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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의 혼’ 서린 효창공원 성역화 올바로 하라!
국가보훈처 독립공원화 사업계획 재검토 토론회, 성역화 사업 집중 추궁
 
김영조   기사입력  2007/04/09 [11:12]
"효창공원에
스산한 바람 불고
처절한 비 내리는데
통곡하며 부르노라
일곱 선열의 영혼을
땅속에 묻힌 말라버린 뼈
일찍이 무슨 죄를 졌기에
멋대로 공병대의
괭이 아래 파헤치는가."('효창공원을 통곡함' 중 일부, 김창숙)

 
위는 독립운동가 심산 김창숙 선생이 참혹한 심정을 표현한 시이다. 1956년 5월 공병대 불도저에 의해 묘역의 수많은 나무가 파헤쳐지고 묘소 연못이 없어지는 등 두려운 일이 벌어진다는 소식을 접한 독립운동가 김창숙, 신창균 선생이 불도저 앞에 드러눕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효창공원이 박해를 받았던 한 예이다.
 
▲2006년 6월 26일 펼침막을 내걸고 시위를 하는 '효창원을 사랑하는 사람들'     © 시민의신문
 
그런데 그 효창공원이 또 다시 박해를 받는다고 외치는 이들이 모여 '효창원 성역화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연다고 한다. 토론회는 오는 11일 늦은 오후 2시부터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효창원을 사랑하는 사람들, 민족문제연구소, 심산사상연구회 주최로 열린다.
 
효창원(효창공원의 원래 이름)은 예전 울창한 숲으로 가꿔져 여의도 면적에 3분의 2 혹은 절반 크기로 추정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효창원은 1894년 5월 청ㆍ일 전쟁을 대비한 일본군 3천 병력이 만리창(용마루재)에 야영하며 숲을 파헤친 것을 시작으로, 1906년에는 도원동에 몸 파는 유곽촌을 만들고, 숲 곳곳에 골프장과 공원을 비롯해 건물을 짓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만신창이가 되기에 이르렀다.
 
일제에 이토록 상처 입은 '효창원'은 해방 뒤 그 일제와의 투쟁에 몸을 바친 독립운동가들 특히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지켜낸 분들의 묘역으로 거듭남에 따라 해방공간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참배객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장소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1946년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 유골을 일본에서 봉환했고, 안중근 의사 허묘도 마련하였다. 또 1948년에는 임시정부주석 이동녕과 동 비서장 차이석의 유골과 그해 국내에서 서거한 임시정부 군무부장 조성환의 시신도 같은 장소에 안장됐다. 그 뒤 1949년 7월 5일 안두희의 흉탄에 서거한 김구 주석을 동지들과 같이 하겠다는 유언에 따라 안장해 효창원은 7위 선열묘역이 되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묘소     © 시민의 신문
 
그런데 이후 김구 주석을 암살했다는 의심을 받고, 친일인맥을 바탕으로 정권을 꾸린 이승만 정부는 효창원을 눈엣가시로 생각해 경찰이 길목을 막고 묘소참배를 불온시하는 일을 벌였다. 이에 참배객은 끊기고, 유가족까지 검색 당했다. 이러자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효창원 주변 여관에 들었다가 통금이 풀리는 즉시 경찰이 없는 새벽에 참배하고 줄행랑치는 도둑참배가 벌어졌다고 한다.
 
효창원의 박해는 이후로도 계속 되었는데 1959년 서울시가 제2회 아시아축구대회를 위해 축구장을 세웠으며, 1966년 김구 주석묘 남서쪽 20m 거리에 대형 테니스장이 설치되어 2001년 백범기념관이 착공될 때까지 사용했다.
 
▲북한반공투사위령탑     © 시민의 신문
또 1968년에는 김구 주석묘와 삼의사묘 사이에 5500평 골프장 설치하려 했고, 1969년 효창원묘역 정수리에 해당하는 김구 주석묘 북쪽 35m 거리에 북한반공투사위령탑이 세워졌으며, 1972년 김구 주석묘 서쪽 60m 거리에 대한노인회중앙회 건물이 들어섰다. 그뿐만 아니라 그 옆에는 회관 건립에 대한 육영수 송덕비가 세워졌고, 묘소 틈새 곳곳에 정자를 짓고, 30여 가지 운동시설을 설치했다.
 
이런 효창원에 대한 박해는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자행된다는 게 '효창원을 사랑하는 사람들(회장 차영조)'의 생각이다.
 
국가보훈처는 광복60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효창공원 독립공원화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2005년 12월 20일 건축설계공모를 위한 건축설계경기 과업설명서에서 효창원 독립공원화의 목적을 "효창공원이 '효창운동장 등 이질적인 시설물'들과 혼재돼있어 독립공원 성역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으므로 효창공원을 민족성지로 조성해 민족정기를 고취시키기 위함"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건축설계경기 과업설명서에는 기존운동장을 철거한 뒤 새로운 국제규격의 축구경기장과 부대시설을 건립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게다가 애국선열 묘역의 성역화사업과는 어울리지 않는 반공기념탑과 대한노인회관, 놀이터 등 기존 시설물에 대한 처리 문제는 언급돼 있지 않다.
 
이에 '효창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작년 6월 26일 펼침막을 내걸고 백범 추모식 참석자들에게 성명서를 작성 배포해 운동장 철거없는 효창원 성역화는 선열을 능멸하는 일이며 국민세금을 낭비하는 일임을 알리고 원상회복 차원의 성역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주장했다.
 
효창원 선열 관련 단체들도 계속해서 국가보훈처의 사업 추진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국가보훈처는 이미 책정된 예산집행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래 계획을 약간 수정하는 선에서 사업을 강행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효창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뜻을 같이하는 개인 및 단체들과 함께 효창원 성역화의 올바른 방법을 찾아보고자 국민토론을 개최한다.

▲묘소 앞 효창운동장     ©시민의 신문

효창원 성역화 문제 국민토론 '효창원 성역화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는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의 사회로 진행되며, '효창원을 사랑하는 사람들' 김용삼 부회장은 "효창원 수난의 어제와 오늘",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문화재로서의 효창원 묘역"을 이야기한다.
 
이어서 단국대 역사학과 한시준 교수는 "대한민국임시정부와 효창원", 한겨레신문 홍세화 기획위원은 "독·불과 한·일의 역사 관계 그리고 효창원 묘역", 심산사상연구회 김시업 회장은 "효창원 성역화사업의 향방"이란 제목으로 발표한다.
 
토론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애국선열을 위한다며 광복 60년 기념사업이라는 미명하에 수백억 원의 국민세금을 들여 이루어지는 사업이 원상회복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효창원 애국선열들의 정신을 훼손하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차라리 나중을 기약하고 지금 진행시키려는 사업은 중단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토론회는 효창원 성역화 문제가 몇몇 단체나 지역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역사적 가치와 위상 그리고 선열에 대한 올바른 예우에 관한 이 겨레 모두의 문제이므로 국민의 의견을 총합해서 올바르게 전개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기 위한 첫 시도로 보인다.
 
* 행사관련문의 : 김용삼(010-2261-6781), 육철희(016-783-6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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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4/09 [11:1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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