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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국민을 섬길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시론]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겸손한 대통령 돼야
 
류상태   기사입력  2008/06/03 [19:01]
이명박 대통령님! 저는 지난 5월 31일(토) 저녁에 있었던 촛불집회에 참석하여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시민들과 함께 걸었습니다. 저희 일행 중에는 어린아이를 안고 걷는 엄마와 아빠, 연인으로 보이는 해맑은 젊은이들,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 흰 수염을 휘날리는 어르신도 함께 하고 있었지요.

시위대는 때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를 넘어 ‘대통령 퇴진’까지 외치는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사실 이번 사태로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퇴출까지 시키겠다는 생각을 진정으로 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시위대에 참여한 시민들의 얼굴은 과거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던 열사들의 비장한 얼굴과는 분명히 다른 낭만이 함께 하고 있었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시대가 달라졌다는 인식들이 있었고, 지금의 우리 대통령은 그때의 독재자들과는 분명히 다른 분이며, 결국은 국민의 소리를 들어줄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간직한 행진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대통령께서는 고독한 결단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 때문에 마음이 아파 밤잠을 이루지 못하시리라 짐작됩니다. 평범한 국민들이 대통령께서 겪으시는 고초와 마음의 짐을 모두 이해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은 대통령이기에, 국민과 대통령이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소통과 대화의 창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지사지(입장을 바꾸어 생각하기)라는 말을 누구나 쉽게 하지만 막상 입장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어쩌면 거의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요즘 대통령님의 고독한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최대한 역지사지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적지 않은 국민들이 왜 그토록 저항하는지 국민의 입장에 서서 꼭 한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께서는 어려움에 처한 나라 경제를 살려 모든 국민을 배불리 먹이고 싶다는 소망을 늘 가슴 깊이 품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 국회에서 따돌림당하고 있는 FTA 문제를 어떻게든 성사시켜야 했고, 소고기 문제를 조금 양보하더라도 자동차 등 우리가 갖고 있는 경쟁력있는 상품들을 많이 팔아 나라 경제를 일으켜 국민들을 잘 살게 하리라 결심하셨던 것이 아닐런지요.

하지만 이번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와 관련하여 국민들이 대통령께 느끼는 서운함, 아니 배신감에 가까운 감정을 토로하는 데는 두 가지 문제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많은 나라들이 24개월, 혹은 30개월 이내로 한정한 소고기 수입 제한을 30개월 이상으로 풀어버린 일입니다. 대통령께서 보고를 받으신 대로 30개월이 넘는 소고기를 수입하여 전 국민이 먹더라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의 만분의 일도 안되므로 그 정도라면 양보할만 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인들 그걸 몰라서 24개월 이내, 혹은 30개월 이내의 소를 고집했겠습니까? 아무리 적은 확률이라도 그 가능성이 30개월을 넘기면서 급격히 높아지기에, 제나라 국민들의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 최대한 그 가능성을 줄여야겠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대통령은 너무 빨리 빗장을 풀어주었다는 의혹을 떨쳐버리기 어렵습니다. 경제도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께서는 경제를 위해 국민들의 안전한 삶을 외면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의문점은, 동물성 사료로 사육된 소의 수입까지 거의 제한 없이 허용한 점입니다. 광우병의 발병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은 아직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주는 무모한 짓이 광우병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자연 질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런 비인도적인 처사에 대한 저항이 당사국인 미국을 비롯해서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의 대통령은 이런 제한을 과감히 풀어버리셨습니다. 더구나 이 문제는 합의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곡해해서 실수로(?) 발생한 일이라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는 아연실색하여 할 말을 잃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우리는 잘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경제적 신뢰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대통령께 나라를 맡겼습니다. 하지만 잘 산다는 것이 경제만으로 가능하겠습니까? 대통령께서는 측근들에게 촛불시위의 배후를 밝혀내라고 하셨지만, 우리를 시위 현장으로 밀어내는 것은 무모할 정도로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과감한(?) 경제지상주의적인 정책입니다.

대통령께서는 다수 국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무모한 대운하 정책을 기필코 실현시키려 하는 것 같습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자연을 훼손하며 땅을 마구 파헤치면서까지 경제적인 효율성에만 집착해야 하겠습니까? 또한 지난 참여정부에서 그토록 힘겹게 이룩해놓은 서민들을 위한 복지정책의 후퇴, 수도를 비롯하여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초 인프라까지 민영화하려는 성장 드라이브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우리가 대통령께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라를 이루어 달라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국민들은 두 가지 점에서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점점 상실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를 살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여 선택했지만 정작 대통령의 관심은 서민이 아니라 소수의 기업인들과 부자들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는 자괴감, 또한 경제 이외에 환경이나 그 밖의 삶의 질에는 관심이 없거나 무지한 것 같다는 허탈감에 젖어있는 것입니다. 그런 실망감과 배신감이 이번 촛불시위에 시민들의 대거 참여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님!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번 사태로 대통령이 실제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실망감을 해소해줄 획기적인 대처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평화적 촛불시위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운동으로 발전할 소지도 없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대통령께서는 취임식을 전후하여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겸손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여러 번 약속하셨습니다. 그 약속을 지켜 진정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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