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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디, 그리고 정치를 모독하는 조선일보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기사입력  2003/10/01 [18:03]

한국의 정치를 두고 흔히들 코메디라고 한다. 물론 진짜 코메디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라면 코메디를 모독하는 말이기에 발끈할 것이다. 코메디는 보고 듣는 이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줌으로써 삶에 활력소가 되고, 때로 진지함의 패러독스를 통해 감동도 안겨주지만 우리 정치는 감동은커녕 역겨움의 대상이 되어버린 지 이미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느 노정객은 정치를 예술이라고까지 표현하고 그런 말이 심심찮게 회자된다. 제법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가 말한 '예술정치'는 기실 야합과 변절의 추악한 변주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국민들은 정치개혁을 열망하고, 상식과 양심이 통하는 상생의 정치를 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지난번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국회부결은 그러한 국민들의 바람을 여지없이 짓밟아버렸다. 한국 정치가 얼마나 추악하고 지저분한가를 다시한번 보여주었던 것이다. 거기에는 원칙도 명분도 없었다. '노무현, 너, 한번 당해봐라!'라는 오기만 분기충천했을 뿐이다. 그것은 원칙과 합리를 바탕으로 하는 의회정치의 실종이자, 모든 정치에 대한 사망선고이기도 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를 '노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으로 간단히 짚어버린다. 어느 신문에서도 노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이라는 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정치권 힘겨루기에 국정이 회오리'에 휩싸였고, '청와대 국정운영의 험난을 예고'하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앙일보의 경우 '야의 시대'라는 말과 함께 '야 3당간의 공조가 노골화할 경우 노 대통령은 거의 무장해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까지 진단하고 있다.

▲  © 조선닷컴 9/27일 조선일보 기사

그러나 조선일보의 1면 머리기사는 [노 대통령.국회 갈등 증폭]이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갈등구조로 바라보고, 또 그런 갈등을 확대 재생산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조선일보니까 그렇다 치자. 사설에서는 아예 '노 대통령 국정의 운영방식 바꿔야 한다'며 '주요 자리를 자신의 성분과 성향이 맞는 사람들로만 채워가는 인사'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성분(成分)이니, 성향이니 하는 말에서 레드컴플렉스를 자극하는 것도 다분히 의도적이지만 문제는 모든 갈등의 원인을 '코드' 때문이라고 우기는 대목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이다. 싫든 좋든 대통령이 국가의 수반이자 통치행위의 정점에 서있다. 더욱이 민주적 절차와 합의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이라면 자신의 정치철학과 가치에 합당한 인물을 골라 함께 정치를 풀어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통치행위이자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가 '노무현 정부' 또는 '노무현 정권'라고 하지 않는가.

따라서 이른바 코드정치는 노무현 정부의 독특한 색깔이자, 시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조선일보가 '자기의 성분에 맞는 사람들로 채워가는 것은 정부의 인사로 적절치 않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대통령 노무현 개인과 정부를 따로 떼어놓으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입맛에 맞아야만 대통령이고 정권이란 말인가.

더욱이 정치가 상생이 아닌, 자신의 이념만을 주창하고 필살의 살기만 번뜩인다면 그것은 이미 정치가 아니라 파시즘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자사 직원의 입을 통해 '쿠데타'를 노골적으로 선동하는 집단이요, 일제와 군사정권의 파시즘에 길들여진 신문이 아닌가.

그러한 집단이 여전히 언론의 탈을 쓰고 민주주의와 정치를 논하고, 애국을 부르짖고 있으니 이를 그저 안타깝다, 라고만 할 것인가.

* 본문은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가 발행하는 [주간 안티조선] 25호(2003. 9. 3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주간 안티조선 가기 http://www.antichosu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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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0/01 [18: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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