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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고3모의고사 시험지로 승부?
조선일보, 모의고사 수험지로 자사홍보, '안티조선' 비판
 
황진태   기사입력  2003/09/23 [00:04]

공교육에 대해서 물어 볼 가치조차 없는 조중동

얼마 전 본지에서 황선주기자의 “조중동, 너희 수준으로 공교육을 논하지마”라는 기사를 읽고서 기자도 공감한 바 컸다. 황선주기자는 글에서 “공교육 수준을 사교육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중앙일보 사설에 대해서 “공교육을 사교육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니, 전혀 엉뚱하여 어안이 벙벙해진다. 사설학원의 교습을 교육의 진수 마냥 신봉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엉터리 소리가 어디 있는가? 사교육수준이란 무엇을 말함인가? 사교육이 하는 것이란 선행학습위주의 객관식 문제풀이 학습이란 걸 모른단 말인가?”하고 묻는다. 근데 조중동에게는 이렇게 물음표가 넘쳐나도록 베풀 필요가 없을 거 같다. 즉, 대놓고 말해서 그 사람들 수준에 애당초 상종을 하지말자는 말이다.

[관련기사] 황선주, 조중동, 너희 수준으로 공교육을 논하지마, 대자보(2003.09.09)

시간이 지나도 변한 건 없네.

▲서울대의 나라, 강준만 저/ 개마고원 펴냄     ©대자보
기자가 고3입시를 앞둔 고2때 강준만 교수가 펴냈던 ‘서울대의 나라(1999 개마고원)’는 당시 목 빠지게 하늘(SKY:서울대-고대-연대)만을 바라보며 끝내 목 디스크로 치닫을 뻔한 기자에게 학벌구조가 내재되어 있는 현실의 구조가 작동되는 땅 아래를 굽어볼 시각을 제공해줌으로써 디스크의 위험을 간신히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때 강준만교수의 시각은 당시 모의고사 오지선 객관식에서는 절대 찍을 수도 없는 새롭고 신선한 답이었는데 문제는 시간이 5년이 지난 현재에도 개선되지 않고, 강준만교수가 제시한 해답이 방부제처럼(?) 여전히 새롭고 신선하다는 점이다.   

‘서울대의 나라’에서 당시 신문지에 학습지를 끼고 파는 신문사의 행태에 대해 박상건 씨의 글을 재인용했다.

“이들은 거실에 서 있는 고교생을 보자 입시문제지를 무료로 배달하고 있다고 은근히 관심을 유도했다. A신문 총무가 국내 최초로 ‘대입교실’을 게재해 서울대 수석 합격자를 해마다 배출했다고 주장하자 B신문 총무는 93년도 학력고사에서 95.6%의 적중률을 기록한 중앙교육연구소가 전담해서 출제했다고 맞섰다.…이러한 경쟁은 특정학교기관에까지 판촉전을 전개하기에 이르러, 최근에 반포고등학교에서는 작문시험에 C신문 사설을 실었다가 B신문을 구독하는 학부모와 M신문 지국이 학교 쪽에 거칠게 항의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러한 행태에 대한 문제점을 자각하고 각 신문사마다 자제를 결의하다가도 다시 문제지를 끼워 파는 신문사들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바로 기자의 수험생 남동생이 어디서 구해왔는지 유명 입시학원 D학원과 공동으로 “조선일보를 구독하시는 애독자들 중 대입 수험생 자녀가 있는 독자들을 위해” 모의고사 문제지를 신문과 함께 끼워파는 것이다.

조중동이 자전거나 TV를 팔며 가전제품 시장을 아는 체 하는 것도 웃기지만 제발 교육에 대한 그들의 어줍잖은 아는 체에 예비교사인 기자로서는 그들의 문제점에 진지함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풍자와 조롱으로 접근하는 게 조중동 교육관에 관한 그들의 유리두뇌(glass-brain)를 독자들이 더욱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2004년 수능을 대비한 조선일보와 에듀조선 그리고 D학원이 공동기획한 모의고사 ‘대입수능교실’을 토대로 한번 웃어보자.    

우리 조선일보가 부끄러움도 아나보지?

▲수학능력시험 문제지     ©인터넷이미지
3월호 모의고사 언어영역에서는 언론 개혁에 관한 기사를 문제로 출제했다. 조선일보는 언론 개혁의 중요성을 결코 모르고 있지 않았다. 언뜻 지각 있는 신문이다. 다음은 문제의 지문이다.

“OOO위원회는 최근 유력한 중앙 일간지 OO일보사에 ‘공개 사과’, XX일보사와 YY일보사에 ‘공개 경고’ 조치를 내렸다. 위원회는 이들 신문사가 자전거, 청소기 등 각종 경품 제공, 시가지 배포 등의 행위를 일삼아 왔다고 발표했다. 신문사가 1차 시정 권고나 공개 경고에 이어 2차로 공개 사과 명령을 받은 경우, 해당사의 판매 부문 최고 책임자가 위윈회의 전체 회의에 참석해 위반 사실에 대해 해명, 사과하고 시정 계획을 밝혀야 한다.”

OOO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일컫는 거 같은데 수험생들에게 공통사회와 관련하여 알아둘 만한 상식인데 왜 ‘땡땡땡’ 표시를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OO, XX, YY는 조중동을  지칭하는 듯하다. 뭣보다 키포인트는 그간 자전거 신문, 경품신문이었던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서 인정을 하고,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조목조목 설명되어 있는 것이다. “위반 사실에 대해 해명, 사과하고 시정 계획을 밝혀야 한다.” 이건 조중동의 논조가 아니라 공정위의 논조가 아닌지 헛갈린다. 기자가 조중동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나 조목조목 조중동이 스스로 말하고 있으니 당혹스럽다. 근데 조선일보가 그간 정부의 언론세무조사나 공정위의 활동에 대해서는 왜 정부의 ‘언론 죽이기’라고 흥분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 나라의 꿈나무들이 푸는 문제지인 만큼 좀 찔리기는 했던 건가?

조선일보를 통해서 옳은 말이 실린 지문이 실려 수험생들에게 혹시나 조선일보를 정론지로 착각하는 함정에 걸릴 수도 있으나 그래도 언론에 대한 공정위 활동에 대해서 평상시 조선일보 논리로 합리화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나마 다행이다.

조선일보야 역지사지는 할 줄 모르니?

이번에는 사회탐구영역이다.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란다. 그럼 지문을 보자.

“모방송국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A대학 K모 교수의 발언 내용 중 일부를 문제 삼은 네티즌들의 글이 방송국 홈페이지에 이틀 동안 1만 여건이 넘게 올라왔고, K교수의 홈페이지 게시판은 폐쇄될 정도로 많은 항의가 쏟아졌다. 사이버 세계에서 K교수는 삽시간에 ‘지역 감정의 진원=수구 세력의 앞잡이=전 국민의 처단 대상’으로 변했다.… ‘K교수가 폭력적 E-mail과 비난 글로 인해서 받은 정신적 충격이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다. 최근 일부 네티즌들의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격은 섬뜩할 정도의 직접적인 비난과 음해는 물론,  상대방의 인격, 재산, 가족 문제 등을 거론하며 초토화시키는 방식이다. "

윗 지문의 문제를 보자.

49. 이러한 사회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 바르지 못한 것은? 

    1.문화 지체 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
2.흑백 논리에 사로잡힌 편협한 태도이다.
3.일방적으로 여론을 조작할 우려가 크다.
4.언론 매체의 여론 형성 기능을 강화시킨다.
5.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한 무절제한 행동이다.

독자는 정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참고로 고등학교 시절 안티조선을 경험한 ‘아흐리만’같은 사람은 이 문제를 절대 맞힐 수 없을 거라 장담한다. 조선일보가 말하는 정답부터 밝히겠다. 정답은 “4번! 언론매체의 여론 형성 기능을 강화시킨다.”입니다. 이 문제의 정답에 독자는 동의하겠는가? 내가 보기에는 이 답은 틀렸다. 왜냐면 나머지 4개 선택항이 모두 틀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과연 “문화지체현상”으로 폄하해 볼 수 있는가? 지문에서 나온 인터넷 문화의 부작용성은 새로운 문화 착근의 과도기로 해석할 수 있다. 조선일보가 반세기동안 심어온 그 “흑백 논리에 사로잡힌 편협한 태도”로 습속화된 제도권 언론들이 “일방적으로 여론을 조작한” 94년 영변 북핵 위기와 5.18광주항쟁의 잘못된 보도행태에 대해서 인터넷은 새로운 미디어 대안으로서 작년부터 다시 불거진 북핵위기와 대선에서 “언론 매체의 여론 형성 기능을 강화”시켜줬다. 왜 조선일보는 최근의 역사마저도 부정하는가?

나는 “최근 일부 네티즌들의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 “섬뜩”하다는 조선일보의 말에 기가 찬다. 작년 홍재희 씨를 포함하여 김대중 기자가 그간 자신의 칼럼에 대한 조독마에서의 네티즌들의 조선일보 비판을 갖고서 등록된 개인정보를 남용하여 고소를 한 것은 폭력적이지 않다는 건가? 언제부터 조선일보가 똘레랑스 문화를 갖고 있었다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 운운하시는가? 최장집 교수에 대한 <월간조선> 파문만 보더라도 해석의 파시즘을 쥐고 있던 조선일보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똘레랑스를 베푸는 듯한 인상을 주는 문제지문은 정말이지 몹시 화가 난다. 조선일보가 정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문화지체현상이 혐오스럽다면 조선닷컴부터 폐지해라. 그래야 조선일보의 논조와 부합된다.

계속해서 49번 문제에 대한 정답해설을 보자.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열린 토론 문화를 말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따라서 인터넷의 발전에 걸맞게 네티즌들의 책임의식과 도덕성도 성숙되어야 할 것이다.”

본 필자가 앞 문단을 그대로 패러디 해보겠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기고만장 현상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열린 토론 문화를 말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따라서 한국 민주화 발전에 걸맞게 조선일보 필진들의 책임의식과 도덕성도 성숙되어야 할 것이다.”

그간의 반민주화 작태와 닫힌 토론문화를 조성해온 조선일보가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책임의식과 도덕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빚좋은 개살구'식 언급을 다신 남발하지 마시라.

통일교육의 중요성. 정말 알고나 지껄이는 걸까?

다음은 5월호 모의고사 언어영역 듣기 5번 지문의 일부를 보자.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통일 이후의 한국이 혼란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것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는 우리 국민에게 통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서 대비를 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통일의 걸림돌인 국가보안법에 대한 완강히 반대하는 조선일보가 정말 통일 교육의 중요성을 주장할 수 있을까? 그간 군사정권하에서 겉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 나불됐지만 실상은 반공교육을 통한 분단 고착화와 남북한간의 암묵적인 상대편의 헤게모니 유지를 인정해왔었고 그것을 수긍,  인정한 조선일보가 아니었던가 말이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통일 이후의 한국이 혼란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조선일보가 그런 혼란을 조금이나마 방지하기 위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펴낸 ‘나는야 통일 1세대’의 저자 이장희 교수에 대해 97년 조선일보의 진보인사 죽이기 계보의 한 귀퉁이를 장식한 것을 비춰보건 데 위 지문은 실로 가증스러울 뿐이다. 통일교육의 중요성? 조선일보엔 어울리지 않다. 아무래도 '반공교육의 중요성'이 조선일보의 맥락에 훨씬 부합되지 않을 까 싶다.

조선일보의 정체성은 자전거? TV? 모의고사 시험지?

100년 전 당시 독립신문은 사업다각화를 통해서 광고료 비중을 10.6% 낮췄다고 한다. 광고주의 노예가 된 오늘날의 신문들에게 편집권의 독립을 위해서 ‘사업다각화(?)’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래서 조선일보가 독립신문을 벤치마킹해서 자전거 사업과 TV사업 하물며 모의고사 시험지 사업까지 다각화하여 좌판을 벌리고 있는 걸까? 그런 조중동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골라 골라 조선일보 골라!’

하지만 이러한 사업다각화는 신문산업을 갉아먹는 자해행위다. 강준만교수는 ‘서울대의 나라’에서 “우리나라 신문산업의 발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사교육비다. 자녀 과외비 때문에 보던 신문마저 끊는 사람들 의외로 많다. 과외비만 아니면 웬만한 집에선 다 서너 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강준만 교수의 말은 새길만하다. 수험생 걱정하지 말고 조선일보가 끊임없는 극우진영의 전위대로써 진지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교육’의 ‘교’자도 함부로 지껄이지 말아야 한다. 탈 조선일보화된 조선일보 기획 모의고사 문제지의 문제는 오히려 조선일보에게 해를 끼칠 뿐이다. 이건 기자의 진심으로 우러나는 걱정임을 알아주시길 바란다. 아니면 앞으로도 기자의 조롱거리가 되던가.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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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23 [00:0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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