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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동성애, 에이즈 확산-HIV 양성인 마녀사냥
[바라의 에이즈는 없다] ‘고메오’와 무관한 동성애와 HIV 양성은 조작
 
이훈희   기사입력  2008/01/25 [18:59]
2007년 4월 한 HIV 양성인이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금품을 털러 가정집에 침입했다가 경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그는 변변찮은 직장도 구하지 못해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이어 한 해가 지난 2008년 1월 25일 40대의 HIV 양성인이 일명 고메오라고 불리는 신종 마약을 반입해 판매하다가 수원지검에 붙잡혔다. 수원지검은 적발된 마약사범 중 HIV 양성인이 5명이라고 밝혔다.
 
이 두 개의 사건은 HIV 양성인이 직면하고 있는 이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HIV 양성인은 직장에서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HIV 혈청검사 결과를 포함한 건강진단서 혹은 직장에서 실시하는 정기 건강진단 때문에 취업을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나라의 노동법과 헌법 그리고 에이즈예방법 어디에도 HIV 양성인의 노동을 금지하고 있는지 않으나 HIV 혈청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지금의 직장문화에서는 사실상의 취업 원천봉쇄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사업주가 노동자의 개인적인 건강정보까지 검열하는 반노동자적이고, 반인권적인 태도에 대해 묵인하고 있다. 결국 도움을 받을 곳을 찾지 못한 HIV 양성인은 절도 미수에 철창 신세까지 지게 된 셈이다.
 
수원지검의 원색적인 첨단 과학수사와 기자들의 빈약한 상상력이 빚어낸 HIV 양성인 마녀사냥
 
고메오를 반입한 마약사범은 마약 그 자체보다는 ‘에이즈와 동성애자’로 대신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더 어이없는 건 고메오를 이용한 사람 중 HIV 양성인이 5명이라고 발표된 점에 있다. HIV 양성이란 사실은 철저한 개인 정보로서 외부에 누출되어서는 안 되는 법적으로 금지된 정보다.
 
따라서 수원지검의 공식적 주장을 쫓아가면, 수원지검이 ‘마약과 동성애, 에이즈’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수사를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 졸지에 고메오와 무관한 동성애와 HIV 양성이란 점까지 덩달아 죄목이 된 그것. 수원지검이 이것을 첨단 과학 수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언론사는 아예 신이 났다. 기자들은 앞 다퉈 비슷한 수준의 문장력을 구사하며 빈약한 상상력을 부풀렸다.
 
서울신문-적발된 마약사범 중 에이즈 감염자가 5명인 것으로 확인돼 동성애를 통한 에이즈 확산이 우려된다.
 
한국경제-적발된 마약사범 중 에이즈 감염자가 5명인 것으로 에이즈 확산도 우려되고 있다.
 
연합뉴스-적발된 마약사범 중 에이즈 감염자가 5명인 것으로 확인돼 동성애를 통한 에이즈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수준의 기사는 ‘공상 과학 소설'이다. HIV 양성인이 마약을 이용하면 에이즈가 확산된다는 비약은 HIV 양성인에 대한 마녀사냥이란 것을 해당 신문사 기자들은 조금이라도 인식하고 있을까?
 
그저 수원지검에서 제공한 보도자료를 베꼈을지 모른다. 이 사건에 대한 각 신문사 기사의 문장이 거의 흡사한 것을 보면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에이즈에 대한 편견 확산의 90%는 기자들의 손놀림에서 비롯된 것이다. 에이즈라는 부분만 딱 떼어놓고 보면, 기자는 정부기관의 나팔수 역할에 참 충실하다.
 
꼬리표와 난도질, 사회적 독가스
 
한편, 각 동성애자 인권모임(이하 동인)에서 이 사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도 궁금하다. 이성애자가 마약을 하면 그냥 마약사범이지만, 동성애자가 마약을 하면 ‘동성애자 마약사범’인 동시에 ‘에이즈 확산’이란 꼬리표까지 붙는다. 난도질도 이만한 난도질이 없는 셈.
 
물론, 동인의 책임도 없진 않다. 마약은 HIV 혈청검사에서 양성반응을 초래하는 약물이기 때문. 동인은 그동안 동성애자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동해 HIV 혈청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는 하면서 마약이 양성 반응을 초래한다는 ‘중요한 과학 정보’는 제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흔히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제 역시 HIV 양성 반응을 초래하는 마약류다. 이는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다.
 
즉, 5명의 HIV 양성인은 마약 사용에 의한 -에이즈 가설 체제 하에서는 ‘위양성’이라고 부르는 오반성- 양성일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이번에 수원지검에 의해 드러난 5명의 HIV 양성인에 대한 수사와 재판 과정은 이제라도 개인의 인격권을 존중하는 선에서 진행되어야 마땅하다. 재판은 비밀 재판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이번에 소설을 쓴 기자들의 ‘회개’를 기대한다. 사회의 공기이고자 하는가, 독가스이고자 하는가? 스스로 판단해보라.(한국 에이즈 재평가를 위한 인권모임 www.noaid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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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1/25 [18: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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