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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반쪽짜리' 종교간담회, 어떤 말 나왔길래…
참석자 발언 논란, 'MB어천가'?…조계종 지관 스님 불참, 진보단체 배제
 
이석주   기사입력  2009/06/04 [18:48]
모양새는 '종교 지도자 모임'이었으나, 결국엔 '반쪽 짜리 간담회'가 되고 말았다. 주된 내용은 '사회통합 방안을 모색키 위함'이었으나,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칭찬'과 일부 방송에 대한 비판, '검찰의 盧서거 책임론'을 반박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 대통령이 4일 7대 종교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정운영에 대한 조언과 이에 따른 민심 수습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과정에서 일부 참석자들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오면서, 결국 간담회는 청와대 만의 '잔치'가 돼버렸다.
 
■ "교수들, 왜 북한 핵실험은 언급하지 않나"…"일부 방송 문제있어"
 
이번 오찬에는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개신교), 김희중 주교(천주교), 최근덕 성균관장(유교), 이성택 교정원장(원불교), 김동환 교령(천도교),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 등 국내 7대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다만 불교계는 오찬 이전 부터 '불참'의사를 밝혔던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대신, 운산 태고종 총무원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 이명박 대통령은 4일 7대 종교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청와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간담회 발언 내용을 전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에 따르면, 한 참석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에서 일부 방송의 보도 태도에 대해 근본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성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일주일 간 '서거 정국'을 거치면서, KBS의 경우는 경찰을 비판하는 시민의 인터뷰를 삭제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으며, 이에 반해 MBC는 '다시살아난' 클로징 멘트 등을 통해 경찰의 과잉통제와 서울시청 원천봉쇄 등을 비판한 바 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전날 이명박 정부의 반성과 성찰을 주문한 서울대-중앙대 교수들의 시국선언 발표를 거론한 뒤, "과거의 선인들은 항상 나라와 시대에 대한 걱정을 함께하는 자세를 지켰다"고 우회적 비판을 가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이 참석자는 특히 "그것이 바로 먼저 근심하고 나중에 즐거워한다는 '선우후락'(先憂後樂)이다. 그런데 지식인의 상징인 대학교수분들이 시국선언을 한다면서 왜 북한의 세습이나 핵실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다른 종교인은 "부정부패를 단속하는 일이 마치 큰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는 정의롭지 못하다"면서 "말없는 다수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야당과 시민사회진영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이른바 '검찰 책임론'과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과 유족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 조계종 지관 스님 불참, '진보' NCC 제외…빠지지 않은 'MB어천가'
 
이날 열린 간담회는 조계종 지관 스님이 '불참'을 청와대에 통보하는가 하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NCC) 등을 배제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애초부터 '반쪽짜리' 오찬이 될 거란 예측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조계종 측에 따르면, 지관 스님의 불참 이유는 오래전 부터 예정된 선약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최근 환경부가 추진 중인 '자연공원법 개정안'에 불교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된 요인일 거라는 분석이다.
 
또 이날 간담회의 취지가 '서거 정국' 이후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국론을 수습하고 사회통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함이지만, 특정 종교 단체를 제외시켰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는 여전히 남았다. NCC는 교계진보측을 대변하고 있다.
 
이때문일까. 이날 오찬에 참석한 각 종교지도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이동관 대변인은 "여러 참석자들이 '(한-아세안) 정상회담에 10개국 정상들이 참여했고, 특히 북핵문제에 관해서 한 목소리로 성명을 채택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력의 신장을 보는 것 같아서 아주 뿌듯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온 세계가 놀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과 일본도 북한에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안 되겠다는 태도를 확실히 보였다. 중국도 매우 격앙 됐다"고 말했다.
 
▲ 이날 간담회에선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불참했다.     © 청와대

한 참석자는 또 오는 16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미정상회담을 거론, "확고하게 비핵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다른 참석자는 "세간에는 대통령께서 6.15와 10.4 선언에 반대한다는 오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그동안 6.15와 10.4선언을 포함한 모든 남북 간에 합의서를 존중해야 하고 이것의 이행 방안을 만나서 협의하자고 얘기했다"며 "특히 남북기본합의서는 고 김일성 주석이 서명하고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통과된 공식문서"라고 답했다.
 
■ 정치 '질타', 청와대 참모 비판…"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
 
하지만 정치에서 만큼은 공통적으로 '쓴소리'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외교와 경제는 A학점일지 모르지만 정치에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며 "우리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정치문제에 대해서도 경제문제 못지않게 신경을 많이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불철주야 어려운 시기에 노력해서 일하고 계시지만 무엇보다 심장부가 잘 해 줘야 한다"는 '청와대 질타성' 의견도 있었으며,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가면서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종교인들의 지적을) 잘 새겨서 앞으로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며 "사회통합과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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