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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권독립이 바로 언론개혁인가?
언론노조 정책위원 양문석의 횡설수설에 대한 단상
 
김동민   기사입력  2003/09/24 [17:51]

본문은 김동민 교수가 9월19일 부산의 민주주의사회연구소 정기세미나에서 발표했던 '언론과 권력, 그리고 자본'에 대해 양문석 전국언론노조 정책위원이 대자보에 반박기사를 낸 것에 대한 반론입니다-편집자주


▲양문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장     ©대자보
언론학 박사 양문석은 논객으로서의 자세부터 돼먹지 않았다. 내 글에서 양문석이 거슬렸을 수 있는 딱 하나의 표현이 '순진하고 이론적으로 설익은 발상'이라는 부분이었다. 소유지분 제한에 목을 매는 사람들의 주장을 일컫는 것이었다. 그런데 양문석은 엉뚱하게도 '곡학아세' '설익은 학자' '억지논리' '국어실력에 문제' '조선일보와 속성이 유사' '조선일보로부터 전수 받은 왜곡수법' '책임회피' '명예훼손으로 고발 운운' 등의 인신비방을 퍼부으며 반론을 하라고 한다. 건설적인 논쟁이 되겠는가?

[관련기사] 양문석, 曲學阿世하는 언론학자의 '언론개혁론' , 대자보(2003.09.20)

양문석은 언론노조 정책위원이기 앞서 언론학을 전공한 연구자다. 그렇다면 보편타당한 이론을 제시하며 노조의 운동방향을 올바로 견인해내야 한다. 그러나 양문석은 설익은 주장을 근거로 하여 노조가 결정해놓은 방향에 맹목적으로 따르며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 양문석은 노용학자(勞用學者)인가? 허긴 양문석이 섬기는 노조 간부가 '신방과 교수들이 해외로 나가고 어쩌고 하여 써먹을 교수가 없다'고 했다더라.

내 논점은 언론개혁의 과제로 설정돼 있는 편집권 독립과 소유지분 제한의 관계에 관한 기존의 주장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양문석은 소유지분을 제한하면 편집권이 독립되어 언론이 개혁된다는 단순무식한 발상을 하고 있다. 이 둘의 관계는 보편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보편적 인과관계가 검증되어야 운동에도 적용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편집권 독립이 바로 언론개혁인가? 편집국이 사이비 기자들에게 장악되어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

정치경제학 이론에서 언론사 소유의 문제란 공적 소유냐 사적 소유냐의 구분에 있는 것이지, 사적 소유의 언론사 지분을 제한하는 따위가 아니다.

양문석은 대답해 보라. 몇 퍼센트로 제한해야 편집권이 독립되겠는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학자들마다 천차만별이다. 모두 근거 없는 막연한 주장만 늘어놓는다. 방송을 기준으로 하여 30%로 하자는 주장에서부터 15%, 10%, 6% 등등 중구난방이다(나도 한 때는 이렇게 헤맸다). 위헌이라는 반박을 받자 은행을 예로 들며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은행이 비교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나? 지분문제에 집착하면 소모적 논쟁만 양산하며 한치의 진전도 이루지 못한다는 얘기다. 

언론노조 신학림 위원장은 지난 22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신문시장, '돈놓고 돈먹기 판' 그대로다)에서 "흔히 언론개혁 하면 사주의 이익 지키기에 철저하거나 사주의 생각과 판단을 우선 고려하는 족벌신문들의 왜곡·편파보도 등을 고치는 것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신문시장을 바로잡는 것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 경품제공 근절과 신문시장 정상화야말로 언론개혁의 출발점이자 필요조건이다. 신문시장 정상화 없이는 어떤 언론개혁 노력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확신이다" 라고 했다.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     ©대자보
내가 얘기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나는 이 글을 반색하며 읽었다. 평소 소유지분 제한을 신념으로 주장하던 신학림과 나아가서 언론노조의 운동방향이 이제야 제대로 잡히는가 싶었기 때문이다. 언론개혁이란, 언론이 언론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며, 그 첩경이 정부의 개입에 의한 신문시장의 정상화다. 이와 결부하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동배달제에 대한 지원 정도일 것이다. 소유의 문제는 경향신문처럼 아예 공적 소유로 전환되지 않는 한, 지분제한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소신이다. 제도의 측면도 발행부수 및 매출의 점유율을 제한하는 등의 법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재수 좋게 하나 걸리라는 식으로 생각나는 모든 방법을 늘어놓고 힘을 분산시켜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정책 방향이 옳다는 것이다. 양문석은 내가 8월2일의 제2차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 대통령이 한 발언을 읽지 않았느냐고 빈정댔는데, 읽었을 뿐 아니라 그에 관해 글도 썼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바로 잡아나가는 제도, 이에 대해 지금까지 논의됐던 것이 편집권과 인사권, 그리고 이를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지배구조,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제도개선을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만 어떤 정부도 너무 벅찬 일, 그 시기에 시끄럽기만 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일은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몫이 아니고, 언론과 시민사회가 하도록 먼저 기다리고, 또 시민대표기관인 국회까지가 좀 더 본질적인 장이라고 생각해 정부가 나서지 않는 것이 좋겠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 양문석은 "노 대통령이 8월2일 제2차 국정토론회에서 편집권과 인사권 독립 그리고 소유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기세를 올렸다. 이 문장이 그렇게 읽히나? 주도적이건 중심적이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아젠다로 삼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그리고 양문석은 "이것은 대통령의 착각 아니면 책임회피"라고도 했다. 천방지축이다.

양문석은 또 소유구조 개선이 내가 "상임집행위원장을 역임했던 '언론개혁시민연대'의 핵심과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내가 언개연을 맡았던 기간 동안 나는 시장정상화 문제로 방향을 틀기 위해 노력했다. 대선보도 감시를 위해 미디어국민연대를 만들고 운영하느라 겨우 신고센터 개설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언개연은 이 방향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양문석은 올 봄에도 나를 비방한 죄로 도망다니는 것을 불쌍하게 여겨 소주 한잔 사며 용서해주고 맺힌 감정을 푼 일이 있다. 이번에는 부산의 한 귀퉁이에서 학문적 토론을 한 내용을 빌미 삼아 또 설익은 학문으로 나를 비방하는데 지면을 더럽혔다. 내가 권위를 앞세우는 사람은 아니니 논쟁을 걸어오면 한 수 가르쳐줄 용의는 있다. 그러나 또 다시 이런 식으로 알맹이 없이 비방을 일삼는다면 반론도 없을 뿐 아니라 인격을 의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 본문은 시대소리 (http://www.sidaesori.com/) 에 실린 글입니다. 대자보와 시대소리는 연대 매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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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24 [17:5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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