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노대통령은 국정을 설명만 할려고 하지말라
KBS심야토론 무산, 국민과 직접 대화하는 대통령이 돼야
 
김남윤   기사입력  2003/09/02 [19:59]

▲2003.8.25 제2회 공직자와의 온라인대화     ©청와대
국민들이 기대했던 노 대통령의 KBS 심야토론 출연이 무산됐다. 오는 6일(토)밤에 생방송으로 진행하기로 했던 KBS 심야토론은 그 동안 민생현장에서 자주 만나지 못한 노 대통령을 TV생방송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다소 충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KBS는 다소 '파격적이고 뜨거운' 토론형식의 프로그램을 기대했던 것에 반해, 청와대는 '차분하고 내용 있는' 국정설명회를 원해 양자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출연이 취소됐다"는 뉴스를 접하는 순간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국민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주최측인 KBS가 요구한 '패널들과 뜨겁게 토론하는 형식'과 청와대가 요구한 '북한 핵문제와 경제·민생 문제 등 국정현안 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의견을 패널의 질문을 받고 답하는 국정설명회 형식'간에 의견차이로 어렵게 마련된 '국민과의 만남'이 무산됐다는 부분이다.

청와대와 KBS는 국민들을 중간에 놓고 흥정을 하는 것인가? 특히 청와대 홍보부서는 국민을 어떻게 보고 있길래 이미 국민과 만나기로 약속된 생방송 약속을 파기한단 말인가. '국정내용'과 '국정스타일'을 따져서 방송을 펑크낸다면 국민과의 약속은 안중에 없고 대통령의 스타일 챙기는 게 더 중요하단 말인가.

국정내용과 국정스타일은 상호연관성을 가지고 표현되는 것이지 어느 한쪽을 정한다고 해서 다른 한쪽이 무시되거나 오도될 성질이 아니다. '진지한 대화'를 하다 보면 때로는 '난상토론'이 될 수도 있다. 설사 '검사와의 대화'에서 발생했듯이 난상토론이 된다 한들 국민과 만나는 자리인데 거부한다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불필요한 논란이라는 게 도데체 무엇을 말하는가. 대통령이 말이 많다고 조중동에서 집중적으로 지적을 하니 이제는 조중동의 눈치를 보는 대통령으로 낙인찍으려 하는가. 언론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청와대 홍보보좌진은 모르는가. 대통령을 온실속의 화초로 모시려고 보좌를 한다는 말인가.

DJ정부시절 옷로비사건이 터지고 아들들의 비리가 언론에 집중적인 공격을 받자 어느 때 부터인가 TV에서 김대중대통령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 들기 시작했다. 방송사에서 대통령을 취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TV를 기피한 것이다. 대통령 보좌진도 대통령에게 TV출연을 자제하도록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과 최소한의 대면방식인 TV출연조차 없으니 이 나라에 대통령이 존재하는지 없는지 혼돈이 생길 정도로 국민들의 실망이 컸다.

예컨데 한 나라의 대통령은 국민들의 최고 지도자다. 대통령은 절망한 국민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고 모르는 것은 알도록 가르치고 국민들이 힘들어 할 때 용기를 주고 기댈 곳이 없을 때 위안을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하면 언론이나 방송보다 국민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몸을 부딪기며 상호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참모습이다. 하루는 청와대에서 국민과 만나고 또 하루는 실제 현장에서 국민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민생과 함께하는 현장의 지도자여야 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청와대 보좌진들은 망각하고 있다. 방송에서 조차 국민을 만나지 못한다면 현장에서 국민을 만날 수 있겠는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결단과 보좌진의 냉정한 충언이 필요충분조건이다. KBS 심야토론은 방송사와의 약속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다. 사소한 문제로 국민과의 약속을 깨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은 언론을 두려워 하는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았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9/02 [19:5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