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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몰락 닮은꼴 되가는 이명박의 행보
[논단] 부동산 투기의혹 조중동의 은폐, 유권자들의 인내심은 어디까지?
 
이태경   기사입력  2007/07/18 [10:28]
“이명박이 원래 그렇지 뭐”

한나라당 대통령 예비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가족의 주민등록초본 부정발급을 둘러싼 논쟁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위장전입 사실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던 이 전 시장 측이 이 기회를 그냥 넘길 리 만무하다.
 
이 전 시장 측은 이른바 주민등록초본 부정발급 사건과 관련해 같은 당의 박근혜 예비후보와 청와대의 교감설까지 제기하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이참에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각종 부동산 투기의혹들까지 희석시킬 요량인 듯 하다.
 
이 전 시장 입장에서 마음이 한결 든든한 건 조중동 등의 수구언론이 이 전 시장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중동 등의 수구언론은 주민등록초본 부정발급이 무슨 거창한 정치공작이라도 되는 양 지면을 통해 이 전 시장을 맹렬히 엄호하고 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공세가 주효한 것인지 이를 확대재생산한 조중동 등의 수구언론의 힘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적어도 여론조사 결과는 이 전 시장 측의 의도대로 나오는 성 싶다.
 
박근혜 예비후보 측의 검증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이 전 시장과 박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좀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벌써부터 이 전 시장 캠프에서는 청문회에서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는 이 전 시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긴 이 전 시장 캠프가 상당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사안 중 하나인 부동산 투기 의혹이 하루가 멀게 불거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전 시장 지지율이 크게 동요하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이 전 시장 자신과 측근들 입장에서는 유권자들이 이명박에게 기대하는 것은 역시 ‘도덕성’이 아니라 ‘능력’이라고 확신할 만 하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표심은 단순하지 않아
 
그러나 이명박 예비후보 진영이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 예비후보가 받고 있는 지지는 크게 참여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이 반사이익의 형태로 이 예비후보에게 옮겨진 것과 이 예비후보가 지녔다고 추정되는 능력(?)에 대한 기대가 합쳐진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흔히들 대통령 선거를 미래에 대한 선택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한다. 이 말을 뒤집으면 참여정부에 대한 염증에서 기인한 반사이익 성향의 지지자들은 그리 믿을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또한 이명박 예비후보 측이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그 능력이라는 것도 그리 미덥게 보이지는 않는다. 다른 건 차치하고 이 예비후보는 자신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는 이유조차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전 시장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람은 바로 이회창이다. 천하의 이회창 조차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고급빌라 사건에 의해 낙마한 사실을 이 전 시장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명박은 이회창이 아니며 이명박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높은 도덕성이나 결 고은 윤리의식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이 전 시장에게 쏟아지고 있는 부동산 투기 의혹 가운데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 전 시장의 지지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치명적인 도덕적 흠결을 가진 이 예비후보를 검증되지도 않은 능력에 기대 끝까지 지지할 유권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욱이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정짓는 요소 가운데 후보 자신과 친인척들의 부정과 부패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이 전 시장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
 
쉽게 말해 이명박 예비후보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능력(?)을 믿고 안이하게 당내 경선에 임한다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설령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본선에서의 필승을 자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언제까지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이명박이 원래 그렇지 뭐, 우리가 능력보고 이명박 지지하지 도덕성을 기대했나”라고 관대할 수 있을까? 이 전 시장 스스로 자문해 볼 화두(話頭)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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