라와 취재수첩, 볼펜을 손가방에 넣고, 그곳 법당으로 향했다. 잠이 덜 깨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새벽 후배가 전화메시지로 알린 법회 장소가 지하철 2호선 ‘동대문문화공원역’으로 기억이 됐다. 남양주에서 버스를 타고 당고개역에 내려 지하철 4호선을 탔다.

다행히 동대문문화공원역은 2호선과 4호선, 5호선 환승역이기 때문에 가기가 참 편했다. 10시 10분경 이곳에 도착하니 법당은 존재하지 않았다.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후배는 1번 출구와 2번 출구 사이에 서울메트로 법우회 법당이 있다고 그 쪽으로 와달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다시 전화를 했다. 후배는 동대문문화공원역이 아니라 잠실종합운동장역이라고 다시 알려줬다.

바로 새벽에 보낸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니 후배 말이 맞았다. 착각을 했었다. 행사가 정각 10시 30분에 시작한다고 통보를 받았으니 20분 만에 동대문에서 잠실로 가야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갈수 없는 거리였다. 천천히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그 쪽을 향했다. 뚝섬역을 지나고 있는데 후배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20분 늦췄으니 천천히 와도 된다는 것이었다. 10시 50분경 잠실운동장역 서울메트로 법우회 법당에 들어서니 법회시작을 알렸다.
▲ 서울메트로 법우회 법회     © 김철관
▲ 한 팔순 할머니의 삼배     © 김철관
삼귀의례(거룩한 부처님께 귀의,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 거룩한 스님들에게 귀의)에 이어 목탁소리와 찬불가가 울려 퍼지고, 신중단을 향해 반야심경이 봉독됐다. 이어 부처님을 경배하기 위한 헌화의식이 열렸다. 고대 사회에서 신에게 받치는 꽃은 절대적 복종을 의미의 표시였다고 알려졌다. 부처님은 꽃을 몹시 좋아했단다. 불교에서 꽃은 영생 혹은 육체의 덧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날 이렇게 불자들은 부처님을 경배하는 뜻에 꽃을 받치는 헌화의식을 경건하게 진행했다.
▲ 한 팔순 할머니의 기도     © 김철관

맥산 큰스님의 법문 설법에 앞서 청법가가 합창됐다. 불자들이 다함께 목탁에 맞춰 삼배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곧바로 맥산 큰스님의 법문설법이 이어졌다.

“불교는 이 땅 와 뿌리를 내리기 전까지 하나도 다른 것을 배척하지 않았고, 다 받아드렸다. 불교는 다른 나라에 가 피비린내 나는 종교싸움을 하지 않았고, 우리들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리 좋은 불교라도 신도들이 노력하지 않고 행함이 없이, 팔만사천대장경을 갑오로 여기고 가만히 있으면 이 시대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부처님 법이 널리 퍼지는 것이 스님에게는 가장 기쁜 일이다.”

큰스님의 법문이 끝나고 발원문 낭독에 이은 관불의식이 눈길을 끌었다. 관불의식은 아기 부처에게 목욕시키는 의식이었다. 맥산 큰스님이 먼저 시작을 했고 이후 불자들이 차례로 나와 공양을 올리고 감로수를 떠 아기 부처를 씻기면서 성불을 발원했다.

부처의 탄생지인 룸비니동산을 상징하는 화단이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했고, 가운데 아기 부처의 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불자들은 표주박으로 감로수를 떠 아기 부처의 정수리에 부었다. 관불의식은 부처에 대한 공경을 표시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하는 의미에서 행해지는 의식으로 알려지고 있다.

▲ 선학원     © 김철관
이어 불자들과 보살들이 세우는 넓고 큰 서약인 서홍서원(가없는 중생을 다 건지겠다. 끝없는 번뇌를 다 끊겠다. 한없는 법문을 다 배우겠다. 위없는 불도를 다 이루겠다)과 산회가를 끝으로 법회가 마무리됐다. 법회가 끝나고 맥산 큰스님과 함께 비빔밥으로 점심공양을 함께 하며 정겨운 대화를 이어갔다.

서울메트로 법우회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회식을 마치고, 오후 1시 30분 2호선 지하철을 타고 인사동을 향했다. 2시에 약속을 한 임기연 액자작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오후 2시 20분 인사동 그의 공방에서 그를 만나 곧바로 칠보사가 있는 삼청공원 쪽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불경소리에 끌려 종로구 안국동 선학원 봉축법회에 참석했다. 이곳 주지 스님의 목탁소리와 불경소리를 들으면서 보살들이 절 앞마당에 차려놓은 음식(수박과 약밥 등)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멋진 연등과 아름답게 꾸며진 조화 연꽃이 볼거리를 제공했다.

삼청공원과 칠보사로 가는 길은 햇볕이 쨍쨍 쬐였고, 땀이 연신 흘렀다. 부처님 오신 날 삼청공원은 휴식을 취하는 나들이객들로 분주했다. 삼청공원에서 흐르는 맑은 물소리와 지저귀는 산새소리가 귀속에 맴돌았다. 삼청공원 약수터에 비치된 표주박에 듬뿍 담아 마시는 시원한 물은 꿀맛이었고, 더위가 한순간 날아간 듯했다. 약수터 바로 옆 쉼터에는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쓴 근대 문학인 ‘횡보 염상섭’의 흉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 선학원 연꽃     © 김철관
▲ 칠보사 연등     © 김철관
쉬엄쉬엄 걷다 보니 어느새 칠보사에 도착했다. 칠보사에 들어서자 꽃냄새가 진동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칠보사는 함께 동행을 한 임기연 액자작가의 모친이 평소 다니던 절이었다. 임 작가는 몇 년 전까지 모친을 모셨지만 현재 모친은 부산 형님 집에서 기거하고 있다.

이날 칠보사도 '불기 2557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2557 Buddha's Birthday)'이 열리고 있었다. 마당 천정은 연등이 질서 정연히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고, 보살들은 컵등을 직접 만들어, 이곳을 찾는 불자들에게 판매하고 있었다.

이날 칠보사 주지 송담 스님은 법문 설법을 통해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은 뜻에 대해 설파했다.
▲ 칠보사의 향기 등나무 꽃     © 김철관
▲ 칠보사 보살들이 연꽃을 만들어 팔고 있다.     © 김철관
“부처님은 신의 굴레로부터 인간을 구제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계급의 굴레로부터 인간을 구제하기 위해서 왔다. 모든 존재는 연기(緣起)하며 자기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임을 일깨워 주기위해 왔다. 일체의 중생은 모두 불성이 있으므로 부처가 될 수 있음을 깨우쳐 주기위해 왔다.”

“인간은 누구나 부처님과 똑같은 존엄성과 가치성을 가지고 있다. 부처님은 인도의 계급제도를 부정했다. 여성의 출가나 불가촉천민들을 교단에 받아 들였다.”

이곳 칠보사도 오전 10시 30분부터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이 진행됐다고 보살들이 전했다. 보살들은 명종 5타를 시작으로 헌화, 삼귀의, 찬양, 봉축발원문, 청법가, 법문, 산회가 순으로 진행했다고 알려줬다. 실제 칠보사에서 발행한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 팸플릿에도 진행순서가 기록돼 있었다.
▲ 칠보사 불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 김철관
이날 칠보사는 오후 5시 30분부터 7시까지 점등식 및 정근기도를 진행했다. 불기 2557년 5월 17일 (음력 4월 8일) 부처님 오신 날에 불자가 아닌 내가 서울메트로 법우회 법당 법회, 선학원 법회, 칠보사 법회 등 난생 처음 온종일 절에서 하루를 보낸 진기한 기록을 남긴 셈이다. 모처럼 법회를 통해 자본주의 체제 직장과 가족 그리고 사회생활을 통해 일그러진 나의 모습을 재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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