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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은 푸대접, DJ에게는 문전박대 당하고
최병렬 신임 대표 지도력 부재, 조정능력 의심받아
 
김광선   기사입력  2003/07/19 [17:05]

▲최병렬 대표(가운데)와 홍사덕 총무(좌), 이강두 정책위의장(우)    
최병렬 대표와 홍사덕 총무, 이강두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 3인이 출범한지 3주째를 맞고 있는 지금 한나라당이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주요 현안에 대한 최 대표와 홍 총무간에 엇갈리는 대처방안을 두고 한나라당내에서는  최병렬 대표의 '지도력 부재'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이회창 총재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까지 껄끄러운 관계를 만들고 있어 안팎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 흔들린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일 홍총무가 특검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라는 기존 당론을 뒤집고 ‘150억+α’로 수사 대상을 한정한 특검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주도한데서 비롯된다. 또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최대표가 전면적인 특검법을 주장한 반면, 홍총무는 '1백50억+α' 특검법을 선호하는 입장을 보여 의원들을 어리둥절케 한일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5일은 한나라당의 투톱체제가 무너지는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한나라당은 이날 특검의 수사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특검법 재수정안을 만들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 특검에 관한 문제를 일단락 마무리짓고 당내 '분열'을 유야 무야 막는 듯 보였으나, 이날 민감한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두고 한나라당의 허술한 지도부의 시스템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당초 '외국인 고용허가제 관련 법안'이 워낙 민감한 사안인 것을 감안해 소속의원들간에 의견조율을 거쳐 31일 이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날 '외국인 고용허가제 관련 법안'이 환경노동위원회와 법사위에서 통과하자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은 오후 본회의에 이 법안을 상정했으나 예상치 못한(?) 당내 의원들의 반발로 법안 처리가 유보됐다.

이날 민주당의원들은 "당내에서 의견조율도 안 되가지고 무슨 일을 하겠냐"는 등 야유를 보내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내에서 빈축을 샀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삐걱거림'을 두고 최병렬 대표는 한술 더 떠서 이회창 전 총재의 장모 빈소에서 "홍사덕 총무 좀 잡으세요”라며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최병렬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표로서 의견조율을 통해 당에 직면한 현안 문제를 현명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당 총무에게 어쩔 수 없이 끌려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병렬, '삼고초려' 언제 그랬냐

▲이회창 총재가 대선패배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이어 당내 의견조율의 실패를 겪고 있는 최병렬 대표는 이회창 전 총재와 미묘한 긴장감을 만들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빈축을 샀던 지난15일, 최 대표는 이회창 전 총재의 장모 빈소에서 '대선자금 공개'에 대한 발언을 함에 따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 대표는 빈소에서 민주당의 대선자금을 두고“검찰이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면 국정조사나 특검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대표가 대선자금에 대해 언급한 것은 외형적으로는 민주당의 대선자금에 국한된 사실이었으나, 엄밀히 따지자면 한나라당 또한 대선자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최대표의 '대선자금' 발언은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복귀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견제의 '카드'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최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최 대표의 측근들은 "대표는 민주당에 대해 원론적인 반응을 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또 최 대표는 "민주당에서 먼저 진상을 고백해야지 아무 문제없는 우리보고 같이 공개하자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라고 대선자금 공개를 거부한 후,“나는 대선에 관여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이회창씨가 칼 같은 성격이기 때문에 야당은 대선자금에 관해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고 수습하기에 바빴다. 

최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들은 발끈하며 나섰다.

한 측근은 최 대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이회창 전 총재는 최대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은데 최 대표는 일부러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며, "어떤 사람이든 속이 좋을 리 있겠냐"고 말했다.

한편 이회창 전 총재는 현재 상중에 있는 관계로 출국에 관해서는 뚜렷하게 언급을 하고 있지 않지만 측근에 의하면 "적절한 시점이 오면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이회창 총재는 미국의 스탠퍼드 후버연구소에서 연구활동중이며 방학이 끝나는 시점에 출국에 관해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약 이 전 총재가 출국을 포기 할 경우, 아직까지 당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한 최병렬 대표로서는 큰 부담을 갖고 대표직을 수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병렬, 김대중 전 대통령 방문 거절당하다

최병렬 대표의 행보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최 대표는 지난 17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까지 방문을 거절당했다.

당초 최 대표는 대표 취임을 기해 지난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하기로 사전 조율이 됐으나 방문 하루전날 거절당했다.

김 전 대통령이 최대표의 방문을 거절한 이유는 지난 15일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면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최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알고도 대북지원을 계속해온 것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악"이라고 비판했고, 16일에는 "김전대통령은 북한이 원자탄을 만들기 위해 고폭실험하는 것을 알고도 돈을 갖다줘 원자탄을 만들도록 이적행위를 했다"고 공격했다. 

따라서 김 전 대통령이 최대표의 방문을 단호하게 거절한 것은 '국민의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드러내 놓고 폄하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 비서실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최 대표가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한 최근의 언사는 그 내용이 부당할 뿐 아니라, 예의에도 어긋난다"며 "이런 상황에서 만나는 것은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또 "고폭실험은 국민의 정부 이전부터 진행되어 온 사안으로 한-미간 긴밀하게 정보협력을 유지했다"고 말해 최 대표의 이적행위론이 터무니없음을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같은 거절에 대해 최대표측은 아쉬움과 당혹감이 교차했다. 최대표는 동교동의 '팩스 문서'를 보고받고, "아 그래"라며 면담 무산을 안타까워 했다.

'합리적인 보수'를 자청하며 한나라당의 수장을 맡은지 3주가 지나면서 최병렬 호의 불안함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회창 전 총재와의 미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실수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화나게'한 처사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최 대표의 조정능력에 대한 비판론이 일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안이 없어 보이고 있다. 이래저래 최대표로서는 장마와 무더위를 당사에서 고스란히 맞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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