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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언론자유' 위해 '언론봉쇄'
언론상대 '전략적 봉쇄소송' 추진, 시민단체 강력반발
 
윤익한   기사입력  2003/09/19 [19:33]

한나라당이 최근 정부나 고위공직자가 자신들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대해 '전략적 봉쇄소송(SLAPP:Strategic Lawsuits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키로 하자, 언론관련 시민단체 등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올 정기국회 기간에 입법을 추진할 경우, 우리나라의 언론현실에 대한 이해와 법률적용 문제 등을 두고 일대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지난 14일 심양섭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권력자나 권력집단이 언론과 야당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제기하는 소위 전략적 소송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학계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면서 "참여정부를 표방하는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잇따른 무차별적인 거액 소송으로 도리어 참여와 표현을 압살하는 현실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대변인 브리핑, [논평] 대언론, 대야당 무차별 소송을 막기 위한 법을 만들어야     ©한나라당홈페이지

이후 한나라당은 지난 17일 인권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법안' 입법을 추진, 정기국회에서 처리키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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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은 16일 <한나라당은 조선일보의 '대변인'인가>제목의 논평에서 "한나라당이 '표현의 자유'와 '시민참여'의 뜻을 제대로 알기나 하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은 툭하면 특정 언론사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해 왔다"며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민언련은 또 지난 6월 한나라당이 '신문과 방송 겸업금지조항 철폐'등을 주장해 특정 신문사와의 유착관계를 의심케 했다면서 "언론의 무책임한 허위·왜곡 보도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역할을 해 온 법원으로부터 아예 언론사를 보호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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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센터(이사장 유현석)도 18일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은 언론보도 피해자에 대한 인권말살 방침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당 총재의 병무비리 의혹 등을 주장한 원로 언론인 정경희씨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판결을 받은 바 있는 한나라당이 무슨 염치로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법안이라는 희한한 입법을 추진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한나라당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했다.

또 "최근 대통령이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하여 이를 독립적인 사법부에서 심리에 들어가기도 전에 느닷없는 입법을 하겠다는 것은 또 하나의 당리당략적 발상이며 헌법상의 기본권인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강하게 몰아부쳤다.  

언론인권센터는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신속하고도 실효성있는 언론보도피해구제를 위한 언론피해구제법의 제정과 언론중재위원회의 권한강화, 그리고 악의적인 허위보도에 대해서는 미국의 모든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punitive damage)의 도입에 앞장서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미국의 사례를 들며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전략적봉쇄소송 방지법안'은 미국의 경우, 고위공직자들에게는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절대적인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 언론의 무조건적 자유만을 강조한다는 비난을 듣는 이유도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이나 고위공직자들에게 절대적 면책특권이 부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언론의 의혹보도와 그로인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없어, 언론의 악의적 보도가 난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입법안을 내면서도 최소한의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미국의 사례를 들어 법안통과가 언론자유의 수호인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일부 보수언론과 비슷한 양태라는 지적이다.

지난 6월에는 한나라당이 KBS-2TV 민영화 추진과 KBS 공영성 강화를 함께 주장하고 나서자 언론노조 등에서 KBS가 2TV 시청료를 재원으로 운영되는데 2TV를 민영화하면서 어떻게 공영성을 강화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언론계 일부에서는 한나라당이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언론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부를 향해 의혹보도를 쏟아내고 사실이 아닌 의도적 왜곡보도에 대해 제재를 받을 방법이 없어질 경우 서로가 해명과 반발을 하면서 혼란만 거듭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과 신문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보수신문들이 입법안을 힘으로 밀어부칠 가능성도 있어, 올 정기국회에서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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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19 [19:3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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