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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삭감'한 경기도 교육위원들의 '궤변'
[주장] 경기도의 '헬렌 켈러'는 무상급식을 받을 자격 조차 없는가?
 
이훈희   기사입력  2009/06/29 [12:08]
2008년 4월이었다. 뉴라이트 학부모연합에서 초·중·고등학교의 결식 아동 후원을 위해 가족뮤지컬 ‘손오공과 도로시의 환상 체험’이란 뮤지컬 공연을 주최한 바 있다. 

이 공연에는 서울시 교육청 공정택 교육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임원들, 박권재 서울시장애인문화협회회장 등이 참관했으며, 뉴라이트 학부모연합 김종일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현재 서울의 각 초·중·고등학교에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결식아동들이 많이 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하여 이 공연을 마련했다”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었다.

2009년 6월이었다. 경기도의 교육위원회 위원들이 “결식 아동은 없다”면서 김상곤 교육감이 낸 저소득층 초등학생 급식비 예산을 절반 삭감했다. "이미 국가에서 다 해주는데 누가 굶는다는 거야!", "요즘 누가 굶어?"라고 말하는 등 이구동성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 결국 예산 171억 중에서 85억 정도만 집행될 예정이다. 

이중에는 강관희 위원이 포함되어 있다. '뉴라이트 평택연합 책임자'인 강 위원은 이번 급식비 예산 삭감에 대해 “무상 급식을 실시하는 것은 의타심만 기르고 교육상 좋지 않다고 본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와 함께 시민들의 반발 여론이 “누가 뒤에서 시민들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며, “전교조가 권역별로 나눠 시민들 선동해서 우리 공격하는 것”이라고 음모설을 제기했다.
 
▲     © 경기도교육위원회 홈페이지

“무상급식은 교육상 좋지 않다”

평교사 출신인 강 위원은 장애인 문제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애인 단체의 각 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 4월 20일에는 경인일보에 <'장애인의 날'을 맞아>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선진화하고 장애인의 사회참여 및 권익증진을 통한 통합사회 구현에 힘써야겠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관심을 보인 이유로는 그 자신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등 후천적 장애가 있기 때문. 

같은 칼럼에서 강 위원은 장애인 교육관에 대해서도 “장애인들이 일반인보다도 훨씬 불우한 환경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꿈과 의지를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해야”하고, 나아가 “장애인들이 사지 없이 태어나서도 '오체불만족'을 쓴 오토다케 히로타다처럼 장애인이긴 하지만 인생이 즐거워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시각 장애인이면서 청각 장애인이었던 헬렌 켈러처럼 인류에 헌신하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그런데 오토다케 히로타다나 헬렌 켈러는 결식 아동이 아니었다. 부모님 역시 장애를 겪지 않았으며, 두 사람 모두 장애를 중증 장애를 겪으면서도 빈곤한 생활까지 겪진 않았던 것. 하지만 헬렌 켈러가 2009년 경기도 위치한 초·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면 어떻게 성장했을까?

상당수 부모가 질병 및 장애를 겪고 있어 밥을 못 챙겨줘

2003년 경기도청이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도내 결식아동은 미취학 어린이와 초·중·고를 합쳐 모두 2천678명이며, 결식하는 이유는 편부모 가정 884명, 경제적 빈곤도 800명, 보호자의 질병 및 장애 402명, 부모 가출 및 행방불명 339명, 저소득 맞벌이 부모 131명, 기타 121명 등이었다. 

결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보호자의 장애에 있다. 장애를 겪다보니 취업이 안 되고, 기초생활생계비를 받더라도 자식들 밥값 대기 어려운 실정, 그러다보니 장애인 부모의 아동이나 장애아는 결식아동으로 전락하고 있다. 헬렌 켈러 또한 결식아동 중 한 명이 되었을 것이고, 대학은 커녕 공교육 및 통합교육의 혜택마저 제대로 받고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2000년 지역아동센터인 ‘신나는 집’에서 결식아동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결손가정에서 자라는 아동이 전체의 47.1%인 477명이었다. 아동 보호자의 25%가 질병 및 장애를 겪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밥을 챙겨주는 등 제대로 양육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같은 상황을 경기도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실태조사 한 번 없었기에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방학을 맞이하면 학교급식 중단으로 결식 아동이 끼니를 거를 우려가 크다는 건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다.

현재 경기도 내 초등학교 학생 수는 92만명. 김상곤 교육감이 2010년까지 전체 초등학생을 포함, 100만명의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이 가운데 초등학생 15만3천명의 예산 171억원을 책정했는데, 강 위원 등은 ‘애들 밥그릇’이 의존심만 키우고 교육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쪽박을 깨버린 것이다.

지금은 결식아동 무상급식을 할 상황이 아니라고...

뉴라이트의 관념은 서울과 경기도가 다를 수 있다. 서울에는 결식아동이 있고, 인구 1천만명이 넘는 경기도에는 결식아동이 한 명도 없다는 뉴라이트 교육위원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결식아동 돕기 공연을 주최해서 수익금 전액을 서울시교육청에 전달한 뉴라이트와 “상황이 맞아야 예산을 투입하는 것(강관희)”이라는 말로 결식아동 무상급식을 할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뉴라이트는 또 왜 다를까. 

어쩌면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공연 수익금 전달 등 전시성 행사를 통한 결식아동 지원은 할 수 있어도 정책적 지원은 ‘교육에 좋지 않다’는 생각이 강 위원만의 생각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유혹희 위원은 이번 예산 삭감 결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후회하지 않는다.”

“당신은 정말 떳떳한가?”

최창의 교육위원은 <무상급식 예산을 잘라버린 동료교육위원들 앞에서>란 성명서를 통해 “무상급식에 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고 옷을 벗으라고 추궁당하는 공보담당관의 모습은 가엽기까지 할 정도”였다면서 “소외된 농산어촌과 도시 외곽의 소규모 학교 어린이들 모두에게 따뜻한 점심밥을 먹여보려던 소박한 꿈은 바싹 깨져버렸다”고 한탄했다.

이어 최 위원은 예산 삭감이 “진보적인 교육감의 무릎을 무참히 꺾어버린 분풀이요 화풀이”라고 평가하며 “2009년 6월 23일 경기도교육위원회 본회의에서 농산어촌 아이들의 무상급식비를 싹둑 잘라버린 당신은 정말 떳떳한가”라고 되물었다. 

가훈이 ‘봉사’인 강 위원이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무상 급식에서 배척되어 밥 굶고 있는 경기도의 헬렌 켈러를 위해 강 위원은 어떤 봉사 정신을 가질 것인가? 결식아동의 인생은 과연 즐거울까?

이참에 ‘아동권리선언’을 상기해봐도 좋다. 제 4항에는 ‘적절한 영양, 주거, 의료 등의 혜택을 누릴 권리’가 모든 아동들에게 있으며, 또한 ‘신체적 정신적 도덕적 영적 및 사회적으로 발달하기 위한 기회를 가질 권리’를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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