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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망난 단일화 협박세력이 '거짓 민주'다
[진단] 민주대연합 동참안하면 거짓 민주세력이라는 '정치 청맹과니'들
 
김영국   기사입력  2007/12/08 [20:07]
대통합·단일화만 외치는 당신들이 '극복' 대상

"혼신의 힘을 다해 '망해'보겠다."

소위 범여권이라고 불리는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문국현 그리고 민주개혁 진영의 지식인과 재야원로, 시민사회단체들의 대선 행보를 보면서 떨쳐버릴 수 없는 영감(靈感)이다.

그런데 어제(7일) 민주개혁 진영의 종교사회단체, 재야원로라는 사람들이 비상시국회의 성명을 통해 그 '막장'을 드러냈다.

이들은 대통합민주신당·창조한국당·민주당도 모자라 민주노동당까지 "단일대오로 모여 민주대연합하라."며 "만약 단일화 대열에 동참하지 않고 민주대연합에 방해가 되는 정치세력은 '거짓 민주평화세력'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하겠다."고 협박하는 상황까지 왔다.

이들에게서 자신들의 논리에 따르지 않는 자는 모두 '민주의 적(敵)'이라는 살기마저 느껴진다.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이 수십 년간 가꾸어 온 민주화의 열매를 부패 세력들이 따 먹도록 용납할 수 없다."는 절박함을 아무리 이해해주고 싶어도, 이건 '최악의 발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자칭 '민주평화개혁세력'. 정말 이렇게까지 망가지기도 쉽지 않다. 이들의 협박에 따라야만 민주개혁 세력으로 인정받는 상황이라면 나는 가차없이 이들과 '단절'하겠다.

소위 민주개혁 진영의 지식인과 재야인사, 시민운동가들이 최근 주창하고 있는 '민주평화세력 대동단결론'도 따지고 보면 이명박의 BBK 못지않은 '대국민 사기극'이다.

나는 이미 기득권이 되어버린 민주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양두구육(羊頭狗肉)식 구태, 진보개혁 철학의 부재, 좌충우돌형 무능 때문에 오래 전에 범여권(문국현 진영 포함) 정치인들을 포기했지만, 눈을 돌려 다른 곳을 보면 토목건설 중심의 극단적 신자유주의 세력들이 기세등등하게 버티고 있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이것이 나만의 딜레마는 아닐 것이다.

투표권을 갖게 된 이후 최악에 가까운, 이 '구질구질한' 2007년 대선을 보면서 '투표하지 않는 자 정치를 말하지 말라.'는 신념을 지키기가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정말 몰랐다.

그럼에도 민주시민이라는 알량한 사명감 때문에 '도살장에 소 끌려가는' 심정으로 투표장에는 꼭 가겠노라고 하루하루 마음을 다잡고 있다. 내년 총선에는 내가 찍고 싶은 후보가 있는 지역으로 주소를 옮겨 이 지독한 '투표 울렁증'에서 벗어나겠다고 다짐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개혁·진보진영, "단일화·대연합으로 민심을 분식회계하지 말라"

작금의 개혁·진보 세력이 범여권 단일화나 진보 진영까지 가세한 대연합·선거연합에만 매달리는 건, '진정 무엇이 문제인가.'란 물음에 눈 감고 귀 막고 국민의 수준을 얕잡아 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거제 앞바다에 배가 없는데도 건조 중인 배가 수십 척 떠 있는 것'처럼 민심을 분식회계하는 짓이다.

민주개혁 진영의 지식인과 재야원로들은 "민주개혁 세력 스스로가 '패배주의'에 젖어 열정과 헌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질타하고 있다. 송구하지만 이는 현 상황을 오독한 착각이다.

지금 민주개혁 세력은 단순히 패배주의에 젖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패배주의라면 차라리 낫다. 문제는 "당신들 그 따위로 또 집권해서 뭐 할 건데."라는 깊은 냉소주의다. 이런 사람들에게 원로들의 시대착오적인 훈계가 씨가 먹힐 리 없다.

패배주의와 냉소주의는 얼핏 같아 보이지만 하늘과 땅 차이다. 패배주의는 가능성이 보이면 다시 뭉칠 수도 있다는 것이고, 냉소주의는 더이상 기대할 게 없어 포기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혁신이 없는 한 지금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상할 대로 상한 음식들을 한그릇에 담아 비벼봐야 냄새만 역할 뿐이다.

그래서 국민들 아니 진보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조차 지금의 범여권을 쳐다도 안 보는 것이다. 이 걸 왜 떠나간 지지자들을 탓하나. 책임 추궁의 순서가 잘못됐다. 오늘의 사태를 몰고온 책임 있는 정치인들 특히 노무현 정권에서 한자리씩 해먹고도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있는 핵심 인사들이 먼저 대대적으로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백의종군'해야만 그나마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까 말까 한 판국이다.

애당초 구차하게 버티기보단 모두가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주는 게 그나마 명예를 지키고, 신뢰 회복과 함께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쇼를 하더라도 BBK, 단일화보다 그런 쇼를 먼저 했어야 했다. 그런 연후에 개혁·진보 진영이 한나라당 이명박, 이회창 후보와 다른 비전을 말할 때 비로소 국민들의 귀에 들어갈 수 있는 일이었다.

BBK가 아니라 '묻지마 이명박'이 본질이다

국민들은 지금 범여권 정치꾼들에게 잔인할 정도로 책임을 묻고 있는데, 단 한 명도 책임지고 사라져주겠다는 사람 없이 '눈은 총선 지역구에 두고, 입은 단일화·대연합만을 외치는' 사람들로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정치 청맹과니'가 아니고 무엇인가.

국민들은 '단일화를 해도 지금 상태론 어림없다."고 그렇게 사인을 보내주고 있는데도, 귀신에 홀린 것도 아니고 끝까지 단일화만을 외치는 사람들이 제정신으로 보일 리 없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범여권의 과거불문식 대통합의 논리가 개혁·진보 진영의 적폐를 걷어내기는커녕 더욱 황폐화시켜 회생불능의 상태로 만드는 '포크레인질'이기 때문이다.

지난 4년 10개월 동안 노무현 정권과 범여권이 펼쳐온 보수·우경화, 親삼성-反서민 패악질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이들의 고질적인 '좌충우돌病'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그래서 범여권 정치집단이라면 무슨 말을 하든 믿지 않는 단계를 지나 '혐오'의 단계에 와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부패한 이명박과 한나라당보다 지난 10년 동안 사상 최대의 양극화로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든 범여권이 더 꼴 보기 싫으니 이제 그만 내려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범여권이 시도한 '한방'마다 '헛방'이 되는 핵심 이유들이다.

검찰이 "BBK는 이명박의 것이 맞다."고 발표했다 해도 묻지마 한나라당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검찰의 발표를 믿지 않음에도 묻지마 이명박 지지가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 본질적이다. 설사 이명박이 낙마하더라도 어차피 대권은 스페어 타이어 이회창의 몫이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이 물음에 먼저 답하는 게 BBK 촛불 시위보다 급한 일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범여권에 미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앞으로도 지난 10년의 민주정부가 추진한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사상 최대의 양극화로 인해 '부자들은 입이 찢어지고 서민은 가랑이가 찢어지는' 사회가 되어버린 데 대해 민주개혁 세력의 '매우 진지하고도 집단적인' 대국민 사과와 주요 정치 책임자들의 '2선 후퇴'가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그런 연후에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잘된 평화 노선은 계승하되 잘못된 경제·사회적 노선과는 과감하게 '단절'하고, 그나마 개혁·진보적 '일관성'을 지켜오며 신뢰가 남아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 주체'를 만들어서 그들로 하여금 새 비전과 색깔로 보수 진영과 국가의 미래를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도록 해야 한다고 또다시 '리바이벌'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주장이 아무리 지겨워도 '민주평화개혁세력'이라는 지루한 단어, "대통합만이 살 길이다."는 기찻길 구호만큼 구질구질하지는 않다.

국민들은 민주개혁의 주도 세력을 자임하며 한자리씩 해먹었던 사람들도 '한번은 옥석을 가려 대청소해야 한다.'는 열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과 진보를 팔아 당선되고 난 뒤 '親盧와 실용'의 탈을 쓰고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지지층을 우롱한 자들, 무슨 말을 해도 너희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데 비전과 정책이 다 무슨 소용인가.

지금은 책임의 문제를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 슬그머니 물타기하려 드는 이들에게 개혁·진보 진영의 지식인과 재야원로들이 단일화나 대연합을 미끼로 그들의 '메기 등'이 되어준다 해서 해결되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

그렇기에 개혁·진보 진영이 고통스러운 '과거와 단절'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선, 무관심·냉소·혐오로 점철된 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갈 수 없다. 범여권 정치꾼들이 대통합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한 것이 있다면, '한 삽에 떠서 내다버리기 좋게' 한 곳에 모여 있다는 점뿐이다.

이명박 대통령보다 '걱정스러운 사람들'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두려운 건, 이명박 대통령 시대가 아니라 '대선 이후가 더 걱정스러운 사람들'이다. 그들의 계속되는 포크레인질이 개혁·진보 진영에 희망의 싹도 틔워보지 못하게 훼방놓는 것이 더 우려스럽다.

이명박은 행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 힘들 것이다. 당선과 함께 그가 지금 누리고 있는 '반사광(反射光)'도 사라져갈 것이다. 아울러 개혁·진보 세력이 대선에 패배한다고 지금보다 더 불행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는 건 내가 알고 그들이 더 잘 안다.

청와대에는 개혁 대통령이 아니라 '삼성 장학생'이 하숙하고 있고, 개혁·진보 세력은 국회 과반수가 넘어도 '잡탕'인 탓에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이런 정권을 다시 잡는다고 행복할 리 없다.

지금의 참담한 상황은 그동안 '해야할 일을 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지, 꼭 정답이 없어서 헤맨 결과는 아니다. 누가 어떻게 할 것이냐만 남아 있을 뿐이다.

대선 이후 개혁·진보 진영에 대통합민주신당, 문국현당, 민주노동당 등 기존 정치집단을 뛰어넘을 '새로운 정치 주체'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만들어진다면 주체에 대한 '신뢰도', 새로운 '비전과 정책', 새로운 '정당정치와 정당문화' 이 삼박자가 모두 최선(最善)이거나 최선을 향해 달려갈 때만이 떠나간 지지자들의 허망한 마음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팽팽 자빠져 놀다가 막판에 밀린 숙제하듯 불쑥 꺼내드는, '민주평화개혁세력, 대통합, 대연합, 선거연합...'

이런 감기약으로 암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돌팔이 처방은 대선 이후엔 정말 그만 둬야 한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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