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이른바 '떡찰'과 지조론
떡 좋아하는 검사들에게 떡 한 상자를
 
예외석   기사입력  2007/12/06 [14:06]
‘떡찰’과 지조론

“지조는 선비의 것이요, 교양인의 것이다. 장사꾼에게 지조를 바라거나 창녀에게 정조를 바란다는 것은 옛날에도 없었던 일이지만 선비와 교양인과 지도자에게 지조가 없다면 그가 인격적으로 창녀와 가릴 바가 무엇이 있겠는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지훈 시인의 지조론이다. 그는 민족문화와 민주정치를 살리기 위해 시대의 가장 격렬한 비판자 역할을 했었다. 진리와 허위, 불의를 준엄하게 판별하고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구분하는 눈을 후세들에게 심어주신 분이다.

오랜 시간 끈질기게 의혹을 제기했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가 검찰의 발표로 무효처분이 났다고 한다. 이유는 증거불충분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 지켜보며 검찰이라는 조직이 대세에 편승해서 강자라고 판단한 쪽에 줄을 서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결과는 그대로였다.

우리나라 검찰이 단 한번이라도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 준 때가 있었던가. 그동안 대선 판도에 따라 이리저리 쥐새끼들처럼 얼마나 눈치를 살폈을까. 현직 대통령에게조차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조직이니 오죽할까. 모든 국민들이 지켜보는데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몸짓은 보통 배짱이 아닌 것 같다.

앞에 이야기한 지조론처럼 검찰이란 조직은 엄정한 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흔들리지 않는 신념의 소유자들이 이끌어가야 하는 곳이다. 바람결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면 국민들이 과연 그런 조직을 신뢰할 수가 있을까 의문이다.

아직 ‘특검’이라는 마지막 카드가 남아있다. 하지만 그것도 유야무야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지난 X파일 사건과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통해 이미 대한민국 검사가 '삼성 떡값 검사'로 자본의 시녀로 전락했음을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결과는 '떡값 검사'에 이어 정치권력에 몸을 파는 '기생검사'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자본과 정치권력에 찰떡처럼 붙어먹는 검사들이 판치는 현실에서 ‘특검’조차도 국민을 우롱하는 ‘떡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판사 출신인 이회창 후보조차도 검찰의 수사발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을 했다. 배고파서 떡 좋아하는 검사님들께 연말을 맞이해 불우이웃돕기 하는 의미로 떡이나 한 상자 드려야겠다.

'어떻게 1위 후보를 기소하느냐'라는 검찰 관계자 말이 공개적으로 밝혀져 또 한번 어이없게 만든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권력에 줄서기 위한 쥐새끼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하긴 젊은 시절 책상머리 앞에서 법전을 펼쳐놓고 공부만 한 샌님들이 사회 정의니 진실이니 하는 신념과 철학이 있겠는가. 물론 일부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검사가 그렇게 배가 고픈 직업이던가. 그래서 ‘떡찰’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소리를 들어야만 했는지 묻고 싶다. 검찰은 꼭 무너진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는 후진국 사회이며 거짓이 승리하는 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개인과 개인의 신뢰, 개인과 지도자의 신뢰, 제도에 대한 신뢰를 세워야 할 때이다.

떡치는 떡메가 있다면 떡 좋아하는 ‘떡찰’들을 한번 후려치고 싶다. 그 사람들이 밤 세워 법을 배우고 공부할 때 과연 자본과 정치권력에 찰떡같이 붙어서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한 세상 살려고 했을까. 물론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코피 쏟아가며 공부할 때는 춥고 배고프게 살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힘없는 이들에게는 추상같은 칼날을 들이대면서도 권력 앞에서는 궁궐의 내시들처럼 예쁜 몸짓을 하는 ‘떡찰’들이여 지조를 지키시라. '어떻게 1위 후보를 기소하느냐'라니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지 걱정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사회가 혼탁해 질 것인지는 검찰조직을 보면 알 수가 있다.

검찰은 이제라도 보다 더 맑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을 보여주시라. 그러면 국민들로부터 진정으로 따뜻한 눈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이라는 곳은 그것을 먹고 사는 조직이 아니던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거듭나라는 부탁을 드리는 바이다.
* 필자는 경남 진주시 거주하며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자, 시인/수필가,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12/06 [14:06]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