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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대통령에 대한 개념정립부터 하라
[논단] 대통령과 CEO의 차이를 모르는 이명박의 인식, 불행 초래할 것
 
이태경   기사입력  2008/05/05 [17:15]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반대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미 온라인 상에서 MB 탄핵에 서명한 사람들의 수가 백만명을 넘어섰고 광화문에서는 이틀 연속으로 수만명이 모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문화제를 열었다. 수다한 실정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악재가 겹쳐 MB에 대한 지지율도 취임한지 고작 3개월만에 35%언저리로 내려앉았다.
 
이렇듯 여론이 비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MB는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성 싶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과 관련해 MB의 인식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 “대통령이 ‘쇠고기를 싸게 먹게 했는데 무슨 말이냐, 수입 쇠고기가 안 좋으면 안 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 는 MB의 발언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사용범위가 매우 광범위해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 사회적 취약계층이 미국산 쇠고기를 주로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MB의 발언은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다.
 
MB의 발언이 더 문제가 되는 건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혼동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MB의 발언은 쇠고기 수입업자가 할 말이지 국민의 생명과 안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 할 발언은 아니다.
 
하기야 MB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를 자처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표현이 정치적 수사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MB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가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 하다. 인수위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정치적, 정책적 잘못들을 관통하고 있는 코드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시장절대주의 혹은 효율지상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는 기업 CEO들의 정체성의 바탕을 이루는 철학이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국가는 기업이 아니다. 국가와 기업은 추구하는 바와 이를 구현하는 방법이 전혀 다르다. 기업은 이익의 극대화가 지고의 가치이고 이를 위해 무자비한 구조조정까지도 마다하지 않지만 국가는 다양한 계층 및 상이한 정치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국민들의 존엄과 복리를 증진시키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며 이를 구현하는 방법도 민주적이고 합법적이어야 한다.
 
대통령 역시 CEO와 다르다. 최고의 CEO로 평가받는 GE의 잭 웰치가 단기적 이익추구에 골몰한 나머지 무자비한 해고를 단행해 '인간중성자탄'이라고도 불리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 모두의 이익을 아우르는 한편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통령이 단기적 이익추구에만 골몰하는 CEO와 같아서야 되겠는가?
  
심히 걱정스러운 건 대통령에 취임한 지 70일이 가까워오는데도 MB가 아직 기업 CEO적 정체성과 사고패턴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그는 기업 CEO적 마인드를 벗어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MB가 지금과 같은 CEO적 정체성과 멘탈리티를 탈각하지 못한다면 실패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MB개인은 물론이거니와 대한민국의 불행이기도 하다.
 
모쪼록 MB는 대통령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궁구하기 바란다. 지금 MB에게 시급한 건 어설픈 물가관리나 애먼 하급공무원들을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개념정립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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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5/05 [17:1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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