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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당한 조선의 '입사희망1위 신문사' 보도
전체 입사희망언론사는 MBC, 공정성ㆍ호감도는 한겨레신문
 
윤익한   기사입력  2003/10/22 [18:49]

조선일보가 신입사원 모집 기간중에 매스컴 취업 포털사이트의 조사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자사에 유리한 정보만을 발췌한 기사를 실어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조선일보 해당기사     ©조선닷컴
조선일보는 매스컴 취업 포털사이트인 '미디어잡'과 매스컴 순위포털 '미디어네트워크'가 최근 매스컴 관련 구직자 342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신문 분야에서 1위에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조사문항에 포함된 '가장 공정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언론사'와 '가장 호감이 가는 언론사'에 대한 응답은 보도하지 않았다.

[참고기사]  문갑식, "가장 입사하고 싶은 신문사는 조선일보"(2003. 10. 21)

'미디어 잡'이 21일 매스컴 관련 구직자 3425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문 분야에서는 조선일보가 1위(32.3%)를 차지했으며 중앙일보(22.4%), 한겨레신문(10.2%), 동아일보(8.3%), 매일경제(7.6%) 순이었다.방송분야에서는 MBC가 1위(28.5%)였고, KBS(13.8%), 케이블TV(9.5%), SBS(9.3%), EBS(5.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미디어잡'측이 회원들에게 개별적으로 E-메일을 보내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가 이같은 내용만 보도한 이유는 당초 '미디어잡'측이 제공한 자료에 '공정성'과 '호감도'에 대한 문항에 대한 답변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디어잡' 김시출 대표는 "조사문항 자체가 세분화되지 못해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며 조선일보에 편향된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김대표는 곧 "공정성과 호감도 부문에서 한겨레신문이 월등히 앞선 1위를 했다"면서 "그밖의 언론사가 큰 차이가 없어 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대표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공정성과 호감도 부문은 순위권인 5위안에도 들지 못한 대략 7위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조선일보가 자사에 유리한 정보만을 키워 보도하고 다른 문항에 대한 결과는 소홀히 했다는 얘기다.

▶ '미디어잡' 조사 문항 전문
1. 매스컴 구직자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매스컴 업종은 ?
① 신문 ② 방송 ③ 광고 ④ 연예 ⑤ 기타
2. 국내 매스컴 관련 회사 중 가장 입사하고 싶은 회사는 ? (2개 복수 응답 가능)
3. 가장 입사하고 싶은 회사를 택한 이유는 ?
4. 국내 언론사 중 가장 공정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언론사는 ?
5. 국내 언론사 중 가장 호감이 가는 언론사는 ?

그러나 조선일보가 보도한 '미디어잡' 회원들만이 참여한 조사결과와 '미디어잡'이 자사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조사결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미디어잡'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9월 15일부터 10월 20일까지 실시한 '가장 입사하고 싶은 언론방송사는?'이라는 물음의 조사에서는 MBC가 10개 조사대상 언론사 가운데 42.95%(1,710명)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KBS (26.15%, 1.050명)가 차지했고 3위는 한겨레신문(9.22%, 370명)이었다. 반면에 조선일보는 4.61%(185명)으로 SBS (4위. 6.97%, 280명)와 EBS(5위, 6.48%, 260명)보다 뒤진 6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문분야에서도 조선일보는 한겨레에 큰 차이로 뒤진 2위로 나타났다.

▲미디어잡에서 9월 15일부터 10월 20일 까지 진행한 [매스컴 구직자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언론방송사는?]이라는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총 4,015명 투표중 1위는 MBC(42.59%), 2위는 KBS  (26.15%)이고, 3위가 한겨레(9.22%)이다. 조선일보는 4.61%로 총 10개중 6위를 차지했다   ©미디어잡

이처럼 조사자체에 의문이 생기자 '미디어잡' 김시출 대표는 "앞으로는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점수화를 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사결과와 관련해 '미디어잡'측에는 "조사기준이 무엇이냐"는 물음의 전화가 몇차례 걸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몇몇 언론사들이 한꺼번에 신입사원 공채를 하고 있어 언론사들간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조선일보가 '미디어잡'의 조사결과를 기사로 실은 22일은 조선일보 신입사원 공채 마지막날이라는 점도 의혹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조선일보가 '미디어잡'측을 인용해 "이같은 취업 선호도는 해당기업의 브랜드 파워, 공정성, 급여 및 복지수준 등을 종합해 나온 결과로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정치적 관계나 공정성 시비와는 무관하다는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보도한데 대해 일부에서는 언론인 구직자들로 하여금 '공정성'보다는 '급여'가 언론사의 선택기준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는 곧 조선일보가 불공정행위를 통해 신문부수를 확장한 이후,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에 한결같이 보여온 '독자들의 선택을 존중한다'와 비슷한 논리다.

조선일보가 이처럼 자사에 유리한 문항만으로 외부에서 실시한 자료를 보도한 것은 최근 안티조선 운동 등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적 여론으로 인해 신입사원의 지원숫자가 감소하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오늘은 지난 10월 10일 <조선이 수습기자 채용에 열을 올리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선일보 인사담당자가 지난 10월 8일 언론 지망생들이 모이는 사이트에 '13일 첫 사고가 나갈 예정이며 올해는 서류전형을 전면 폐지해 응시자 전원에게 필기시험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며 채용 일정을 미리 알리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하면서 "2001년 안티조선 운동의 영향으로 지원자 수가 600∼700명에 불과했던 것을 의식하지 않았겠냐"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참고기사]황예랑, 조선이 수습기자 채용에 열을 올리는 이유 (미디어오늘 2003. 10. 10)

이밖에도 조선일보는 올해 들어 인터넷사이트를 강화하면서 '조선일보 못참겠다'와 같은 자사에 비판적인 네티즌들도 끌어들이기 위한 코너를 마련해, 조선일보의 상업성이 극에 달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또 10월 22일부터 조선닷컴에서는 기사 하단에 100자평 코너를 강화해 네티즌들의 참여를 강화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자신들에 대한 비판까지도 수렴하는 듯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에 유리한 부분만을 기사로 싣는 조선일보에 대한 독자들의 객관적 판단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이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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