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연극관람' 이후, 후폭풍 몰아친 청와대
정치적 입장따라 논평 제각각, 생산적 토론없어
 
심재석   기사입력  2003/09/24 [17:29]

▲태풍으로 인해 피해모습     ©YTN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한 12일 노무현 대통령이 뮤지컬을 관람한 것에 대해 정치권과 인터넷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노대통령을 비판하는 세력은 “정부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고, 지지층은 “정치권과 보수언론이 작은 헤프닝을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통합신당과 개혁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연극관람을 성토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배용수 부대변인은 24일 논평을 내 “전 공무원들에게는 비상근무를 하게 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간부는 뮤지컬을 보고 행자부장관은 추석을 쇠러 가고 재경부장관은 골프를 치고 해양부는 원목을 방치하고 있었다니 이 정부가 제정신인가?”라며 “노대통령은 최소한 공무원들을 독려하며 피해를 막는데 솔선하지 못했음에 대해 백배사죄하고,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잘 보좌하지 못한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적으로는 여당이지만 분당사태로 사실상 야당이 된 민주당도 노대통령을 공격했다. 23일 장전형 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 “당시 초대형 태풍의 한반도 상륙에 따라 전국민이 걱정 속에 기상예보에 촉각을 세우고, 재해 관련 공무원은 비상근무를 하고 있던 시기에 대통령이 연극을 관람한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도 22일 논평을 내고 “12일 저녁에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들이 한가롭게 뮤지컬을 관람한 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로 용납될 수 없다”며 “국민앞에 석고대죄해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도 노대통령의 연극관람을 비판했다. 민노당 김배곤 부대변인은 23일 “태풍보다 연극관람이 중요했습니까”라는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추석연휴 일정이었다는 청와대측의 해명이 있었지만 몰려오는 태풍보다 연극관람이 더 중요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국정의 최고 책임자의 임무를 망각한 노 대통령은 무책임한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앞에 즉각 사죄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실상 여당인 통합신당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공식 언급이 없다. 통합신당은 세결합과 국민지지를 모아가야하는 시점에 뜻하지 않은 암초에 걸려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인터넷에서도 이 문제로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명예기자(CJ)인 아이디 jensai씨는 “생계형 자살이 꼬리를 무는 요즘 장관은 골프에 대통령은 연극에, 하늘이 왜 노했는지 이제야 알겠다”며 “피눈물 흘리며 피땀 흘리며 복구에 힘쓰는 국민들보기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라며 대통령을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홈페이지
신당문제로 노대통령에게 비판적으로 돌아선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도 노대통령의 연극관람을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사랑닷컴(minjusarang.com)은 논평을 내고 “추석 연휴 일정의 일환으로 연극 관람을 잡아놓고 있었다 할지라도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면 최소한 가족에게만 연극을 보러 가게하고, 자신은 TV뉴스라도 봐야 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기본 직무”라며 “국가를 이끌어 가야 할 최고 지도자가 국민들의 목숨과 재산을 위협하는 자연재해 상황보다 비서실장 부부와의 행사 약속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개탄했다.

반면, 노대통령 지지층은 대통령의 연극관람에 대한 비판은 반대세력의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여론을 의식해 대통령이 나서서 과감하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친노무현 입장의 정치웹진 서프라이즈에서 ‘햇볕정책’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감정적인 이미지 조작으로 마치 대통령의 명절날 저녁 연극관람이 태풍의 피해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왜곡시킨다”고 보수언론을 공격했다. ‘흠냐’라는 아이디이 네티즌도 “잘못이라면 잘못이지만 또 어떤 측면에선 큰 문제없다”며 “다만 국민감정을 엄청나게 거스르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대통령의 연극관람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 및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어 아쉬움을 낳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극관람이 여론의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나, “국민들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대통령이 한가하게 연극이나 보고 있었냐?”는 식의 감정적 비판은 생산적인 토론을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다. 노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비판받아야 부분은 연극관람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난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지 못한 것에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은 상황이라면 일과 이후의 연극관람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의 재난극복은 전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8월 문을 열기로 한 소방방재청(가칭)은 연내 개청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휩쓸린 도덕적 논쟁보다 노대통령이 이미 공약한 바 있는 재난극복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정치부기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9/24 [17:2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