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성인오락실, 성인PC방으로 뒤덮이고 바다이야기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지만 정부는 우리 사회의 도박에 대한 안전망 구축과 청소년 보호에 대한 의욕과 방향을 상실한 채 또다시 어이없는 일들을 벌리고 있다. 현재 문화관광부가 추진중인 게임산업진흥법 개정 시행령안의 내용이 그것인데 주요 내용으로는 청소년의 PC방 출입시간을 현행 9시에서 아침 7시부터 가능하도록 완화하고,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한 게임물등급위원회 위원 구성에 산업진흥단체를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행 PC방 출입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인데 이는 청소년들의 과도한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이다. 청소년들이 PC방에서 하는 행위는 거의 대부분이 인터넷 게임이며, 학교 학습을 위한 이용은 거의 전무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소년 게임 중독은 이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태이기에 최근에는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호하기 위한 셧다운(Shut Down)제도의 도입까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아침 7시로 늘리겠다는 것은 등교길의 청소년들에게 PC방에 들러 게임 한 판하고 학교가라는 말이나 다름없는 어이없는 발상이다. 정부가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의지보다 게임산업 육성에 더 욕심을 부리는 것은 결국 청소년을 게임산업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것이기에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위원 구성도 마찬가지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게임물의 윤리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따라서 이 위원회에는 청소년 유해성과 사행성에 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청소년보호단체 또는 교육단체, 학부모단체의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참여해야 한다. 그런 위원회에 산업자원부장관이 지정하는 산업관련 단체 인사가 참여하면 청소년 보호를 위한 심의보다는 이해관계에 있는 게임산업회사들의 이익을 먼저 고려하게 될 것은 누가봐도 명확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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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 웹칼럼니스트 , 흥사단본부 사무국장 ©대자보 | 청소년 보호를 내세우면서 등급위원회를 사실상 허수아비 기구로 만들어 귀찮은 심의를 피해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정부는 이 상식이하의 위원회 구성안에 대한 개정안을 삭제해야 한다. 게임 산업이 정부 차원에서 육성해야 할 고부가가치 산업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목적을 위해 청소년 보호를 간과한다면 이는 산업이 아니라 도박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최소한의 장치마저 거추장스러워하는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의 전향적인 검토와 긍정적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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