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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한나라당 죽기를 각오' 요구
조선, "이회창씨가 말해야 한다" 토사구팽 작전의혹
한겨레 "최돈웅 한나라당은 공범, 야당탄압 명분없어"
 
윤익한   기사입력  2003/10/24 [10:58]

최돈웅 의원이 SK로부터 1백억원을 건네받는 과정에 한나라당 지도부가 관여했는지 여부가 검찰 수사의 초점으로 대두된 가운데, 검찰이 제한적으로 이들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1백억원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최병렬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현 지도부가 대선자금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당내역학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10월 24일자 조선·중앙·한겨레신문은 대선과정에 쓰였던 자금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한나라당의 전 지도부뿐만 아니라 현 지도부도 책임이 있다며 이 사안을 정략적으로 풀어가려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조선 "한나라당은 길거리에 나앉을 각오로 제 허물이나 벗겨라"

▲조선일보 24일자 사설, '이회창씨가 말해야 한다'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이회창씨가 말해야 한다>제하의 사설에서 대선 당시 이회창씨가 100억원이라는 거액의 비자금이 들어왔는데 모르고 있었다는 주장은 법률적으로는 '사실'일 수 있다고 해도 '진실'이 될 수는 없다면서 이씨는 전모를 파악해 국민에게 소상하게 밝히고 책임을 질 것이 있으면 지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또 당시 대선 자금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서청원 대표, 김영일 사무총장, 최돈웅 재정위원장 등도 변명하지 말고 다 털어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사설은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나 여당 대선 자금을 같이 물고 들어가려 해서도 안 된다며 한나라당은 제 허물이나 제대로 벗겨내면 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사설은 한나라당이 가진 것을 다 넘기고 길거리에 나앉을 각오로 이 문제에 달려들어야 할 것이라며,  정당이 지켜야 할 것은 대선 자금 비밀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중앙 "모르쇠, 임기응변으로 넘어가는 한나라당엔 미래가 없다"

중앙일보는 <大選자금 족쇄 끊을 방안 찾아야>제하의 사설에서 조폭이나 마피아 영화에서 보던 익숙한 방식으로 전달된 검은 돈이 정상적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리 없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한다면서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임기응변으로 넘어가려 한다면 한나라당엔 미래가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또 사설은 현 최병렬 대표 체제가 지난해 대선을 치렀던 이회창 후보와 서청원 대표 체제와는 분명히 거리가 있지만 내부적 역학관계는 한나라당 내부 사정일 뿐 국민들은 한통속으로 볼 뿐이라고 지적하며, 현 지도부가 검찰의 수사에만 맡긴 채 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용납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설은 한나라당이 SK 비자금은 물론 다른 기업들로부터 받은 대선자금까지 포함해서 당 차원의 총체적 진실규명에 나서야 하며 뒤이어 대대적 정풍과 인적 청산, 통절한 참회와 재발방지의 다짐을 통해 창당에 버금가는 처절한 변신을 해야 한다면서 "죽기를 각오해야 살 길이 열린다"고 몰아부쳤다.

또 차제에 정치권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고백' 제의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여야가 '먼저 고백하는 쪽이 손해'라는 식의 정략적 눈치보기만 할 게 아니라 고백할 방법과 검증 수단, 사후 처리 문제 등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사설을 내지 않은 동아일보도 전날 <한나라당 사과만 하면 다인가>제하의 사설에서 그동안 한나라당이 보여온 구태에 비춰 좀더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제 한나라당은 고해성사를 하는 수밖에 달리 선택이 없다고 몰아부쳤다.

한겨레 "최돈웅, 한나라당은 에스케이비자금 사건의 공범"

▲한겨레 24일자 사설,‘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는 이제 그만     ©한겨레신문
한겨레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는 이제 그만>제하의 사설에서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에스케이에서 받은 비자금이 당 대선조직으로 유입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번 사건에 관한 한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모두 '공범'이 됐다고 단언했다.

사설에서는 한나라당의 일부 인사가 "당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사용처를 밝히지 말아달라"고 최 의원에게 애걸복걸했다는 점과 대선 당시 선거를 지휘했던 전 지도부가 '야당 탄압'이라며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점등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와 같다며 그렇다고 해도 진실은 감추어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회창 전 총재도 돈을 준 기업 쪽에서 후보에게 어떤 형태로든 자금제공 사실을 알리고 생색을 냈으리라는 게 상식적 추론이라며 보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사설에서 중앙일보가 한나라당측에 SK비자금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로부터 받은 자금도 공개하라고 압박한 점과 조선일보가 한나라당이 노대통령 측근비리나 여당 대선자금을 물고 들어가려 해선 안된다고 한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두 사안 모두 한나라당이 최돈웅사건을 현 지도부와 분리해 당내 돌파구를 열기 위한 방법으로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중동의 주장대로 한나라당이 당 차원에서 모든 대선자금에 대한 '고백'을 한다면 이는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정국에 휘몰아칠 태풍을 여야 모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결국 한나라당은 노대통령과 '담판'을 통해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조선일보가 "길거리에 나앉을 각오로 임하라"고 하거나 중앙일보가 "죽기를 각오해야 살 길이 열린다"고 수위를 높여 한나라당을 비판한 점은 향후 조중동의 보도태도의 변화와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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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0/24 [10:5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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