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정운찬 잇단 의혹…野 결정적 '한방' 있나?
소득세탈루·공무원법 위반·병역면제 등 꼬리 무는 '의혹'…"이미 자격 상실"
 
이석주   기사입력  2009/09/11 [18:55]
정운찬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21일 부터 22일 양일 간 실시되는 가운데,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린 민주당 등의 야권이 자질검증과 의혹 규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정 후보자를 둘러싼 정치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내정 직후 불거진 정 후보자의 의혹들이 당초 '세종시 발언'과 논문 중복게재에 이어, 소득세 누락과 병역 면제 논란, 심지어 국가공무원법 위반 의혹 등 '학자 총리' 이미지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도덕성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현재까지 드러난 것 만으로도 이미 총리로서의 도덕성을 상실했다"(박지원 의원)고 판단, 향후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의 '칼날 검증'을 예고했다.

■ 논문 이중게재 의혹…"수차례에 걸쳐 자기 논문 표절한 것"

당초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신임 국무총리로 내정된 정운찬 후보자는 '세종시 발언'과 '4대강 사업의 부분적 동의', '이 대통령과의 경제철학 공유' 등의 발언으로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로 부터 "곡학아세의 표본"이라는 뭇매 아닌 뭇매를 맞았다.
 
▲ 지난 3일 내정된 정운찬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와 관련, 논문 중복게재와 소득세 탈루, 병연 면제 논란이 일고 있다.   ©CBS노컷뉴스

하지만 내정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박지원 의원이 "20년 간 논문을 한편도 작성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들고 나왔고, 결국 정 후보자가 해명에 나선 이후 박 의원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나, 이는 온갖 의혹의 서막을 알린 신호탄이 됐다.

먼저 정 후보자는 지난 1998년 1월 서울대 경제연구소가 발행한 <경제논집>을 통해 'IMF와 한국경제'라는 논문을 발표했으나, 이후 이 논문을 세 곳의 학술대회에서 인용 없이 발표하는 등 이른바 논문 이중게재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

실제로 이 논문은 2001년 한국행정학회 논문집에 실린 '내가 본 한국경제-1997년 위기 이전과 이후'라는 제목의 논문과 90%이상 문장이 같으며, 한국경제학회 <경제학연구>지에 쓴 논문에도 별다른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이중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유은혜 수석부대변인은 11일 논평에서 "정 후보자가 비록 논문을 조작하지 않았지만, 수차례에 걸쳐 자기 (논문을) 표절 했으니 학문적 범죄행위가 아닌지 스스로 답변해야 한다. 부적절한 추문이 드러나면 총리직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소득세 탈루-공무원법 위반 의혹…민주, 자진사퇴 압박

여기에 정 후보자가 지난 2년 동안 소득신고를 누락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 후보자가 지난 9일 자신의 '소득세 납세 실적'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드러났다.

온라인 도서판매업체인 '예스(YES)24'의 고문으로 재직할 당시인 지난 2007년, 정 후보자는 1천250만 원(2007년)과 5천만 원(2008년)의 고문료를 받았으나, 총 6천여 만원이 넘는 고문료에 대한 합산소득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그는 원천 소득공제에 따라 07년과 08년 각각 6만3천 원과 413만 원의 세금을 납부했으나, 서울대 교수 급여와 고문료를 합산하지 않았다. '예스24'의 고문료를 누락하면서, 결과적으로 합산소득 미신고 분에 대한 세금을 탈루한 셈이 돼버린 것.

이에 대해 정 후보자 측은 "소득신고를 의뢰한 세무대리인의 착오로 합산신고가 안 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으나, '예스24'를 둘러싼 소득세 탈루 의혹은 국가공무원법 위반 논란으로 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민주당 최재성 의원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예스24'의 고문을 겸직하는 동안 서울대 규정에 명시된 '겸직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서울대 총장 퇴임 후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7년 11월 1일부터 올 9월 4일까지 고문을 겸직했다.

공무원 신분인 교수로 있으면서,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으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는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것. 정 후보자가 관련법에 규정된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2005년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의 경우, 서울대 총장시절인 2000년과 2002년 규정을 어긴 채 LG의 이사를 겸직하여 문제가 된 바 있고, 이러한 사유를 포함한 도덕성 문제가 불거져 3일만에 부총리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 병영 면제 논란,  정 후보 해명…"병역의무 보다 美생활이 더 중요한가"

정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검증이 지속되면서,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병역 면제'를 둘러싼 공방이다. 정 후보자가 고령이라는 석연찮은 이유로 면제를 받은 것을 놓고 야권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으나, 정 후보자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서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대학 1학년이던 1966년과 70년 신체검사와 재검을 받아 '보충역'으로 판정받았고, 72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컬럼비아 대학 조교수로 재직하던 77년 고령을 사유로 소집을 면제받았다.

이과정에서 정 후보자는 68년 아버지를 일찍 여읜 외아들, 이른바 '부선망 독자'라는 이유로 한 차례 징병검사를 연기한 후 다시 보충역으로 판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이유로 정 후보자가 병역의무를 지연하면서, 당시 병역 연령제한이었던 31세에 고령을 이유로 징집면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11일 해명자료를 배포,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수차례 신체검사를 받거나 입대를 지연한 적은 없다"며 "유학 기간 병무청으로부터 입영통지를 받은 적이 없다. 이런 사실은 병무청에도 확인했다"고 '고의적 회피' 의혹을 강하게 반박했다.

'부선망 독자' 문제와 관련해선,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학 1학년 때인 1966년 첫 신체검사 당시에는 '부선망 독자' 규정을 몰랐는데 이후에 병역법에서 부선망 독자는 징집연기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 민주당은 "이미 총리 자격을 상실했다"며 인사청문회에서의 칼날 검증을 예고했다. ©CBS노컷뉴스

하지민 민주노동당 백성균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고령'의 이유로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유가 참 깔끔치 못하다"며 "정 후보자는 모국에서 6개월간의 병역의무를 지키는 것보다 미국에서 조교수를 하는 것이 더 중요했던 모양"이라고 힐난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YTN 라디오에 출연, "논문 이중게재, 소득세 탈루, 병역비리 의혹 등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 갖고도 도덕성을 상실했다. 석박사 논문도 논문 색인 등에서 발견할 수가 없다"며 "실정법 위반이어서 총리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 민주, TF 첫 회의 "철저히 검증할 것"…한나라 "흠집내지 말라"

한편 민주당은 이같은 일련의 의혹과 관련, 11일 원혜영 전 원내대표 주재로 '총리청문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정 후보자에 대한 검증 대책 등을 논의했다.
 
원 전 원내대표는 "정 후보자가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관계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국정철학과 자질을 가졌는지 따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특히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에 대한 입장을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열린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김진표 최고위원은 "경제학자로서 정 내정자는 한반도 대운하도, 4대강 토목사업도 반대한다는 것을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왔는데 총리 내정자가 되고 나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평생을 지켜온 학자로서의 경제적 소신을 총리 자리에 연연해서 변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라며 "정 내정자는 평소 소신대로 부자감세와 4대강 토목사업에 반대해서 정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성인군자나 결점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은 어느 정도 결점이 있다. 그 결점을 끄집어내서 침소봉대하고 흠집 내는 청문회는 이제 지양돼야 한다"며 "자질과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고 야권을 질타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9/09/11 [18:5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