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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병 파병' 가난한 병사들이 가라?
'지원자중 선발파병'하면 극빈계층 파병가능성 커
 
김경석   기사입력  2003/09/22 [13:35]

만일 '전투병 이라크 파병'으로 결론나고, '자원자 가운데서 선발하여 이라크 파병' 원칙을 채택하게 된다면, 결국은 어떤 계층의 사람들이 주로 파병될까?  이것은 현재 이라크 파병 논의와 관련하여 아주 중요함에도 이에 대한 고찰이 없다.

자원자 가운데 선발하여 파견한다는 것이 아주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막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엄청난 사실이 숨어있다.

파병할지 말지는 나라에서 결정하지만, 파병 자원 여부는 개인이 결정한다.  실제로 파병 자원 신청을 받으면 신청자가 많아서 경쟁률이 높을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군인이 파병 자원 여부를 결정할 때는 다들 마음 속으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비교해본 뒤 결정할 것이다.  군인 개인 수준에서 좋은 점은 무엇이고, 나쁜 점은 무엇인지 살펴 보면, 어떤 계층의 사람들이 지원을 많이 하고, 어떤 계층에서는 적게 지원할지 좀 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직업 군인은 제외하고, 2년 남짓 의무 복무하고 있는 병을 대상으로 살펴보겠다.

파병 지원의 가장 큰 동기는 높은 월급?

▲동원예비군을 대신 들어가 일당을 받는 박중훈이 돈벼락을 맞았다. 그러나 돈벼락을 맞았다고 정말 '해피'한 것일까?     ©씨네서울
파병 지원을 하게 될 가장 큰 동기는 아마도 높은 월급이 아닐까 한다.  베트남 전쟁 때도 높은 월급에 끌려 지원했던 군인이 실제로 꽤 있었다고 하며, 특히 전투병이 아닌 후방 지원 부서의 파병 지원 경쟁률은 꽤 높았다고 한다. 

진급도 좋은 점으로 거론되지만, 진급은 직업 군인의 경우에 해당되고 의무 복무병에게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 밖에 명분을 말하지만, 이번 전쟁에 명분이 없다는 것은 파병 찬반을 막론하고 거의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익은 보통 대기업에 직접 영향이 있을 뿐, 개인에게 바로 이익이 가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 수준에서 볼 때 좋은 점은 결국 높은 월급이라고 볼 수 있다.

파병된 군인의 나쁜 점과 위험성

참전한 파병 군인의 가장 큰 위험은 아마 전사일 것이다.  목숨은 하나뿐이므로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참고로 베트남 전쟁 때 파병 인원 320,000명(연인원)에 약 5,000명 전사하였으므로 전사율은 대략 1.6 % 이다.  180 명 중대를 기준으로 하면 중대당 3명 꼴이다.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부상이다.  베트남 전쟁 때, 파병 인원 320,000명(연인원)에 부상 약 16,000명이었으므로 부상율은 대략 5 % 이다.  180명 중대 기준으로 9명이다.  부상자는 적어도 후송될 수준이었을 것이고, 따라서 부상자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불구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뿐만 아니다.  상이군인으로 제대한 뒤 생활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  6.25와 베트남 전쟁 상이군인들의 어려운 생활상은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전사와 부상을 더하면 6.6 %, 180명 중대 기준으로 12명, 15명 가운데 한 사람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고 하겠다.

파병이 된다고 하면 부모, 형제로서는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 또한 파병에 따라오는 나쁜 점이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 파병 군인들이 고엽제(에이전트 오렌지) 때문에 고생하는 것처럼, 1991 년 이라크 전쟁에 갔다온 미군 가운데 걸프 증후군이라는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한다.  인과 관계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열화우라늄탄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 결과 걸프 중후군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파병 군인들은 어쩌면 예비 신부들로부터 신랑감 기피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 또는 자녀가 실제로 걸프 증후군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  이것은 참 곤혹스러운 문제인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고엽제 환자에 대한 현재의 치료 지원 실정을 보면, 걸프 증후군 치료비도 거의 본인이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을 듯 하다.

마지막으로 그러나 아주 중요한 문제가 있다.  파병 군인이 몸은 성하게 와서 걸프 증후군에 걸리지 않더라도 참전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영화, 소설에서 보듯이 악몽, 사회 생활장애 등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본 여러 가지 가운데 높은 월급만 좋은 점이고, 나머지 대여섯 가지는 모두 나쁜 점이다.  그러면 이 글은 일부러 나쁜 점만 강조하고, 나아가 나쁜 점을 과장한 것이 아닐까?  결코 아니다.

높은 월급은 가기만 하면 모든 군인이게 다 해당되지만, 나쁜 점은 일부 군인에게만 해당된다.  보기를 들어 베트남 전쟁 때 약 1.6 % 전사했다.  마찬가지로, 모든 군인이 다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는 건 아니다.  따라서 위험성의 가지 수는 많지만, 군인 개인에게 그 위험이 일어날 가능성(확률)은 아주 낮으므로, 위에서 결코 위험을 과장한 것은 아니다.

'지원자 선발파병' 원칙으로 반대여론을 잠재우면서 가난한 계층 위주 파병될까 걱정

▲남북전쟁 말기 뉴욕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 영화. 미국정부는 징집제를 시행하면서 돈많은 부유층에게는 '300달러'에 징집면제해 가난한 이민자들이 군대에 끌려가게 되었다. 이제 '갱스오브아메리카'가 제3세계에 군사동원령을 내리는 것은 제국주의 '갱스오브뉴욕'의 재림에 다름아니다. 영화 '갱스오브뉴욕' 포스터     ©씨네서울
그런데 파병 지원 신청을 받으면 부자집 군인은 적게 지원할 듯 하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집 군인이 많이 지원하지 않을까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파병 군인의 월급은 자기 집이 부자이든 가난하든 꼭 같다.  그러나 꼭 같은 월급이라도 부자집 군인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며, 가난한 집 군인에게는 상대적으로 큰 돈이다.  그 결과 파병에 따른 전사, 부상등의 위험은 꼭 같지만 (이라크 사람이 쏜 총알이 부자집 군인과 가난한 집 군인을 차별하지는 않을테니까...), 가난한 집 군인들에게 월급이 더 매력적으로 보여 파병 자원을 많이 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그뿐만 아니라, 걸프 중후군에 걸릴 가능성에 대하여도 가난한 집 군인은 애써 무시하거나, "걸리면 할 수 없지" 하면서 지원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에 비하여 부자집 군인은 걸프 중후군에 걸릴 끔찍한 가능성을 생각하면 그까짓(?) 월급에는 전혀 탐이 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파병 지원을 잘 하지 않을 듯 하다.  이것은 결코 논리의 비약이 아니라고 본다.

한편 지원자 가운데 선발하여 파병하면 파병반대 여론이 많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만일 강제 파병하면 그 자체에 대한 국민 반대 여론이 들끓을 뿐만 아니라, 60만 현역 의무 복무 군인의 가정 가운데 절대 다수가 파병을 적극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원자 가운데 파병하게 되면 해당 가정은 1-2만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더욱이 지원한 가정의 경우 파병을 크게 반대하지 않을 듯하다.  결과적으로 지원자 가운데서 선발하여 파병하면 파병반대 여론이 아주 약화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원자 가운데 선발하여 파견한다는 원칙이 아주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자세히 살펴보면 파병 반대 여론을 잠재우면서 결과적으로 혹시 가난한 계층 위주의 파병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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