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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진입 만족?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노회찬-조승수 향후계획 등 밝혀 "10월 재보선, 지방선거 승리"…과제 산적
 
이석주   기사입력  2009/04/30 [16:13]
"조승수 후보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18대 총선 참패의 아픔을 딛고 창당 1년 만에 원내 교두보를 확보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조승수 당선자가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식 기자간담회를 갖고, 울산 북구 재보선 평가와 원내진입 이후의 활동계획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노 대표는 이같은 말로 10월 재보선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민주노동당과의 미묘한 감정적 앙금과 '반 MB연합'에 따른 통합논의 등은 진보신당의 과제로 남게됐다.
 
■ 노회찬 "민노당과의 단일화 과정, 양당 모두 미완성이란 점 보여줘"
 
노회찬 대표는 먼저 울산 북구 재보선 결과와 관련해 크게 두가지의 의미를 부여했다. '새로운 진보'를 상징하는 '조승수'라는 정치인이 진보신당의 제1호 국회의원이 됐다는 점과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텃밭'인 영남에서 참패의 수모를 겪었다는 것이다.
 
▲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조승수 당선자는 3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보선 평가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 CBS노컷뉴스

그는 조승수 당선자에 대해 "일찍이 환경운동에 관심을 두고, 통일문제와 노동운동에 대해 관성적 사고를 기피하는 새로운 진보에 대한 고민을 오래 해왔다"고 평가했다.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선거결과와 관련해선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은 자신의 고향인 영남에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패배했다"고 밝힌 뒤, "진보신당은 우리의 정치적 고향, 노동자 서민이 밀집한 울산에서 승리했다"고 'MB정권 심판론'이 성공했음을 강조했다.
 
울산 지역에서 진보정당이 지난 2005년 10월 재보선과 2006년 지방선거,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들에 모두 패배했으나, 이번 재보선에서 조 후보가 당선된 것은 한 개인의 당선 의미를 넘어 진보에 대한 혁신의 새 걸음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노 대표는 그러나 자성의 목소리도 함께 제시했다. 그는 "(민주노동당과의) 단일화를 통해 승리에 이르는 길은 두 정당 모두 완성된 상태가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며 "진보정당의 완성을 위해 강력한 추동력을 발휘해야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노 대표는 다만 "(양당의) 경쟁 방식의 '틀의 전범'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 "서로 상처 내는 경쟁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서로가 맞부딪히는 경쟁이 아니라 선의의 경쟁으로 더 큰 진보로 가는 지름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조승수 "비로소 '정치적 시민권' 획득, MB '토건삽질' 막아낼 것"
 
재보선 결과와 관련한 조 당선자의 평가 역시 노 대표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29일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직후 "이명박 정권을 호되게 꾸짖겠다"고 밝혔던 조 당선자는 이날도 정부여당의 '일방적 정책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조 당선자는 "국회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자감세, 재벌 감싸기, 특권층 편들기를 바로잡겠다"며 "4대강 정비 등 MB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대착오적 토건삽질을 막아내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특히 진보신당이 그동안 겪었던 정치적 '설움'을 우회적으로 밝히며 "비로소 '정치적 시민권'을 획득하고 국민들 곁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힌 뒤, 이같은 승리는 울산 북구에서 재발휘 된 진보의 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조 당선자는 "진보신당의 국회 진입은 향후 국민들의 여론변화에 중요한 계기를 줄 것"이라며 "더욱더 진보적인 의정활동, 노동자 서민을 대변하는 의정활동을 통해서 진보신당이 대안야당으로 우뚝 설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심상정-10월 재보선, 노회찬-2010년 서울시장 출마...제2목표 가시화
 
이처럼 정치적 '설움'을 떨쳐낸 진보신당은 우선 '원내진입'이라는 제1목표 달성을 발판으로 향후 10월 재보선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제2의 목표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10월 재보궐 선거의 경우, 심상정 전 공동대표의 출마설이 나돌고 있으며 출마가 확정된다면,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의 출마설과 함께 서울 은평을 지역에서 정치적 '빅매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 진보신당이 '4.29 재보선'에서 원내진입에 성공함에 따라, 오는 10월 재보선과 2010년 지방선고에서 각각 심상정 전 공동대표와 노회찬 대표의 출마가 가시화 되고 있다. ©CBS노컷뉴스

내년 지방선거 중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서도, 노회찬 대표는 사실상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 대표는 지난 3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출마를) 거부하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출마선언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보신당은 원내와 원외라는 활동의 양날개를 얻었다"며 "조승수 후보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10월 재보선과 지방선거 등 진보신당의 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 된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조 당선자도 진보신당의 정치 활동에 날개가 달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노 대표가 언급한 두 차례의 선거를 통해 MB정권을 심판하는 데 선봉에 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진보신당의 과제? "민노당, 민주당 개혁세력과 적극 연대할 수도"
 
진보신당은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견제키 위해 민노당과 함께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하나로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과 달리, 이에 따른 산적한 과제도 남겨놨다.
 
후보단일화 과정 중 불거진 민노당과의 미묘한 갈등의 골과 이른바 '반 MB연합'을 위해 제반 세력들과의 연대를 어떻게 이룰 것이냐는 점이다.
 
실제로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재보선 직전 합의된 진보신당과의 '후보단일화'에 반발, "당이 가장 어려울 때 당을 헌신짝처럼 차버린 자를 도와야 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억장이 무너진다"며 대변인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노회찬 대표는 "골이 더 깊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일각의 우려를 일축한 뒤,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과거에 있었던 불신을 확인했으나, 오히려 문제를 치유하는데 필요한 상황 파악을 한 성과도 있다"고 문제될 것이 없음을 시사했다.
 
조 당선자도 "민노당과 진보신당, 양대 진보정당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진보정치세력이 MB정권에 맞설 유일한 정치세력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 MB연합'에 대해서도 "우리 당에는 노회찬, 심상정 등 훌륭한 정치인과 참모들이 있다. 많은 부분에서 민주노동당, 혹은 필요하다면 민주당 내 개혁적 세력들과 정책적으로 연대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    ©대자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진보정당을 대표하는 양당이 향후 정책적 사안에 대해 미묘한 갈등관계에 있을 것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며, 특히 오는 두 차례 선거에서의 단일화를 놓고도 이번 재보선과 같은 갈등이 재현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노동계, 민노-진보신당 통합 촉구
 
한편 진보진영의 노동계에선 조승수 후보의 당선을 계기로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당선의 결정적 계기가 후보단일화였던 만큼, 양당 통합을 통해 진보진영의 세력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30일 성명을 내고 "이번 조승수 후보의 당선은 한나라당 등 보수정치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자, 후보단일화로 이어졌던 진보 양당의 통합과 단결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며 "진보 정당 통합의 본격적인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여당과 관련해선 "이번 재보선 결과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신자유주의 정책 강행이 불러온 것에 대한 심판"이라며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단 한 개의 의석도 얻지 못한 한나라당은 국민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진보정당의 통합을 거듭 촉구, "이번 선거에서 크게 선전한 민노당과 진보신당 모두에 다시 한 번 박수와 축하를 전한다"며 "이번 선거 결과가 진보정당 단일화라는 큰 성과로 이어지는 걸음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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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4/30 [16: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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