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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색' 드러낸 MB…추모 열기는 '분노'로
[현장-시청광장] 경찰 노제뒤 시청광장 봉쇄나서, 덕수궁 철거 들어갈 듯
 
이석주   기사입력  2009/05/29 [19:43]
▲ 노무현전 대통령의 노제가 끝난 뒤 경찰은 서울시청 광장에 대한 봉쇄에 돌입했고,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경찰과 대치국면을 이어갔다.     © 대자보
 
▲ 시민들은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하면서도, 경찰의 봉쇄 방침에 이해할 수 없다는반응을 보이며 현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 대자보
 
▲ 경찰이 현장에 배치한 물대포 차량.    © 대자보

이명박 정부의 '본색'이 드러나는 데는 불과 1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경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끝난 뒤 기다렸다는 듯 '시청광장 봉쇄'에 나섰고, 현장에 남아 고인을 애도했던 시민들의 추모 물결은 이 대통령을 향한 분노의 함성으로 변했다.

경찰과의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29일 저녁 8시 현재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있는 시민들은 노란색 풍선 대신 'MB OUT'이라고 적힌 유인물을 들었으며, 태평로 프레스센터를 중심으로 방패와 물대포 까지 동원한 경찰과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노제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시청광장 봉쇄 나서…시민들 분노

앞서 시민들은 이날 오후 2시14분 노제가 끝나고 운구차량이 빠져나간 뒤에도 서울시청 광장에 남아 '아침이슬'과 '광야에서' 등의 노래를 부르며 고인을 추모했다. 서울역 방향으로 추모 시민들이 분산된 뒤에도 현장에서 애도의 물결을 이어간 것.

경찰은 그러나 서울시청 광장을 재봉쇄키 위해 오후 3시 30분 경 국가인권위원회 방향에서 부터 시민들의 해산을 종용했고, 현장의 시민들은 경찰 방송에 강력 항의하며 전경 버스를 향해 물병을 던지는 등 시청광장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 한 시민이 경찰 통제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태평로 차도 위에 누워 무언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대자보
 
▲     © 대자보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이날 자정 까지로 계획됐던 터라, 예상치 못한 경찰 통제에 극도의 분노를 표출했다. 고인의 노제가 치러진지 불과 1시간 정도 이후, 경찰이 시청광장을 갑자기 봉쇄하고 나선 것에 대한 성토와 절규였다.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시청광장을 사수하자", "이명박은 물러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현 정부에 대한 극한의 불신을 드러냈고, 경찰은 방송을 거듭 실시하며 시민들의 자진해산을 종용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되레 단결의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특히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는 현재 까지 경찰과 시민들의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으며, 시민들은 각자 자유발언 등을 통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마음과 이명박 정부를 향한 분노를 토로하고 있다.
 
아고라 논객 '권태로운 창', 맹성토…"MB의 모욕 때문에 盧 자살 선택"

시민들은 자체적으로 제작한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차량 두대를 경력 앞에 배치했으며, 태평로 양방향에 앉아 연좌시위를 시작했다.

다음 아고라에서 유명논객으로 활동 중인 아이디 '권태로운 창'은 단상에 올라 "이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살인하지는 않았으나, 고인이 치욕을 선택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명백히 이 대통령의 '모욕' 때문"이라고 'MB책임론'을 거론했다.

이어 "그것이 살인이 아니라면, 수많은 광주시민을 죽였던 전두환은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더이상 침묵하고 있다면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버리는 것이다. 더이상 우리의 민주주의가 죽는 것을 방관할 수는 없다"고 맹성토했다.
 
▲ 시민들은 경찰과 대치 상황 속에서도 자유발언 등을 이어갔다.   © 대자보

대학생 강 모 씨도 "이명박 정부는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더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강도높은 비판을 가했다.
 
백발의 노인도 마이크를 잡고 "정부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과거로 되돌려 놓고 있다. 언론의 자유를 말살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거듭된 경고 방송으로 맞섰다. 경찰은 "여러분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것은 고인을 애도하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유족들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일터와 집,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때"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 대통령의 헌화 모습을 지켜본 것과 마찬가지로 경찰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으며,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처럼 '헌법 제1조'와 '아침이슬'을 불렀다.

현재 퇴근을 마친 인근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이 모이면서 현장의 시민들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특히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오후 시청광장에서 노 전 대통령 추모 촛불문화제를 진행 중이라, 대치국면에 따른 현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 경찰은 이날 자정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마무리 됨에 따라,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시민들의 자발적 분향소를 강제 철거할 것으로 보인다.    © 대자보

덕수궁 분향소도 강제철거 가능성 높아…

한편 서울시청 건너 편인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에는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마무리 돼가고 있는 상황임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노제가 끝난 이후, 시민들은 국화꽃과 노란색 풍선을 들고 조문 행렬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처럼 계속되는 추모 열기는 고인의 장례가 모두 끝난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30일 오후 민주노총 주최의 '열사정신계승, 민중생존권 민주주의 쟁취, 5.30 범국민대회' 까지 예정돼 있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와 맞물려 이명박 정부를 향한 규탄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경찰이 이날 노제 종료 직후 봉쇄에 나선 점 등을 감안했을때, 시민사회진영 집회에 대해 강도높은 수위의 진압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으며, 덕수궁 분향소에 대한 강제철거 돌입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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