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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강행, 일본식 좀비경제 신호탄 쏘나
[경제진단] 낭비적인 자원배분은 90년대 일본식 장기저성장, 거품 불러
 
홍헌호   기사입력  2008/12/24 [18:22]
대운하사업에는 반대하지만 4대강 사업에는 찬성한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지적 성실성”이 없는 사람들이다. 4대강 사업의 핵심내용인 ▲ 제방 쌓기, ▲ 강바닥 긁어내기, ▲ 댐 및 저수지 건설, ▲ 배수갑문 건설 등이 대운하 사업의 핵심내용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정책의 포장지만 바꾸었을 뿐인데 그 알맹이가 바뀐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1920년대 일본의 문화정치에 감동하여 친일파로 돌아선 사람들을 연상하는 것은 필자의 지나친 과민반응일까.
 
필자는 이 글에서 MB정부의 홍보논리를 추적해 가면서 4대강 사업이 왜 추진되어서는 안 되는 것인지 그 사업의 허구성을 파헤쳐 보기로 한다.
 
1.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 19만개 창출? 한 편의 코미디일 뿐
 
국토해양부는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4대강 정비사업으로 신규일자리가 19만개나 창출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근거가 있는 것일까. 우선 먼저 한 편의 코미디극부터 감상해 보기로 하자.
 
ㅇ 장인 : 내가 4년간 자네에게 2억원을 줄 테니 자네가 철부지 처남을 데리고 있으면서 일 좀 가르쳐 보게. 그 녀석에게 연봉은 5000만원 정도 주면 될 걸세

ㅇ 바보 사위 : 2억원이면 4명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돈입니다. 1명을 추가로 고용하려면 5000만원이면 충분합니다.

ㅇ 장인 : ???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보 사위의 계산식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또 현실 속에서 바보사위와 같은 계산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국토해양부는 바보사위의 계산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어떤 계산법을 따라 19만명이라는 수치를 만들어냈을지 추정해 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국토해양부 계산식 추정]

ㅇ 토목건설업의 취업계수 6.9 가정(2010) ← 10억 추가 투자가 6.9명의 일자리 창출 
ㅇ 토목건설업의 생산유발계수 1.98 가정 ← 투자액의 1.98배 생산유발가능 
ㅇ 토목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 13.66 가정 ← 취업계수 x 생산유발계수  
    ⇒14조원 추가 투자로 약 19.1만명 추가 고용 창출
 
한국은행이 2007년 발표한 2003년도 우리나라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2003년 우리나라 토목건설업의 취업계수는 8.7명인데 취업계수는 해마다 크게 낮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2010년이 되면 6.9정도로 낮아진다. 국토해양부도 이 점은 고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문제는 MB정부의 취업계수, 취업유발계수 등의 가정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고용은 1년 단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4년간 14조원의 건설투자가 가져오는 고용창출효과는 (19.1만명/14조원)수준이 아니라 (4.8만명/3.5조원)수준이 4년간 유지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즉 14조원의 건설투자는 4.8만명의 추가 고용을 4년간 유지하게 하는 것이지 해마다 4.8만명씩 추가고용을 창출하여 4년간 19만명의 추가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 지적으로 성실한 정부관료라면 동일한 액수의 추가수요(추가소비나 추가 투자나 추가수출)라 하더라도 산업별로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게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 점을 국민들이 충분히 고려하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알려 주어야 한다. 
 
▲ (출처) : 한국은행 산업연관표,2003년도 기준, 2007년 발표     © 대자보

위의 표를 보면 농작물 재배업의 경우 10억원의 추가수요(추가소비나 추가 투자나 추가수출)가 무려 101개나 되는 일자리 창출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토목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경우 17.2에 그치고 있다. 토목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제조업,금융업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이다.   
 
물론 현실 속에서는 위에 소개한 취업계수나 취업유발계수 수치대로 일자리가 창출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제조업의 경우 1991년 516만 개나 되던 일자리 수가 그 이후 십수 년간의 각종 수요자극에도 불구하고 늘어 나기는 커녕 2007년 412만개으로 무려 104만개나 줄어 들었다.
 
그러나 어쨌거나 이들 계수들이 산업별 일자리 창출효과의 상대적 차이를 살펴 보는데는 많은 도움을 준다.
 
2. 4대강 사업으로 홍수피해예방?
 
MB정부는 또 4대강 정비사업으로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홍수 피해가 많은 지역은 4대 강 등 국가하천이 아니다.
 
필자가 국토연구원의 연구보고서, <홍수 피해특성 분석 및 홍수 피해지표 개발에 관한 연구>(2005)에 실린 통계자료들을 분석해 본 결과, 전국 232개 시군구 지역 중에서 홍수피해가 가장 심했던 지역 대부분은 중소군소하천 인근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다음에 소개하는 표들은 강원, 경남, 경북 지역 중에서 홍수피해가 많은 지역의 가구당 연평균 홍수피해액을 추정해 보고, 더불어 그 지역 중소군소하천의 미정비 실태를 추적해 본 것이다.
 
▲ (출처) : 재해통계연보와 각 시군구 통계연보, 각년도. 이하 동일     © 대자보
 
▲ (출처) : 재해통계연보와 각 시군구 통계연보, 각년도. 이하 동일     © 대자보
 
▲ (출처) : 재해통계연보와 각 시군구 통계연보, 각년도. 이하 동일     © 대자보

왜 이렇게 4대 강 본류와 크게 상관없는 지방군소하천 주변 지역에 홍수 피해가 크게 나타나는 것일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하천정비사업과 예산이 국가하천 중심으로 불균형적으로 배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홍수피해는 주로 국가하천이 아닌 지방하천에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하천 정비를 위한 예산 배정액은 국가 하천 정비 예산만큼 충분히 배분되지 못했었다.
 
(1) 하천정비사업의 편중
 
▲ (출처) : 국토해양부, 한국하천일람(2008)     © 대자보
 
(2) 하천정비예산의 편중 

▲ (출처) 기획예산처, 프로그램예산서. 각년도     © 대자보

3. 4대강 사업으로 수질개선?
 
MB 정부는 또 4대 강 정비로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수질개선이 필요한 하천 또한 4대 강 등 국가하천이 아니다.
 
필자가 각 시도의 환경백서에 실린 수질오염도(BOD) 통계자료들을 분석해 본 결과, 전국의 주요 하천 중에서 수질오염이 심한 하천은 4대강 등 국가하천이 아니라 지방의 중소군소하천이었다.
 
▲ (출처) : 환경부     © 대자보
 
▲ (출처) 환경부, 환경통계연감, 2007     © 대자보
 
▲ (출처) : 경기도 환경백서(2007)     © 대자보
 
▲ (출처) : 경기도 환경백서(2005)     © 대자보
 
▲ (출처) : 영산강유역환경청     © 대자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은 단순히 속담에서 그치는 말이 아니다. 치수정책에서도 이런 명제는 그대로 적용된다. 윗물이 맑지 않는 한 MB정부가 아무리 4대강 정비를 한다면서 강바닥을 긁어내고 제방을 쌓는다 하더라도 수질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4. 최선의 정책, 차선의 정책, 최악의 정책
 
MB정부는 수도권규제완화정책과 대규모 감세정책의 후유증으로 대규모 지방재정 감소가 예상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방편으로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4대강 정비사업이 과연 정책적 수요에 부응하는 사업인지, 지방공항 건설사업과 같은 낭비적인 사업은 아닌지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후세대에게 무거운 부담을 지우는 국채를 발행하여 거액을 마련하고도 이를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그것은 1990년대 일본에서처럼 장기적인 저성장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마련한 14조원이라는 거액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져올 수 있을까.
 
(1) 최선의 정책 
 
필자는 정부가 90년대 일본식 위기극복전략을 피하고 북유럽식 위기극복전략을 취하는 것이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90년대 북유럽 국가들은 일본과 유사한 거품붕괴라는 위기에 직면하여 ▲ 고통분담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 ▲ 고용유지와 고용창출을 가장 우선시하는 일자리 나누기, ▲ 양질의 직업교육을 통한 생산성 높이기를 통하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였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필자가 <부유층 감세 말고 100만 일자리 창출하라>(대자보, 11월 13일), <4대강 사업은 매국행위, 경제위기 심화돼>(대자보, 12월 17일)이라는 글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하였으므로 이 글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2) 차선의 정책
 
이렇게 위기극복을 위한 최선의 정책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MB정부가 이를 취하지 않고 경기회복 정책의 일환으로 SOC 추가 투자정책을 고집스럽게 추진하겠다면 차선책으로 가장 정책적 수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SOC 투자를 일부 추가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가장 정책적 수요에 부합하는 SOC 투자는 어떠한 것일까. 다음에 소개하는 자료는 필자가 우리나라 환경부와 일본의 환경성 자료를 근거로 GDP 대비 하수도 관련 사업비 비중을 계산해 놓은 것이다.
 
▲ (출처) 한국 환경부, 일본 환경성     © 대자보

위의 자료를 보면 일본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하수도 관련 투자를 확대하여 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에 와서야 하수도 관련 투자를 늘여가는 추세에 있다.
 
또 위의 표를 보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GDP 대비 하수도 관련 투자액 비중은 대략 0.1%p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는데 이런 수치는 2010년 기준 GDP가 1000조원이라 가정할 때 대략 1조원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MB정부가 그렇게도 수질개선에 관심이 많다면 정책적 수요가 거의 없는 4대강 사업으로 소중한 혈세를 낭비하지 말고 하수도 관련 투자를 더 확대할  필요는 있을 듯 싶다.
 
또 지방군소하천 정화를 위한 하수도 관련 투자는 낭비적인 4대강 투자보다도 일자리 창출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장점도 있다.
 
▲ (출처) :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각 년도     © 대자보

위의 표를 보면 1998년 이후 토목업의 취업계수는 급감한 반면 건축업의 취업계수는 건축업보다는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건축업에 대한 투자라 볼 수 있는 하수처리시설에 대한 투자는 낭비적인 4대강 사업보다는 일자리 창출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3) 최악의 정책
 
지금 현시기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최악의 정책이 될 것이다. 4대강 정비사업이 최악의 정책인 이유를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미래세대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방식인 국채발행을 통해 마련한 소중한 혈세를 예비타당  성 조사도 없이 막무가내로 지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 정부가 홍수피해의 주범인 중소군소하천을 외면하고 국가하천 정비예산을 10배나 늘린다는 것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05년~2007년 연평균 국가하천정비예산 3500억원이었음)

3) 수질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중소군소하천을 외면하고 국가하천 정비예산을 10배나  늘린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 정책적 수요와 일자리 창출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지방군소하천 하수처리시설투자를 외면하고 정책적 수요와 일자리 창출효과가 낮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5) 친환경적으로 홍수를 막으려면 제방을 쌓는 것이 아니라 지방군소하천의 천변저류지( 홍수 때 물을 잔류시키는 천변지역)를 폭넓게 확보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방을     쌓고 강바닥을 긁어내면서 친환경 운운하는 것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요컨대 4대강 정비사업은 정책수요에 전혀 부응하지 못한 지방공항 건설투자와 마찬가지로 낭비적인 건설투자의 전형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사업은 90년대 일본에서의 낭비적인 건설투자와 마찬가지로 ‘비효율적인 재원배분→저성장→미래에 대한 불안감 확산→소비 위축→경기 위축→저성장의 지속현상’이라는 매우 불행한 악순환을 낳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저성장의 악순환이 장기화되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좀비경제’라는 치욕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좀비경제'란 1990년대 국제금융 전문가들이 다시 일본경제를 지칭해 부르던 것인데, 당시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경제주체인 기업과 가계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아 마치 좀비처럼 일본의 경제정책이 있는 듯 없는 듯 불안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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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2/24 [18:2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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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2008/12/25 [21:40] 수정 | 삭제
  • 445입이 생각납니다. 자기식 계산수법으로 이나라를 통치하려는 수작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