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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해직교사 복직이 '공수처1호' 부당하다"
[사람] 서울시 교육감 역임한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김철관   기사입력  2021/06/20 [11:54]

 

▲ 전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

 

조희연 교육감 해직교사 특별 채용을 문제 삼으려면 먼저 교사의 정치기본권 행사를 틀어막고 있는 정치관계법령의 악법성과 특별채용을 할 때에도 공개경쟁 전형을 강제하는 관계법령의 부당성을 문제 삼아야 한다.”

 

나아가서 청와대에서 근무를 마친 검찰출신을 아무 공개전형절차도 없이 100% 다시 검사로 특별채용해온 청와대와 법무부, 대검부터 공수처가 나서서 수사해야 맞다. 청와대의 검찰장악을 방조하고 인사권을 남용한 확실한 혐의가 있지 않나.”

 

서울시 교육감을 역임한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의 말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느닷없이 교사주도 학내모의선거교육 반대 입장을 내서 비판을 자초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525일 국회에 학교 모의선거교육 허용’, ‘정당가입 연령 16세 하향 조정등이 포함된 공직선거법 개정의견을 냈다.

 

시민사회교육단체들은 환영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시민사회교육단체들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공무원·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가 아무 의견을 내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한 조희연 교육감의 해직교사 공개채용을 공수처가 ‘1호 수사사건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부당하다는 후폭풍도 거세다.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 교육감을 역임한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을 서울 서대문구 징검다리교육공동체 회의실에서 만나, 청소년 모의선거 교육, 정당가입 연령 하향, 교원 정치기본권, 보이텔스바흐 합의 3원칙, 공수처 1호 사건이 된 조희연 교육감 해직교사 특별채용, 검사 특별채용 부당성 등의 현안과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곽노현 이사장에게 선관위가 국회에 의견을 낸 청소년 모의선거 교육과 정당가입 연령 16세 하향 조정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중앙선관위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학교 내 모의선거교육 허용의견과 정당가입연령 16세 하향의견은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두 손 들어 환영한다. 이제 국회 입법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정치관계법 전문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의 개정의견이 관련법안을 처리하는데 상당한 준거와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 부분을 다소 미흡하다고 보는지 궁금했다.

 

중앙선관위는 국회가 선거법을 바꿔야만 교사주도 모의선거교육이 가능하다는 듯이 개정의견을 냈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 때만 하더라도 중앙선관위는 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주관한 교사주도 교내 모의선거교육 프로그램을 공식해석으로 허용했었다. 심지어 중앙선관위는 모의선거교육 홍보 동영상을 자체 제작해서 20202월까지도 공식홈페이지에 탑재해놓았었다. 그랬던 중앙선관위가 지난총선을 앞두고 기존해석을 바꿔서 학교 내 모의선거교육을 금지했다. 그렇다면 중앙선관위는 일단 그 해석을 공식 결의를 통해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 국회 입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좋지만 2020년 해석을 공식적으로 폐기하는 공식절차를 밟는 게 떳떳하다. 이렇게 하지 않고 슬쩍 넘어가는 게 유감이다. 정당가입연령도 마음 같아서는 1년이라도 더 낮추고 싶다. 정당은 국가공동체의 일을 놓고 학습하고 토론하고 타협하는 공론장이라 민주시민교육의 관점에서는 중학생쯤 되면서부터는 정당을 가까이할수록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곽 이사장은 중앙선관위가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금지법제에 대해 아무런 개정의견을 내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앙선관위가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 얘기는 중앙선관위가 정치관계법으로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박탈해온 오랜 관행에 대해 적극적 문제의식이 없다는 뜻이다. 무려 150만 명의 정치기본권 박탈문제를 선관위가 이렇게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선관위가 UN기준이나 OECD기준을 모를 리 없는데 외면한 사실에 대해 선관위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선관위가 제안한대로 16세부터 정당가입이 가능해지면 고등학교에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다양한 정당에 가입한 청년당원들이 생기게 될 것이다. 수업시간과 교육활동 중에 일방적으로 교사가 정치편향성을 드러낼 경우 다양한 학생 당원들의 적극적인 항의와 반대토론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교육활동 중에 교사의 정치중립성이 잘 지켜지는 교실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라 교육의 정치중립성을 빌미로 교사정치기본권을 제약할 큰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렇게 볼 때 중앙선관위가 교사의 정치기본권 회복을 위해 단 한마디도 보태지 않은 사실은 아무리 규탄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9년과 2020년에 헌법재판소가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제약입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건 사실이다. 합헌판결이 현행법에 고칠 게 없거나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뜻하진 않는다.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되는 시대착오적 인권침해악법이기 때문에 선관위로서는 어떻게든 현행법제의 과잉금지 요소를 없애고 최소제약에 그치는 방향으로 일부 개정의견이라도 냈어야 했다. 더욱이 21대 국회의원들이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기본권 전면회복 법안부터 갖가지 일부회복 법안을 이미 여럿 발의한 상태이다. 10만 명이 넘는 시민서명을 받아 공식적인 입법청원도 이미 성사됐다. 중앙선관위는 이런 데 눈과 귀를 닫은 셈이다. 이들 법의 실질개정 폭은 공동발의 의원들의 적극성이라든가 여론의 추이, 특히 당사자들의 요구와 압력의 강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2018년에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개헌안을 공식 발의했던 사실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을 존중하고 그 취지를 살리려는 마음이 있다면 넉넉한 과반수 의석을 가진 여당 의원들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발의했던 개헌안에서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전면 보장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 개헌안은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중립성을 직무수행에 한정했다. 이 얘기가 뭐냐 하면 직무수행 중이 아닌 경우, 그러니까 교사의 경우 학교 바깥, 수업시간과 교육활동 바깥에서는 자유롭게 시민으로서 정치적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여당, 더불어민주당에 국회의원이 164명이나 있다.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헌법이 명문의 규정으로 제한한 것이 아니라 정치중립성을 빌미로 법률로 제한하고 있어서 개헌사항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헌법안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민주당의원들만 나서도 관련법규정을 고칠 수 있다. 민주당이 21대 국회 전반기에 해내야 한다.”

 

이어 그는 교사와 공무원 정치기본권과 관련해 독일의 정치교육의 원칙인 보이텔스바흐(Beutelsbacher Konsens)’ 합의의 3원칙에 대해 설명했다.

 

“1976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보이텔스바흐란 소도시에서 극좌에서 극우까지 다양한 성향의 정치교육철학자와 정치교육교사들이 모여서, 모두가 합의 가능한 정치교육원칙이 있는지를 놓고 집중 토론을 했다. 결과적으로 3대 원칙에 대한 컨센서스가 도출됐다. 바로 주입교화 금지원칙, 논쟁성 재현 원칙, 학생이해관계 우선원칙이 그것이다. 당시에나 그 후에도 협약이나 선언문으로 공식화된 적은 없지만 보이텔스바흐 합의 3원칙은 민주시민교육의 기본원칙으로 세계 각국에서 널리 인정된다.

 

주입교화 금지원칙은 세뇌교육 금지라고 이해하면 된다. 주입교화, 세뇌는 민주사회의 교사 역할과 양립할 수 없다. 두 번째로 논쟁성 재현원칙은 학문적, 정치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은 교실과 수업에서도 논쟁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의 일과 관련된 논쟁적 주제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균형 있게 아이들에게 제시하게 하라는 것이다. 학생이해관계 우선원칙은 아이들이 추상적인 공동선이나 공익을 찾게 하거나 아이들에게 교사의 정치적 판단을 가르치는 대신 먼저 아이들 각자가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를 일깨워 줘야한다는 것이다. 계급적, 계층적 이해관계도 있고 지역적 이해관계도 있다. 나아가서 아이들이 본인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시민역량을 길러주면 금상첨화라는 것이다.”

 

곽 이사장은 보이텔스바흐 합의 3대 원칙을 교사가 지키게 되면 정치기본권을 제약할 이유가 없다고 역설했다.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제한해온 이유가 뭐냐. 교사가 수업시간이나 교육활동 중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본인의 정치적 입장을 아이들에게 세뇌를 시키고 주입을 시키고 강요할까봐 그런 거 아니냐. 그렇다면 그와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제일 좋은 방안이 뭐냐. 바로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구성하는 3대 교육원칙을 민주시민교육원칙이자 교사수업윤리로 뿌리내리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우리법은 엉뚱하게 정당가입과 정당활동은 물론 선거출마와 선거운동, 경선참여와 정치후원을 금지한다. 이런 걸 다 금지해도 교사들이 수업시간과 교육활동 중에 보이텔스바흐 3원칙을 안 지키면 소용이 없다는 점에서 현행 교사정치기본권 탄압법은 쓸모없는 입법이다. 또한 수업시간과 교육활동 중에 보이텔스바흐 3원칙을 준수하면 그것으로 교육의 정치중립성이 충분히 확보된다는 점에서 쓸데없는 입법이다. 한마디로 보이텔스바흐 3원칙은 교사정치기본권 회복을 위한 정치적, 교육적 안전판이다. 그렇다면 교육부장관과 교육감협의회,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학생단체가 공식협약으로 맺어서 교사양성과정 및 교사연수과정에서 훈련시키는 조건으로 교사정치기본권을 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날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민주화기념사업회의 중재로 참여연대, 경실련 등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협의회 등 보수적 시민사회단체들이 보이텔스바흐 3원칙을 민주시민교육의 기본원칙으로 합의해가는 점이 고무적이라고도 했다.

 

곽 이사장에게 민감한 질문일지도 모르겠으나, 공수처 1호 사건이 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를 물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하고 싶은 얘기가 쌓여있었다.

 

공수처가 1호사건의 불명예와 멍에를 얼토당토않게 조 교육감에게 넘겼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불명예와 멍에가 공수처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 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조 교육감 사안의 구경꾼이 아니라 당사자라고 생각한다. 첫째, 조 교육감의 특별채용은 교사정치기본권 탄압법제에 따라 억울하게 오랜 해직고통을 겪은 분들을 교단으로 돌려보내드린 악법피해 치유차원에서 이뤄졌다. 나는 교사정치기본권 회복을 위해 투쟁해온 사람으로서 조 교육감의 시련이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둘째, 조 교육감의 직권남용 혐의는 5인의 해직교사를 내정해놓고 공개전형절차를 통과의례로 진행함으로써 특별채용을 할 때에도 반드시 공개전형을 거치라는 2016년 대통령령 개정취지를 위반했다는 데 있다. 문제의 2016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악의 단초를 20108월에 내가 단행했던 해직교사 특별채용이 제공했다는 점에서 조 교육감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곽 이사장은 다음으로 공수처의 취지에 비추어 위의 얘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공수처와 관련해서는 진짜 공분이 치민다. 공수처는 본래 정권실세나 판검사의 부패비리 수사에서 검찰의 팔이 안으로 굽는 걸 막기 위해 만든 거다. 해직교사를 특별채용한 조희연 교육감 사안은 공수처가 1호 사안으로 지정해서 상징적으로 덤벼들만한 사안이 전혀 아니다. 잘못 찜했다고 지금쯤 후회막급일 거다. 정권실세나 판검사 사안도 아니고 부정부패 사안도 아니다. 해직교사를 내정한 채 공개전형 절차를 거쳐 특별채용을 했다는 게 혐의내용의 전부다. 교육감한테는 교원을 특별 채용할 법적권한이 있다. 특별채용을 할 만한 사유가 있었고 법령에 따라 공개전형 절차를 거쳤다. 뭐가 문제인가. 이건 특권층 청탁이나 돈이 오고간 채용비리가 전혀 아니다.

 

문제의 특별채용은 교육감이 해직교사를 복직시키기 위해 법률로 부여받은 특별채용 권한을 발동하기로 결단해서 이뤄졌다. 해직교사가 빤해서 내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법령에 따라 공개적으로 특별채용 자격요건을 정해 공개모집을 하고 인사위원회를 구성해서 면접평가권을 주는 순간 내정인사가 떨어질 가능성이나 다른 지원자가 합격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열어놓는 거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해직교사 특별채용처럼 대상이 특정돼있어 사실상 내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예외 없이 공개전형을 거쳐서 누군가를 들러리 세우라고 강제하는 현행법령이 오히려 생떼와 횡포를 부리는 게 아닌가.”

 

그는 국가인권위 사무총장과 서울시교육감으로서 중견고위간부를 외부에서 채용하고 승진시킨 경험이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특별채용과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한 얘기를 풀어놨다.

 

만약 정무적 성격의 자리나 개방직자리, 공기업사장자리 등 주요 자리에 대한 사실상 내정 후 공개전형인사 관행을 수사, 처벌대상으로 삼자고 한다면 선출직 기관장을 다 잡아넣어야 할 거다. 특히 대통령과 장관은 예외 없이 수사대상이 될 거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시절 검찰에 사표를 쓰고 청와대로 온 검사출신은 1, 2년 일하고 나서 예외 없이 다시 검사로 특별 채용됐다. 형식적인 공개전형 과정도 밟지 않고 법무부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했다. 공수처가 조 교육감을 수사하려면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청와대출신 검사 특채부터 수사해야 한다. 이건 조 교육감 사안이 악법피해를 구제하는 차원이었던 것과 달리, 청와대의 검찰장악 방지라는 정당한 헌법정신을 철저하게 유린한 중대한 범죄 사안이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공기업사장 인사 등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내정 후 공개전형 인사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조 교육감 사안을 1호 사건으로 칼을 뽑은 건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만만하고 쉬워보여서 1호 사건으로 지정했을 것이다. 국민원성이 자자한 검찰비리 사건이 1000건 가까이 쌓여있지만 1호 사건으로 삼아서 검찰에 불명예를 안기고 처음부터 대립하는 모양새를 피하려다 그만 산통이 깨진 게 아닌가 싶다. 조희연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건을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삼은 건 비난과 비웃음을 받아 싸다. 정도를 놔두고 꼼수를 택한 업보다.”

 

이어 그는 조희연 교육감이 특별 채용한 5명의 해직교사가 지난 2008년 서울교육감 선거운동과정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당시의 해직사유를 이해해야만 이 문제를 뿌리부터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특별 채용된 5명의 해직 교사는 사실은, 지난 2008년 교육감선거 때,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를 구성했던 분들이다. 이분들이 당시 교사들한테 돈을 모아 주경복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제공했다. 다들 그냥 준 게 아니고 선거후 반환을 전제로 빌려준 거다. 왜냐하면 주 후보가 15% 이상 득표해서 선거비용을 돌려받을 게 확실했으니까. 교사들이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대여하는 게, 불법이 아니라는 선관위의 공식 회신까지 받고 진행했다. 그런데 전교조라는 교원노조를 통해서 한 게 잘못이라고 판결이 나서 형사처벌을 받고 해직까지 당했다. 억울하지 않겠나.

 

나는 이분들의 모금과 대여 행위에 형사처벌과 해직사유가 될 만한 파렴치하고 위험한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OECD국가 중 이런 후원행위조차 처벌하는 나라는 당시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게 바로 위에서 얘기한 교원의 정치기본권 문제다. 설령 시대착오적인 악법을 현행법으로 존중하더라도 조 교육감이 당사자인 전교조 서울지부와 이미 해직 10년의 고통을 겪은 선생님들의 특별 채용을 서면 합의하고 이행한 건 악법의 피해를 치유했다는 점에서 아주 잘한 일로 평가한다.”

 

이어서 그는 조희연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 채용을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치게 하는 진짜 악법이 있다고 했다.

 

나도 2010년 교육감이 되고나서 두어 달 만에 세 분의 해직 교사를 복직시키기 위해 특별 채용을 했다. 그때만 해도 특별채용을 할 때 공개전형을 거쳐야한다는 법이 없어서 담당국장이 면접을 하고 나서 내가 바로 결정했다. 당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해직교사의 복직 당일 아침에 내가 한 특별채용 결정을 직권취소했다. 세 분의 교사들이 당연히 이주호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두 분이 승소해서 당시 문용린 교육감이 이 분들을 복직시켰다. 유사한 사안이 몇 개 쌓이자 박근혜 정권은 2016년 교육감들이 해직교사나 특정인을 딱 찍어서 특별채용하지 못하도록 특별채용을 할 때에도 반드시 공개전형을 거쳐야한다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바꾼다. 문제는 특별채용 취지와 양립하기 어려운 공개전형 의무를 교육감에게 새로 지우면서도 국회에서 법률을 바꾼 게 아니라 대통령령을 바꾸는 편법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요컨대, 대통령령으로 교육감의 특별채용에 공개전형을 요구한 것부터가 법률의 위임이나 근거가 없고 내용적으로도 해직교사 특채사안과 같은 경우에는 전혀 타당성이 없다. 해직교사를 특별 채용할 때는 특별채용 사유가 있는 해직교사가 특정돼있기 때문에 공개전형을 거치라는 것이 말이 안 된다. 공수처가 이런 복잡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쉽게 보고 잘못 덤벼들었다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좁은 길을 피하고 쉬운 길을 선택한 결과다.”

 

곽 이사장은 공수처가 겉모습만 보고 달려들어 1호 사건부터 체면을 구기고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을 뿐 아니라 서울교육을 흔들어대고 있다고 걱정했다.

 

초중등교육법에는 교육감에게 특별채용 권한을 줄 뿐이지 공개전형 절차를 거치라는 제약조항이 없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권은 진보교육감의 특별채용을 막기 위해 일방적으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고쳤다. 법률에 근거가 없거나 위임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령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건 명백한 위헌인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게 시행령이라 박근혜 정권은 툭하면 시행령 정치를 일삼았다. 국회에서 야당의 협력을 받아 법률로 해야 할 일을 시행령에 반영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것이다. 실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시행령정치의 산물인 시행령 편법과 악법을 다 되돌려 놓았어야 했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그걸 하지 않아서 조희연 교육감의 특별채용에 적용되면서 지금의 소동이 벌어진 측면이 없지 않다.”

 

인사담당 직원들을 특별채용 업무에서 배제한 게 직권남용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봤다.

 

교육감이 업무에서 배제한 게 아니라 직원들이 먼저 업무를 거부했고 교육감은 그 책임을 추궁하는 대신 업무에서 배제해줌으로써 책임을 지지 않도록 배려한 걸로 알고 있다. 공무원들은 이미 특정된 해직교사를 공개전형절차로 특별 채용할 때 오늘과 같은 사단이 날 가능성을 우려하며 교육감의 업무지시 이행을 거부했다고 한다. 나는 부교육감 이하 인사파트 공무원들이 소극적 법해석과 보신주의에 머물렀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관료들의 소극적 법해석이 맞는다면 앞으로 해직교사 특별채용은 어떤 경우에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법률이 열어놓은 특별채용을 시행령으로 완전히 닫는 게 말이 되는가. 관련공무원들이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시행령의 위헌여부나 당부를 따지지 않고 교육감의 업무지시를 거부한 행태는 징계사안이 될 수도 있다. 조 교육감은 이들을 특별채용 업무에서 배제함으로써 이들의 판단을 존중하고 요구를 들어줬다. 뭐가 문제란 말인가.”

 

마지막으로 그는 조 교육감의 특별채용 건은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이 특별한 제약 없이 허용한 교육감의 특별채용을 하위법인 시행령이 공개전형을 하라며 고춧가루를 뿌려놓은 결과였다고 지적하며 조 교육감이 정당한 업무수행을 했기 때문에 무혐의라고 결론을 맺었다.

 

조 교육감 사안의 배후에 어른거리는 두 개의 법이 모두 문제투성이다. 교원단체의 정치행위 금지법도 문제이고 교사의 돈을 모아 교육감후보에게 선거자금을 빌려주는 교원노조의 행위도 금지된다는 법해석도 문제다. 특별채용을 무조건 공개전형으로 하라는 시행령 내용도 말이 안 되고 그런 의무를 법률도 아니고 대통령령으로 부과한 것도 위헌이다. 따지고 들자면 조희연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은 선거권을 제외한 교사의 정치기본권 전면금지 법제와 특별채용 시 교육감의 공개전형 의무부과 시행령이라는 이중악법을 최대한 존중하는 가운데 이루어진 정당한 업무수행으로 어떤 범죄도 구성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지식 안에서 조 교육감은 100% 무혐의다. 공수처장에게 장고 끝에 악수라고 할 1호 사건을 신속하게 무혐의로 수사 종결함으로써 오히려 시시비비의 권위를 세우고 인권보호의 사명에 충실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역설적이지만 모든 사람의 예상을 깨고 이렇게 실질과 실체에 부합하는 결론을 하루바삐 내야만 안이하고 피상적으로 쉬운 길을 택한 실수에서 벗어나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실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은 18대 서울시 교육감을 지냈다.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제정 자문위원회 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회장,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이사장과 성프란시스대학 학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기자(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와 인터뷰를 하는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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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6/20 [11:5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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