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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기관지 한국경제신문의 마녀사냥론
정규재부국장의 '재벌은 유태인, 노조는 귀족'에 대한 비판
 
황진태   기사입력  2003/10/25 [21:50]

본 기자는 대자보를 통해서 그 동안 한국경제신문(이하 한경)에 대한 간헐적인 비판을 해왔었다. 그러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조중동에 비해서 영향력이 적은 신문을 비판해봤자 누가 알아주겠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글쎄다. 나는 조중동에 대한 비판은 옴부즈 시민단체와 안티조선논객들에 의해서 충분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조중동을 향한 비판의 쏠림이 다른 신문들의 논조에 대한 비판의 맹점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조중동에 비하면 영향력은 적을지 모르나 전경련. 즉, 한국의 재벌을 옹호하는 대표적인 전위대는 한경이다. 이들 논조를 비판하는 작업은 작지만 의미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경에 대한 비판을 할 생각이다. 더불어 이들 신문에 기고하는 필자들은 논리가 ‘경제’적이기는커녕 부실하고 허술해서 조중동만큼이나 유희의 대상이다. 앞으로 독자들도 기죽지말고 경제신문에 대해서 조중동의 사설처럼 마음 편히 비판적인 시각으로 읽으시길 당부 드리며 10월 24일자 한경 데스크 칼럼으로 실린 정규재 경제담당 부국장의 ‘마녀사냥 연구’에 관한 짧은 반론을 하고자 한다. 

정규재의 패러다임 전환? 대단해요!

▲한국경제신문 24일자 데스크칼럼. 마녀사냥 연구 .. 정규재 <경제담당 부국장>     ©한국경제신문
서두에 마녀사냥의 의미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기술하며 나치즘, 홀로코스트, 유태인을 들먹이다가 다음과 같은 말이 시작된다.

“사회 모순이 깊어져 급격한 변화가 예고되거나 설명할 수 없는 불행들이 연이어 발생하게 되면 사람들은 언제나 사태를 책임질 희생양을 갖게 된다. “저놈이 원흉!”이라는 고함소리가 울려퍼지기만 해주면 음모는 스스로 뼈대를 갖추고 살을 붙여가면서 살아 움직이게 된다.”

본 기자는 눈치가 없어서인지 마녀사냥에 대해서 몰고 가다가 한경이 “저놈이 원흉!”이라고 지칭하는 대상이 송두율 교수나 노조를 칭하는 줄 알았다. 한경을 비롯한 경제신문과 메이저 언론에서 가뭄으로 인한 농가 피해와 노조파업을 연결시켜 그렇지 않아도 힘든 경제를 “저놈(노조)”들이 망쳤다고 선전하던 신문이 바로 한경이었으니 이런 순진한 기자의 예상은 당연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당혹스럽게도 반전이다. 정규재는 이러한 한경의 작태에 대해서 안면몰수하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줬다. 바로 “저놈”은 재벌, 대기업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규재의 ‘저놈 어법’은 재벌을 감싸기 위한 수단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정규재의 글을 읽으면 정말 재벌이 너무 불쌍하고 측은해서 재벌을 괴롭힌 정부와 노조만 죽일 놈이 된다.

경제담당인가? 홍보담당인가?

“환율정책 등 정부의 실패는 무모하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했지만 “기업들의 과다한 부채와 낡은 경영구조가 문제!”라는 고함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다른 원인과 책임들은 모두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한국경제신문에서는 최근에 일본의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를 특집으로 연재하고 있다. 과연 정규재는 정작 자사의 도요타 기사를 제대로 읽기는 한 것인가? IMF위기에 “기업들의 과다한 부채와 낡은 경영구조가 문제!”인 거 맞다. 그래서 한경에서도 도요타를 한국기업이 배우라고 특집 기획까지 한 거 아니었는가? 오죽하면 한경도 답답했으면 그러한 기획기사를 썼을까. 그러나 그러한 기업의 비판은 에두르고 환율정책 등 정부의 실패는 가려지고 전적으로 기업이 ‘마녀’가 되었다는 정규재의 주장은 나야말로 “무모하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하다. 무슨 데스크 칼럼이라는 게 응석 부리는 거나 대기업 홍보부 찌라시 같지 않은가?

그리고 이어서 “정부는 외환위기 책임론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갔었다”고 주장하는 데 그렇게 사실을 오도해도 되는 건가?  97년 당시 본 기자가 고등학교 일학년이었다. 그 나이에도 매체를 통해서 IMF사태를 보면서 당시 김영삼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는 기사를 수도 없이 보았다. 그리고 97대선에서 김대중 前대통령이 당선된 주요한 이유도 지난 김영삼 정권의 경제실패로 인해서 정규재 말대로 “교묘하게 빠져나갔”더라면 여당인 신한국당의 이회창 당시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겠는가? 기자가 6년 전 기억을 되살려서 장담하는 데 당시 김영삼 정권은 외환위기에 대해서 결코 “교묘하게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래도 국내 대표 경제신문의 경제담당이란 사람이 몇 년 되었다고 사실(fact)을 새롭게 만드시니 어이가 없다.    

몰역사적 사고를 갖고 있는 그대에게 한국 현대사 특별과외를 해드린다.

“개혁을 표방하는 정권 교체 세력들이 기회주의적인 관료집단과 결합하면서 희생양 만들기가 활기를 띠게 되는 것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기자가 경제를 전공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제담당이라는 전문가한테 베버의 관료제론부터 일일이 설명해주어야 하는 지 더불어 한국현대사 특별과외라도 해드려야 하는 건지 곤혹스럽다. 관료집단의 ‘기회주의적’인 속성이 비단 불과 5년 전부터 있었던 일이던가? 이것은 관료제론이 생기기 시작한 100여년 전부터 단점으로 행정학 개론에 아니 중고등학교 일반사회 교과서에도 지적, 명시 되어 있는 ‘상식 중의 상식’이다. 군사독재정권시절에 고착화된 관료집단의 기회주의적인 속성을 그러니까 5년 전이 아니라 50년 전으로 잡아야 한다. 이러한 관료제의 폐단을 민주화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개혁 시키려 했는데 이전 독재정권의 습속이 박힌 관료들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이야 관료와 재벌이 정경유착으로 서로 아우형님 했으니 ‘희생양 만들기’의 표적은 노동자였다. 그런데 사회가 민주화되고 시민의식이 성숙해지니까. 이러한 정경유착의 폐단을 개혁시키기 위해서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가 구성되고 재벌을 상대로 투쟁하는 건데 정규재는 왜 역사적인 흐름을 간과하고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기회주의적’으로 만들고, 엉겁결에 ‘희생양 만들기’의 주범으로 몰고 가시는가?

한경이 말하는 마녀는 노조, 정규재가 말하는 마녀는 재벌.

“우리나라 경제계를 배회해왔던 불쌍한 마녀들의 명단.” 기자는 정규재가 말하는 “마녀들의 명단”이 앞에서도 말했듯이 노조인줄 알았다. 그래서 그 명단이 과거 노조 운동가들의 명단을 적은 블랙리스트를 말하는 줄 착각했다. 그런데 “상속세 완전 포괄주의나 출자총액 규제들은 차라리 마녀 식별용 체크 리스트라고 해야 옳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그 명단이란 게 재벌리스트였다. 여기서 상속세 완전 포괄주의가 합리적 분배이념를 이루는 것인지, 출자총액 규제가 기업의 발전을 막는 지에 대한 논의는 이미 말이 무성함으로 차치하겠지만 정규재가 노동자를 경제구성의 3주체의 하나로 인정한다면. 이렇게 돌려서 묻고 싶다.

“가압류 처분이나 임금동결은 차라리 악덕 기업 식별용 체크리스트라고 해야 옳다.”

대기업 홍보물이 아닌 이상 정말 합리적으로 경제발전을 원한다면 이러한 재벌의 비위 맞추기 글은 그만 쓰시고 대기업 홍보부로 취직하시라. 
 
강남 마녀 때려잡기와 노조 때려 잡기의 균형감각 상실.

“대통령조차 강남불패를 막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강남을 방패막이 삼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호도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희생양을 만들어 책임을 떠넘기는 수법은 정말이지 다양하다.”

정규재의 글에서 책임전가하기 수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녀사냥’을 매개로 한결같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알면서도 모르는 건가? 재신임을 묻게 된 요인 중에 민생현안 중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강남 집값만 뛰면 타지역 사람이 소외감 정도로 끝나면 그만이지만 강남집값이 뛰면서 타지역도 집값이 뛰는 연쇄작용이 문제다. 정규재가 어디 살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잘사는 지도 모르겠지만 일반 서민들은 집 한 채 마련 하려고 하루하루를 악으로 아둥 바둥 살고 있다. 벌집을 아시는 가? 한칸은 될까 말까 한 방이 따닥 붙어서 벌이 아닌 ‘사람’들이 ‘벌떼같이’ 사는 집이다. 또한 강남 거주민 들도 대부분은 투기를 목적으로 거주하지는 않는데 이들마저 ‘희생양’으로 포장하여 정규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물타기 수법’을 타서는 곤란하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 안의 지역감정도 남남갈등만큼 만만치가 않다. 또한 정규재는 “엄포, 방패막이, 희생양” 등 민감한 단어를 사용해서 하는 말인데. 앞으로 강남 마녀 때려잡기만큼 한경의 노조 때려잡기에 대해서도 “엄포, 방패막이, 희생양” 등의 단어를 공평하게 사용해주길 바란다. 그렇게 공평한 처사를 노조에게는 못할 거라면 단어사용에 제발 유의하라.

역지사지(易之思之)만이라도 제대로 배우시라.

정규재 칼럼의 마지막 발언이다.

“정부는 책임은커녕 이제는 강남을 때려잡아야 하는 명분을 내세워 서툰 칼자루를 더욱 힘주어 쥐게 된다.”

정규재를 비롯한 한경 데스크는 앞으로 ‘마녀사냥 연구’는 접어두고 역지사지만이라도 제대로 배우시길 바란다. 역지사지 학습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 정규재의 마지막 발언을 주체만 바꾸어서 돌려드릴 테니 앞으로 진중한 글쓰기를 당부드린다.

“한경은 그 동안 재벌만을 옹호해오던 책임은커녕 노조를 때려잡아야 하는 명분을 내세워 서툰 칼자루를 더욱 힘주어 쥐게 된다.”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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