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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조중동 IPI결의문 재탕, 삼탕 논란만
"노대통령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이 원인제공해"
"한국언론은 언론자유 남용하고 있어"
 
윤익한   기사입력  2003/09/20 [16:50]

국제언론인협회(IPI)가 지난 9월 15일 한국을 '언론자유탄압감시대상국'으로 계속해서 지정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국가위상훼손 논란에 따른 책임공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19일 KBS 1라디오 '열린토론'(사회 정관용, 오후 7시 20분~9시)에서 민주당 김성호 의원은 IPI부회장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한 반면,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노대통령이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IPI결의문의 원인제공자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는 '언론탄압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김성호 민주당 의원과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이재국 전국언론노동조합 신문개혁특위 위원장, 김학수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이 참여해 노무현 대통령과 조선·중앙·동아일보와의 갈등관계를 두고 '바람직한 재정립의 노력'과 '의도적 흠집내기'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관련기사]윤익한, IPI에 '언론탄압 감시' 구걸한 조중동 (대자보 2003.9.19)
 
토론에서는 먼저 IPI가 어떤 성격의 단체인가를 두고 격론이 오갔다.

▲민주당 김성호 의원     ©대자보
김의원은 IPI 회원가운데는 일선 편집인들도 일부 있지만, 각 언론사들의 사장과 경영진들의 모임이라고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면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IPI부회장을 맡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위원장도 IPI가 그동안 발표한 입장이나 경로를 보면, 언론자유 역할보다 언론사주들, 대부분의 족벌신문들 사주들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김교수와 정의원은 IPI가 국제단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언론사 간부들 중심의 모임이라고 해서 대표성에 문제를 삼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IPI가 우리나라의 경우 편집인과 사장이 같기 때문이지, 단지 이 모임을 언론사 사장의 모임이나 사주들의 모임은 아니라면서 '고위편집인들의 모임'이라고 규정했다.

정의원도 "우리나라 특정 신문사의 사장이 부회장을 맡고 있다고 해서 이 단체가 사장들만의 모임이고 사주의 입장을 드러낸다는 것은 옳지 않고, 그런 태도는 아집적인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정의원은 IPI를 '간부진 이상의 회원들이 모여서 언론의 방향을 잡고 평가를 하는 기관'이라면서 간부진들이 주도하는 언론단체임을 강조했다.

이번 IPI 총회에서 한국이 언론탄압 감시국으로 유지된 것에 대해 토론자들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정의원과 김교수는 공정위 조사나 언론사를 상대로한 대통령의 소송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본 반면 김교수와 이위원장은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 아닌 일상의 작은 부분을 의도적으로 확대해 보도한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의원은 "유신시절 IPI는 한국을 미국과 스위스와 같은 언론자유국으로 규정했다"면서 IPI가 결의문중 '공정위가 신문시장조사에 나선것은 정부의 모든 힘이 일부 인쇄매체를 겨냥한 공격'이라는 지적에 대해 "언론자유가 탈법적 경영까지 포함하지 않으며 조사 후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투옥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원은 또 "외국같은 경우는 이런 일이 지적되면 폐간까지 간다"면서 일부 신문을 겨냥해 말했다.

이위원장은 IPI가 국제단체로서 사실에 근거하고 향후 미칠 파장을 염두에 둔 정확한 진상조사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위원장은 "총회에 참석했던 모 방송사 간부는 IPI결의문 채택이 터무니는 일이라며 회의장에서 퇴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품제공과 불법, 탈법이 기승을 부린 신문시장에 대한 공정위 조사를 그동안 언로노조 등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해왔고, 지난 5월에 공정위가 신문고시를 강화했는데  IPI가 8월에 있었던 양길승 향응파문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노정권이 언론탄압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점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신문개혁특위 이재국 위원장     ©대자보
이위원장은 IPI가 이처럼 부정확한 사실을 갖고 결의문을 채택한 이유에 대해 "조중동이 공정위 조사에 대해 마치 대통령이 보복성 차원에서 지시한 것으로 보도했는데 바로 이런 주장을 IPI가 그대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IPI와 조중동의 관계를 의심했다. 

김교수는 IPI 결의문에 대해 정부가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공정위가 지난  정권에서 언론사를 조사한 후에 벌금을 집행했어야 하는데 그만두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또 새 정부 와서 공정위에서 조사를 하니까 밖에서 볼 때는 또 한국 정권이 공정위의 조사결과를 이용해 언론을 탄압하려는 것 아니냐고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원은 대통령이 언론사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한 것이 국제적으로 위신을 떨어뜨린 원인제공자가 됐다고 '대통령책임론'을 들고나왔다. 정의원은 "김문수 의원이 폭로한 내용을 모든 신문이 보도했는데, 왜 유독 네 개 신문사만 소송대상으로 삼았는지. 또 소송대상이 될 만한 사항이냐"고 물으며 "대통령이 나서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것은 아니며 따라서 IPI가 언론탄압의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고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대통령과 장관이 전부 나서서 언론과 말싸움 한 정권이 없다면서 "제3자에서  보면 탄압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라며 IPI를 두둔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이재국 위원장은 한국언론재단이 현역기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결과를 인용해 "지난 3월 700여명 현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에 언론자유가 보장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2%가 '자유롭다'고 답했으며 25.9%는 '자유롭지 않다'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이위원장은 그러면서 "현역기자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주들이 침해와 탄압을 얘기한다면, 일선기자가 언론탄압을 용인한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김교수는 "정권과 언론이 대립하면서 언론사마다 저널리즘을 지키려는 노력이 더해지는 등 신문의 질이 좋아졌고 서로에 대해 투명하고 치밀하게 비판하려는 노력이 나타났다"며 권언갈등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김교수는 그럼에도 양쪽의 갈등이 지나친 측면이 있다면서 경제를 비롯해 국가적으로 당면한 문제들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교수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언론과 싸우다가 국가적인 의제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김성호 의원은 "한국언론은 자유의 문제를 넘어 남용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반박했다. 김의원은 그 예로 9월 19일자 몇몇 중앙일간지 사설을 예로 들며 "어떤 신문은 사설 세 개 중 두 개를 대통령과 청와대 비판하는데 할애하고 있고, 다른 신문도 대통령과 청와대, 민주당을 시니컬하게 쓰고 있다. 이런 신문이 과연 언론탄압을 받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이재국 위원장은 '진실, 균형잡힌시각, 있는사실그대로, 편견없이'라는 언론보도 4대원칙을 주지하며 "정부에 미흡한 점도 물론 있지만 참여정부가 오로지 언론 때려잡기만 하고 있다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이는 조중동이 있는 사실을 왜곡하고 때로는 악의적인 오보를 내면서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혼란과 갈등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이와관련 "일부 신문과 신문사 사주들이 세금을 안내거나 유통질서 흐리는 것은 당연히 처벌받아야할 일이고 시장질서문제를 갖고 언론자유탄압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면서 "구지 정부가 나서서할 필요가 있느냐"며 노대통령이 지금쯤 여러곳에서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취하 압력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신문에 기명기사가 많고 언론간 상호비평이 활발한 나라가 없다"며 언론이 자율적으로 규제해 나갈 수 있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의원은 대통령 소송건에 대해 "소송으로 가는 것까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본질보다는 말꼬리잡기식으로 보도하고 감정적으로 대통령의 발언들을 확대, 왜곡해 보도하는 잘못에 대한 책임은 언론이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의원은 대통령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자주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우려를 표할 정도라고 지적하며 "대통령중심제라는 구조에서 대통령의 위상과 권한이 엄청나고 청와대내에서 일어나는 사안의 파장이 국가전체 미치는 영향 큰 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이나 청와대 비서진이 이런 것을 간과하고 있지 않나 의문이 든다"면서 "언론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것은 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언론이 향후 건전한 긴장관계로 나가기 위한 해법에 있어서 참석자들은 언론과 정부 모두 조금씩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이재국 위원장은 "일부 신문이 이미 권력화해 감정적인 배설을 많이 한다"며 "신문시장에 약탈적인 조중동에대해 엄정하게 더 조사하고 유통망이 제대로 되도록 신문공동배달제를 조속히 실시, 또 다양한 시각을 한자리에 모아내서 입법화의 과정을 밟기 위한 언론발전위원회를 만들어서 근본적이고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김성호 의원도 제도적인 개선을 강조한 뒤, "정부와 언론간의 갈등은 그동안 유착관계에서 건강한 긴장관계로 가는 과도기"이며 언론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언론도 책임을 강화하는 식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김학수 교수는 언론을 향해 "언론자유 남용하지 말고 지나치게 가치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며 언론이 기업활동의 투명성과 질서를 지켜야 정당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정상적 방법으로 언론개혁 시도해야하고 국민에게는 권언갈등으로 인해 중요한 국가적인 과제를 잃고 있다고 판단하면 저항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정병국 의원은 "노정부는 언론의 비판강도가 높다고 해서 긴장을 부추기거나 지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하며 "대통령은 열린마음으로 비판을 수용하는 적극적인 마음을 가져야하고 신문도 국정운영을 비판할 때 보다 정확한 비판과,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취자들은 전화참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는데, IPI결의문과 권언갈등에 대해서는 '대통령탓'과 '언론탓'이라는 상반된 주장으로 팽팽히 맞섰다.

한 청취자는 "외국신문의 경우 국익관련 부분에 있어서는 신문사 이익보다 국익을 고려한다"며 조중동이 IPI결의문을 비판없이 정부를 공격하는데 이용함으로써 다시 한번 국익을 훼손한 격이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대통령의 언론정책에 대해 한 청취자는 "독재정권과 같은 언론탄압은 아니어도 은근히 골병들이는 탄압"이라면서 정권이 미운털박힌 신문사 길들이기를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날 프로그램과 함께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는 '한국을 언론 탄압국으로 지정한 국제언론인협회(IPI)의 결의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네티즌 설문조사를 실시, 20일 오전 현재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67.2%(2498명)으로  '동의한다' 32.8%(1219명)는 의견을 앞서,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IPI의 결의문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언론탄압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포함한 이번 IPI총회 결의문은 국가위상훼손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언론 모두 걷잡을 수 없이 논라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초 IPI의 결의문 채택에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등 IPI와 친분이 있는 국내 보수언론들의 개입여부가 공공연히 흘러나오면서 정부가 IPI뿐만 아니라, 이들 신문에도 <청와대브리핑> 등을 통해 반박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조중동은 이러한 청와대의 반응을 '피해의식' '편집증'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IPI결의문을 재탕, 삼탕하고 있다.

일부 언론의 악의적 왜곡보도에 대한 견제와 이러한 보도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의 구제절차가 명확하지 않은 우리의 언론 현실에서, IPI와 같은 국내 보수언론의 사주들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단체로부터 '언론탄압국'으로 묘사되는 것은 우리사회내부에 적지않은 후유증을 낳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정부와 언론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자기주장만 펼칠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방법을 마련하는데 노력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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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20 [16: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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