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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I에 '언론탄압 감시' 구걸한 조중동
IPI총회 결의문 파문 확산, 조선일보 방상훈사장 개입의혹도
 
윤익한   기사입력  2003/09/19 [11:25]

▲국제언론인협회(IPI)의 한국 관련 결의문     ©국정브리핑홈페이지
국제언론인협회(IPI)가 지난 9월 13일 제52차 연례총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정책을 비난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것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계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과 보수언론들은 IPI결의문을 소개하면서 노대통령이 특정언론죽이기를 통해 언론장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성토했고 반면에 정부와 언론관련시민단체, 진보적 학자들은 IPI가 편향된 시각을 통해 한국언론시장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한편으론 총회에 참석한 IPI 한국대표단에 책임을 물었다.

IPI는 결의문에서 "IPI 회원들은 언론인의 자유로운 보도권을 존중하고, 정부기관들을 언론을 협박하고 괴롭히는 도구로 이용하는 것을 자제할 것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촉구한다"면서 노대통령을 정면으로 비난하는 내용을 포함, 한국을 러시아, 베네수엘라, 짐바브웨와 함께 언론자유 탄압 감시대상국(Watch List)으로 남겨두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9월18일 국정홍보처 장세창 해외홍보원장이 요한 프리츠 IPI 사무총장에게 보낸 항의서한     ©국정브리핑홈페이지

IPI 부회장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거대 언론사주들의 저의 관철된 것 아니냐"
IPI는 언론사 사장단의 사교클럽, "조중동이 정권으로부터 탄압받는 신문인가"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17일 <한국사회가 '언론탄압을 위한 전시동원체제'라는 IPI의 판단근거는 무엇인가>라는 성명에서 IPI를 전세계 언론사 사장단의 사교클럽이라고 규정하고 "IPI는 오늘의 한국사회가 여전히 70년대식 군사독재정권이 전형을 부리는 삼류국가라는 무지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언론노조는 "IPI 결의문이 밝힌 탄압받는 특정신문들은 과거 군사정권과 결탁해 자국민들을 수탈하고 건전한 언론의 발전을 가로막으면서 수많은 특혜 속에서 사세를 신장시켜 온 당사자들"이라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국제사교클럽인 IPI 내에서 조선, 동아, 중앙일보가 차지하는 막중한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이와 관련, 16일 논평을 내고 "언론인 단체라는 IPI가 왜곡된 사실을 근거로 특정 국가의 언론 상황에 대해 '배놔라 감놔라' 하는 상황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민언련은 또 IPI 부회장이자 한국위원회 위원장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국제 언론인 단체'의 이름을 악용하려는 한국의 거대 언론사주들의 저의가 그대로 관철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민언련은 IPI결의문을 보도하는 일부언론을 향해서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은 더 이상 '언론자유'라는 미명으로 '국익'을 훼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IPI한국 대표단, 국가 위상 훼손하는 결의안 만장일치 동의했나"

김재홍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이번 총회에 참석했던 김재호 동아일보  전무, 구본홍 MBC 보도본부장, 김정국 문화일보 사장, 채수삼 대한매일 사장,  현소환 전 연합통신 사장 등 IPI 한국대표단에게 5개항의 공개질의를 포함한 글을 17일 오마이뉴스에 실었다.

김교수가 질의한 5개항은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언론탄압이었다는 주장에 동의하는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시장의 왜곡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조사하는 것도 언론탄압으로 보는가 ▷IPI가 최근 수년간 발표해 온 한국언론에 관한 각종 문서가 그럴만한 실제 조사와 우리 언론계의 의견수렴에 바탕한 것인가 ▷군사독재 아래서 신음하던 한국 언론에 대해서는 말 한 마디 없던 IPI가 이번과 같은 한국 결의안을 낸 것이 타당한가 ▷국제 언론단체에서 한국의 언론과 국가 위상을 훼손할 소지가 큰 결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 합리적인 토론이 과연 있었는가. 그리고 그 때 한국측 참석자들이 정말 '만장일치' 결의에 동의해 주었는가 등이다.

김교수는 IPI 결의안에 대한 보수신문들의 보도를 두고 "마치 방화범이 더 큰 소리로 '불이야!'를 소리치고 다니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비판적 미디어 질식시키려는 의도" "한쪽 측면만 부각된 평향된 시각"

국회 문화관광위에서는 지난 16일과 17일 IPI결의문을 두고 일대 격론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노 대통령이 비판언론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 뒤 공정거래위가 신문시장 조사에 나서고, 대통령이 직접 소송을 제기하고 나서는 것은 정부의 힘이 비판언론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고, 자민련 정진석 의원은 "IPI가 노무현 대통령의 지속적인  언론공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대통령이 언론상대 소송을 남발하는 것은 비판적인 미디어를 질식시키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한국언론의 한쪽 측면이 집중 부각된 편향된 시각이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국정홍보처 산하 해외홍보원은 IPI가 채택한 결의문의 왜곡된 사실관계를 지적하고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는 장세창 원장 명의의 서한을 17일 요한 프리츠 IPI 사무총장에게 발송했다. 해외홍보원은 서한에서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를 전파하는 것은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부당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귀 협회의 권위와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는 일”이라면서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까지 한국정부를 비난하고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아울러 해외홍보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평가회의 발언은 정부와 언론간의 '건전한 긴장관계 정립' 필요성의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지 특정 보도에 대한 보복차원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소식지인 <청와대브리핑> 137회에서도 한국이 1961년 IPI에 가입한 후 IPI가 보여온 행태들은 이번 사안을 들여다보는데 많은 시사를 준다면서 IPI가 그동안 한국언론 관련해 한 발언들을 모아 소개했다. 

▲청와대 브리핑   '편집증적인 언론의 정부 시비걸기' 
©청와대홈페이지

▲조선일보 사설 '편집증적인 정부의 언론 시비걸기'   
©조선닷컴

[참고기사]IPI가 한국의 언론자유 말할 자격 있나, <청와대브리핑> 제137회 (2003.9.17)

"편집증적인 정부의 시비걸기" "반테러 정책이 언론자유 위협" "언론을 통한 여론이 국민의 소리"

조선일보는 17일자 <편집증적인 정부의 언론 시비걸기>라는 감정섞인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기관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이틀에 한 건꼴로 언론중재 신청을 낸 것 ▷'청와대브리핑'이나 '국정브리핑'같은 인터넷매체 신설 ▷반론청구와 소송 제기에 몰두 ▷IPI결의문 채택 등 지난 6개월간 정부와 언론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되짚으며 "국사(國事)는 잔꾀가 아니라 정도(正道)로 풀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동아일보도 <'언론탄압국' 오명 벗어나야 한다> 사설에서 "‘언론탄압국’이라는 오명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면서 "노 대통령과 정부가 언론과의 불필요한 소모전을 그치고 국정과제에 전념할 때 ‘언론후진국’이라는 수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언론을 통한 여론의 비판을 국민의 소리로 겸허하게 받아들이라는 경고성 글을 실었다. 

중앙일보도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IPI "反테러 정책이 언론자유 위협">이라는 제목을 뽑아 감정을 실어 보냈다.

IPI결의문을 두고 벌어진 논란은 또다시 정부와 조중동의 힘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국정홍보처가 IPI측에 유감을 표함으로써 정부의 해명은 일단락된 반면, 이같은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정부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는 조중동과 정부와의 마찰은 언제든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IPI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총회에 참석했던 한국대표단이 막대한 국익훼손이 우려되는 사안에 대해 만장일치의 가결까지 몰고간 데 대한 책임론도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보수언론사 사장들이 이번 결의문 채택에 상당부분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란 의혹이 일고 있는 점도 책임론을 확산시킬 공산이 크다.

그러나 정부에 대해서도 사전에 IPI측이 결의문을 채택할 것이란 기류를 파악하지 못한 채 사후약방문식 처방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IPI의 대표성 문제를 지적하기에 앞서 정부가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그에 따른 언론자유의 현실을 국제사회에 전달하는데 소홀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수 십 년간 한국언론을 대표해온 조중동이 국제언론단체에 적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도 IPI결의문과 같은 국제적 여론몰이를 통해 정부를 압박할 수단으로 이용할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조중동이 정권과의 불편한 관계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언론과 정부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노무현정부 남은 임기뿐만 아니라 향후 추락한 한국언론의 위상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정부와 언론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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