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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TV'에 압수수색? 왜 공포심 유발하나?
[하재근 칼럼] 진정으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있는 건 대한민국 민주주의
 
하재근   기사입력  2009/02/03 [18:53]
'용산참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가 3일 인터넷매체 `칼라TV'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참세상 보도에 따르면 검찰 네 명이 오전 11시 20분께 서울 용산구 갈월동 칼라TV 사무실에 찾아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며 촬영 원본 테입을 요구했다고 한다.  

칼라TV가 무슨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압수수색은 너무했다. 촬영테입이 필요하면 요청하면 그만이다. 왜 ‘압수수색영장’이라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공권력을 발동해야 하나?  

촬영테입이 수사상 필요한 경우는 부지기수일 것이다. 검찰은 그때마다 보도매체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이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공무상 필요할 경우 요청하면 대부분 넘겨준다. 칼라TV는 사전 자료요청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어차피 요청하면 넘겨줄 것을 왜 ‘영장제시’부터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칼라TV는 진보신당이라는 ‘공당’을 모태로 한 매체다. 정당은 국민을 대리하는 결사체다. 그런 곳과 관련이 깊은 매체라면 더욱이나 압수수색에 신중했어야 했다. 여기가 민주주의 사회라면 그렇다.  
 
▲ <칼라TV> 초기화면에 올려진 '용산 참사' 화재 당시의 동영상.     © <칼라TV>

검찰은 ‘사자후TV’에도 같은 내용의 압수수색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것은 인터넷매체들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일부러 공권력을 발동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한다. 생각해보라. 압수수색영장을 든 검찰이 내 사무실에 나타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면 누구라도 몸을 사리게 될 것이다.  

지난 촛불집회 때 인터넷매체는 최대의 대안매체로 떠올랐다. 광장에서 터져 나오는 시민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한 건 칼라TV 등 인터넷매체들이었다. 그것은 현 정부에게 상당한 타격이었다.  

압수수색은 그것에 대한 처벌 및 앞으로의 행동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읽힌다.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이은 인터넷매체 관리인가?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용산참사 동영상을 촬영한 칼라TV 관계자도 소환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렇게 겁을 주면 앞으로 누가 사회의 그늘진 모습을 가감없이 국민에게 전달하겠는가?  

어느 사회든지, 아무리 태평성대라도, 반드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 매체는 그런 사람들의 사연을 국민에게 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고통 받는 사람들의 존재는 당시 위정자의 치부가 되는 문제가 있다. 위정자가 잘 하면 국민이 행복하고 위정자가 잘못하면 국민이 고통 받는 것이 국정의 기본적인 구조이니까.  

그래서 아마도 북한 같은 통제사회에선 ‘위대한 지도자’의 통치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인민의 고통이 잘 방영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사회라며 그런 북한을 비웃는다.  

나도 그동안 이렇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 위정자와 국가의 치부를 고발하기가 사뭇 두려워지는 분위기다. 인터넷매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그런 분위기를 더욱 실감케 한다.  

진정으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있는 건 칼라TV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인 것 같다. 권력에 대해 ‘알아서 기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드는 것일까.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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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2/03 [18:5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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