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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식해서 용감’한 한나라당의 경부운하론
[대선정책 분석] 경부운하 물류비는 15만원 아닌 150만원, 대재앙 맞다
 
홍헌호   기사입력  2007/12/04 [09:37]
경부운하 이용 물류비는 15만원이 아니라 150만원 이상
 
도시건축가 김진애씨의 글 ‘한반도 대운하, 상식으로 판단하자’(오마이뉴스 11월 22일자)에 대해 한나라당 한반도대운하특위 부위원장이라는 추부길씨가 ‘경부운하 대재앙?...무식하면 용감하다’(오마이뉴스 11월 27일자)라는 반론문을 내놓았다 내가 논쟁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추부길씨의 글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황당한 수치들을 담고 있어 몇 가지 반론하고자 한다.
 
추부길씨는 그의 글을 통해 이렇게 주장한다.
 
 “김(진애) 기자는 "최장 3~4일. 최소 잡아도 30시간이 걸리는 운하에 화물 소요가 있겠는가?"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물류의 기본을 모르기에 하는 소리일게다. 20피트 컨테이너 하나를 수도권에서 부산까지 내려 보내는데 드는 비용은 약 43만원이다.
반면 경부운하를 사용할 경우 15만원 정도로 잡고 있다. 무려 28만원의 차이이다. 하루 10개를 보내는 회사라면 하루에 280만원, 한달이면 거의 9천만원, 1년이면 11억원 정도의 물류비 절감효과가 생겨난다. 기업의 생명은 원가 절감이다. 그런데 동일한 제품을 하루만 빨리 생산하여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김 기자가 만약에 그러한 회사의 CEO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1년에 11억원 정도가 절감되는데도 고집스럽게 트럭으로 운송하겠는가?”
 
과연 추부길씨 주장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추부길씨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 그의 표현대로 그는 너무나도 “무식해서 용감”한 것이다. 그가 얼마나 무식해서 용감한지 하나하나 따져보기로 하자.  
 
추부길씨와 한나라당은 세금 한 푼 안 쓰고 전부다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경부운하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말이야 번지르르하게 좋다. 그러나 국가운영은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게 아니다.
 
민간자본 유치하려면 매년 1조 수익 보장해야
 
우선 세금 한 푼 안 쓰고 경부운하를 건설하려면 어느 정도의 민간자본을 유치해야 하고 이들에게 어느 정도 수익률을 보장해야 하는지부터 따져보자.  
 
경부운하 건설비로 14조원이 필요하다느니 40~50조원이 필요하다느니 말들이 많지만 나는  추부길씨가 인용한 자료(18조 3천억원)를 원용하기로 한다. 내가 이 자료를 원용하는 이유는 이 수치가 맞다고 보기 때문이 아니라 논쟁에서 운송비 논란 하나에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민간투자자들로 하여금 18조 3천억을 투자하게 하려면 이들에게 적정한 투자이익이 보장된다는 확신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연간 수익률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이들은 이 사업에 투자할 것인가. 최소한 연수익율 6~7%는 보장되어야 이들이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 정도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으면 민간투자자들이 수익률 높은 금융자산에 투자하지 모두가 황당하다고 하는 경부운하건설에 참여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8조 3천억 투자에 연수익율 6%를 보장하려면 이들이 매년 어느 정도 수익을 남겨야 하는가. 매년 1조 1천억의 수익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7%를 보장하려면 1조 3천억의 수익은 보장되어야 하고 말이다.
 
과연 경부운하가 매년 1조 1천억~ 1조 3천억의 수익을 남기는 투자사업이 될 수 있는가.그리고 이 정도 수익을 보장하려면 경부운하 물동량은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는가.1조 1천억~1조 3천억 중에서 1천억~3천억은 여타 잡다한 수익으로 충당한다고 치고 1조만 경부 운하 이용료 수입으로 투자이익을 남긴다고 할 때 컨테이너 1개당 어느 정도 운하 이용료를 부과해야 할 것인가.
 
컨테이너 1개당 운하이용료를 부과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물동량의 규모이다. 먼저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이 2007년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경부운하 예상 물동량을 추정해 보기로 하자.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1999년 부산항 물동량은 480.7만 개(컨테이너 수기준)이고 2000년 515만 개, 2001년 513만 개, 2002년 556.6만 개다. 유감스럽게도 2007년 발표 자료에 그 이후 자료가 없다. 추부길씨와 한나라당이 불만이 없도록 충분히 예상치를 높여잡아 2013년 추정치를 1000만 개로 잡아 주기로 하자.
 
그런데 부산항 물동량 모두가 경인권에서 오는 물동량은 아니므로 컨테이너 1000만 개 모두를 분석대상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그 중 80%인 800만 개만이 경인권 물량이라 가정하자.

그렇다면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이 2007년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할 때 ‘수송수단별 물동량’은 어느 정도일까. 이 자료는 1998년과 2002년 사이 5년간의 자료를 내놓고 있는데 이 자료에 의하면 5년 평균 부산항 수송수단별 물동량 평균 분담 비율은 도로운송이  85.9%,철도운송이 11.9%, 연안해송이 2.2%이다.
 
연안해송 분담율이 왜 저렇게 낮을까. 추부길씨는 강풍과 파도로 인한 정기성 문제를 거론하는데 그런 요인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삼성전자 같은 경우도 연안해송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물론 연안해송은 경부운하처럼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삼성전자도 5일 이상의 시간이 지체되어도 좋은 화물에 한하여 연안해송을 이용한다고 한다.
 
연안해송 운송비, 도로운송비와 큰 차이 없어
 
연안해송 이용율이 저조한 이유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결코 운송비가 싸지 않기 때문이다. 2003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경인권 컨테이너 화물의 연안수송 활성화방안’에 의하면 2002년 부산-인천 컨테이너 운송물류비는 트럭운송을 이용할  경우 평균 39만 8천원, 연안운송을 이용할 경우 33만원이라고 한다.
 
이 수치는 추부길씨 주장과 큰 차이가 있는데,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추부길씨와 한나라당이 의도적으로 연안해송이나 경부운하 이용자 물류비를 축소하여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보고서에 의하면 연안해송 물류비가 이렇게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출발지에서 항만까지 그리고 항만에서 도착지까지 트럭운송비가 별도로 추가되기 때문이다. 경인권 셔틀트럭 운송비 7만원,부산권 셔틀트럭 운송비 7만원이 별도로 추가되다 보니 연안해송 운송비는 15만원이라는 추부길씨 주장과 달리 30만원을 훌쩍 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연안해송 이용자들이 연안해송 이용료가 결코 싸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그런가. 유럽의 내륙수운도 마찬가지다. 위 보고서에 실린 Drewry의 연구논문 ‘Short Sea Container Markets(1997)’의 실사 자료를 보면 ‘로테르담-하이델베르크간 화물운송 비용은 내륙수운을 이용할 경우 컨테이너 1개당 416달러, 트럭을 이용할 경우 563달러, 철도를 이용할 경우 602달러’라는 내용을 확인 할 수 있다.
 
유럽 내륙수운 이용자 부담이 트럭 이용자 부담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이유도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로테르담-하이델베르크간 화물을 운송하는데 트럭을 이용할 경우 컨테이너 1개당 평균 외항 항만비 48달러와 내륙운송비 515달러만 지불하면 되지만, 내륙수운운송의 경우 외항 항만비 63달러와 내륙운송비 160달러 이외에도 내륙항만비 53달러와 트럭운송비 140달러가 별도로 추가지불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부운하 이용율이 연안해송 이용율과 같다면 경부운하 이용료는 278만원 
 
결국 경부운하를 이용할 경우 운하이용료를 제외하고도 컨테이너 1개당 30만원 이상이 물류비로 지출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화주들이나 운송업체가 어느 정도 경우운하를 이용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럴 경우 경부운하 이용료는 어느 정도일까.
 
[추론-1]경부운하 운송분담율이 현재 연안해송 운송분담율 2.2%정도일 때 경부운하 이용료는 얼마일까?
 
수도권-부산을 오가는 물동량 800만 개 중에서 2.2%인 36만 개만을 경부운하가 담당할 때 경부운하 이용료는 얼마일까?. 36만 개가 1조원의 이용료를 분담해야 하므로 컨테이너 1개는 278만원의 경부운하 이용료를 부담해야 할 것이다.(참고-1998~2002년 평균 연안해송 물동량은 12만~14만 개 수준임)
 
[추론-2]경부운하 운송분담율이 현재 철도운송 운송분담율 11.9%정도일 때 경부운하 이용료는 얼마일까?
 
위와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95만개가 1조원의 이용료를 분담해야 하므로 컨테이너 1개당 105만원의 이용료를 부담해야 할 것이다.
 
[추론-3]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경부운하 이용료를 내려야 경부운하 이용자가 많아질 것인가?
 
2007년 현재 트럭운송과 연안해송 물류비 간에는 7~8만원 정도의 물류비 차이가 나고 있다.시간 문제  때문에 7~8만원의 물류비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화주들이 다른 운송수단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연안해송이나 경부운하 이용율을 높이려면 양자의 물류비 차이를 5만원 이하로 낮추어야 할 것이다.그런데 경부운하 이용료를 5만원 이하로 낮추려면 경부운하를 이용해야 하는 컨테이너 수가 매년 2000만 개에 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2000만개라는 수치는 2000년 현재 수도권-부산 물동량이 400만개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턱도 없는 이야기다.더구나 현재의 도로운송 이용율 85.9%,철도 이용율 11.9%를 대체해 나가는 것도 요원한 일이고 말이다.
 
경부운하 운송분담율 10%라면 컨테이너 1개 물류비는 160만원   
 
요약하며 글을 맺기로 한다. 나는 현재 연안해송 운송부담율 2.2%를 고려할 때 경부운하 운송분담율 10% 돌파도 매우 어렵다고 본다. 속도가 매우 빠른 도로운송과의 물류비 차이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경부운하의 운송부담율이 10%에 그친다면 경부운하 이용료는 컨테이너 1개당 125만원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경부운하 이용료가 125만원이라면 컨테이너 1개당 총물류비도 160만원에 이르게 된다. 경부운하 이용하면 물류비가 15만원이라는 추부길씨 주장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말도 안되는 희대의 황당한 토목공사를 두고 국운융성의 길이라고 읊어대는 어이없고 황당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배가 산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자랑삼아 하고 말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추부길씨가 이 글을 읽게 되면 무슨 변명을 하게 될지 정말 기대된다. 추부길씨의 진지하고 성실한 반론을 기대한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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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2/04 [09:3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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